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메이저리그(MLB)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선발 투수진이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억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을 터뜨릴 선수도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불펜 투수 시장은 풍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좀처럼 깨지지 않았던 ‘5000만(50M) 달러’의 벽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FA 시장의 불펜 최대어는 아롤디스 채프먼(28)과 캔리 잰슨(29)이다. 두 선수는 FA 자격을 앞두고 리그 최고의 성적을 낸 불펜 투수들로 올해를 빛냈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올해 불펜 투수 중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가 가장 높은 선수가 잰슨(3.2)이었다. 채프먼은 폭력 혐의에 따른 징계로 시즌 초반 일정을 건너뛰었음에도 4위(2.7)에 올랐다.

보여준 실적들이 워낙 확실한 선수들이다. 2010년 MLB에 데뷔한 채프먼은 MLB 통산 383경기에서 23승21패182세이브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MLB를 대표하는 최고의 강속구 투수로 유명하며, 그에 걸맞게 377이닝에서 무려 636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1년 사이 두 차례 트레이드를 경험한 채프먼은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하며 잊을 수 없는 시즌을 보냈다.

통산 409경기에서 19승13패189세이브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한 잰슨 또한 경력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71경기에서 3승2패47세이브 평균자책점 1.83로 역투를 거듭했다. 47세이브는 2014년 자신의 기록(44세이브)을 뛰어넘는 한 시즌 최다 세이브다. 채프먼과 잰슨 모두 포스트시즌에서 1이닝 이상 세이브를 마다하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주며 최정상급 선수임을 과시했다.

이런 두 선수는 FA 시장에서 불펜 보강을 노리는 팀들의 표적이다. 최근 MLB에서도 불펜 투수들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이번 포스트시즌은 그 변화의 흐름을 뚜렷하게 읽을 수 있는 판으로 뽑힌다. 이에 불펜 투수 역대 최고액 경신도 확실시된다. 누가 그 기록을 깨느냐, 그리고 얼마나 경신하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불펜 투수 최대 규모 계약은 2011년 겨울 필라델피아와 4년 500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던 조나단 파펠본(36·워싱턴)이다. 파펠본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특급 마무리였다. 하지만 그 후로는 파펠본의 계약에 근접한 선수가 없었다. 선발 투수들이 멀게만 보였던 2억 달러 고지를 하나둘씩 밝은 것과는 약간 대조적인 흐름이었다. 그러나 올해 겨울은 확실히 다를 전망이다.

선발 투수처럼 7년 계약을 줄 팀은 사실상 없겠지만, 채프먼과 잰슨은 5년 이상의 계약도 가능한 선수들로 뽑힌다. 4년 계약을 기준으로 한다고 해도 파펠본의 당시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채프먼과 잰슨은 물론 마크 멜란슨(31)마저도 총액 5000만 달러의 벽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멜란슨은 2014년 33세이브, 2015년 51세이브, 올해 47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최근 3년 성적만 놓고 보면 채프먼이나 잰슨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