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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골프 고진영 "부모님 뒷모습에 울컥…앞서 가지 말라 한다"
출처:연합뉴스|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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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명예의 전당 오르는 게 꿈"…"이번 시즌에 잘했지만 100점은 아냐"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최우수선수(MVP)격인 대상을 받은 고진영(21)은 데뷔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작년과 같은 3승을 올렸지만, 올해 따낸 3승에는 최고 상금 대회인 BMW 챔피언십과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포함돼 순도가 높다.

7승을 올린 박성현(23)에 상금왕은 내줬지만, 대회마다 걸린 포인트를 합산하는 대상 경쟁에서는 박성현은 1점차로 제쳤다.

상금랭킹 2위라지만 무려 10억2천245만 원을 받아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사상 시즌 상금 10억 원을 돌파한 세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KLPGA투어에서 시즌 상금 10억 원을 넘긴 선수는 2014년 김효주와 올해 박성현, 고진영 셋 뿐이다.

시즌을 마치고 밀린 학교(성균관대) 공부에 바쁜 고진영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잘하긴 했지만 100점은 못 준다"고 말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아서"라는 이유다. 그는 "딱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만족할 만 수준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대상 역시 "운이 좋아서 받았다"고 몸을 낮췄다. "포인트 1점 차라면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고진영은 말했다.

그래도 고진영은 "해마다 발전하는 것 같다. 더 좋은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자세가 해마다 더 나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선을 다한 시즌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진영은 "시즌 초에 어려웠는데 잘 견뎌낸 내가 대견하다. 내 스윙을 끝까지 유지하고 타이틀을 따겠다고 따라 다니며 허덕이지 않고 내가 추구하는 내 골프를 한다는 초심을 잃지 않은 것은 잘했다"고 자신을 칭찬했다.

고진영은 올해 초반까지도 스윙을 고치는 중이었다.

3년째 KLPGA 투어에서 뛴 고진영은 자신만의 스윙을 갖추는데 관심이 많다. 5월 BMW 챔피언십 때도 "교정 중인 스윙이 완전히 내 것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실 스윙에 변화 주면서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겨서 스윙을 고쳤다. 아직도 완성된 건 아니다. 고쳐야 할 게 많다."

고진영에게 어떤 스타일의 골프를 추구하는지 묻자 "나는 힘이 없다. 몸도 그다지 유연하지도 않다. 장타력도 없다. 그래서 똑바로, 정교하게 치는 스타일이 나한테는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디 기회가 오면 확실하게 잡고, 보기 위기를 파로 막아내는 능력을 더 보태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워낙 자신만의 스윙과 자신만의 골프에 매달리는 성격이라 타이틀 욕심은 좀체 드러내지 않는다.

신인 때 상금 8위, 작년에 상금 5위를 차지한 그는 시즌 초반에 "상금 3위 정도를 목표로 생각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상금 2위를 차지해 목표를 초과 달성한 고진영은 그러나 상금왕 욕심을 묻자 손사래부터 친다.

"나 말고도 잘하는 선수 많다.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 타이틀을 추구하다 보면 아마추어 때부터 추구하는 내 골프를 못한다. 내가 좋은 스윙으로 좋은 경기를 펼치면 그런 타이틀은 저절로 따라온다."

 

 

박성현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KLPGA 투어 흥행을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나만 스타가 아니다"라는 고진영은 "다른 좋은 선수들도 많다. 그런 부담감이나 책임감을 느꼈다면 이렇게 잘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한다. 다만 전지훈련 동안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좀체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지 않는 고진영이지만 골프 선수로서 목표는 아주 분명하다.

미국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게 골프 선수로서 꿈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도 물론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준비 없이 미국에 진출하지는 않겠다는 뜻이 확고하다. 그는 지난해 초청선수로 출전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 경쟁을 벌인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장 LPGA 투어에서 뛰어도 통할 실력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때 만약 우승했더라면 좋긴 좋았겠지만 준비 없이 허겁지겁 미국에 갔을 것이다. LPGA투어에서 진출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기왕이면 준비를 잘해서 가겠다."

고진영은 "초청 선수로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해서 LPGA 투어에 간다면 최상이겠지만 만약 간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퀄리파잉스쿨도 마다치 않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고진영은 또 한가지 목표가 ‘올림픽 출전‘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번 리우 올림픽은 좀 내겐 멀었다. 도쿄 올림픽은 딱 적당한 나이에 열린다. 도전하고 싶다."

고진영은 국가대표로 해외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없다.

국가대표를 고교 3학년 때 뽑혔다.

고진영은 "사실 골프를 시작한 뒤에 잘한 적이 없었다. 우승도 고교 2학년 때 처음 했다"고 말했다.

프로 입문 동기생 김민선과 백규정은 아마추어 시절에는 저 멀리 앞서가던 선수였다.

"그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지금 이렇게 잘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 친구들을 따라가려고 애를 쓰다 보니 이 만큼 하게 됐다."

고진영은 아직도 고등학교 2학년 때 KB금융 아마추어여자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김민선과 백규정이 축하해주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휴대전화에 담아두고 있다면서 굳이 찾아서 보여줬다.

고진영은 외동딸이다. 초등학생 때 "골프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을 졸랐다.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이지만 프로 선수가 될 때까지 뒷바라지에 매달린 부모님은 지금도 경기 때마다 18홀을 다 돌면서 딸을 응원한다.

"부모님이 늘 경기 때 응원을 나오신다. 그런데 절대 앞서 가시지 말라고 당부한다. 부모님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인다. 어떻게 나를 뒷바라지했는지 너무나 잘 안다. 그런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울컥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헌신은 인생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에 철이 없었을 때 내가 잘하면 나 혼자 좋았다. 요즘은 부모님 비롯해서 내가 잘하면 주변 사람이 기뻐하는데 그렇게 좋더라. 내 인생의 목표는 행복한 여자로 사는 거다. 행복? 작은 것에 감사하는 그런 게 행복 아닐까. 봉사도 하면서 사는 것…"

고진영은 "골프를 그만두면 공부를 많이 하고 싶다.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다."면서 "서른 살 전에 골프를 그만둔다는 생각은 하고 있는데 그때 되면 생각이 바뀔 거라고 다들 말하더라. 어찌 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고진영은 내년 1월 초에 베트남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훈련 기간은 약 두 달 간이다.

고진영은 "쇼트게임도 좀 더 정교하게 다듬고 샷도 더 가다듬겠다"면서 "내년에는 딴 건 몰라도 최저타수 1등은 하고 싶다"고 ‘욕심‘을 슬쩍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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