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KBO 리그 역사상 가장 화려한 경력의 감독을 영입했다. 일본 니혼햄과 미국 캔자스시티의 감독을 역임했던 트레이 힐만(53)과 계약을 맺었다. 감독 선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한 SK가 과감한 개혁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SK는 힐만 감독과의 2년 총액 160만 달러의 계약을 27일 공식 발표했다. 힐만 감독은 SK 구단 역사상 6번째 감독이자, 외국인 감독으로는 제리 로이스터(2008~2010 롯데) 감독 이후 KBO 리그 역사상 두 번째다. 또한 힐먼 감독은 니혼햄(NPB), 캔자스시티(MLB)에 이어 SK 감독을 역임, 3개 리그에서 감독직을 수행한 흔치 않은 지도자 경력을 갖게 됐다.

힐만 감독은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뉴욕 양키스의 팜 시스템에서 일했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니혼햄, 2008년부터 2010년 5월까지는 캔자스시티에서 감독 생활을 했다. 그 후로도 LA 다저스와 휴스턴에서 벤치 코치를 역임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2006년에는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2007년에도 일본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아시아 야구에서도 성과를 냈다.

신중에 신중, 그리고 때로는 과감함을 더한 새 감독 물색이었다. 4위 자리를 지키던 SK는 시즌 막판 9연패라는 치명상을 당하면서 5위권과의 승차가 벌어졌다. 당초 SK는 김용희 전 감독의 재신임 조건으로 포스트시즌에서의 유의미한 성과를 생각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지면서 선택지가 단순해졌다. 결국 팀의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되자 본격적인 물색 작업을 시작했다.

항간에 떠돌던 염경엽 전 넥센 감독과의 가계약설을 강력 부인한 SK는 당초 외부 지도자 인선 혹은 내부 승격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외국인 감독 선임은 ‘하나의 대안’으로 보는 시각이었다. 외국인 감독에 대한 막연한 어려움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왕 팀의 판을 새로 짜는 것, 후보군을 넓혀 완전히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자는 데 뜻이 모였다. 국내파 지도자들 중 시스템적인 측면까지 시야를 넓힐 수 있는 후보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였다. 상대적으로 선진 시스템에 밝은 외국인 감독이 진지하게 고려되기 시작했다.

이에 민경삼 단장을 비롯한 구단 실무자들이 외국인 인맥을 총동원해 후보군을 추렸고 힐만, SK의 인스트럭터로 인연이 있는 조이 코라 현 피츠버그 코치, 한국 무대 경험이 있는 스캇 쿨바 볼티모어 타격코치가 외인 지도자 최종 후보로 리스트에 올랐다. 민 단장이 지난 19일 미국으로 출국해 차례로 면접을 봤다. 민 단장은 감독 역량은 물론 아시아 야구에 대한 이해도, 문화 적응도, 그리고 구단의 시스템 자체를 선진적으로 바꿀 수 있는 비전의 유무를 꼼꼼하게 살펴 보고서를 작성했다.

SK 수뇌부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국내파 후보자 3명과의 면접을 이미 마친 상황이었다. 역시 같은 잣대에서 면접이 이뤄졌고 민 단장의 출국 전까지 외부 인사와의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것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한 결과 힐먼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27일 최종적인 결정이 떨어졌다.

힐만 선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연봉이었다. 일본 성공 경력은 둘째 치고 MLB 전직 감독이라는 경력을 가져 몸값이 예상보다 비쌌다. 힐먼이 미국으로 돌아간 것은 놓칠 수 없는 MLB 감독의 기회, 가족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머나먼 한국에서의 감독직 수락에는 금전적인 대가가 필요한 것은 당연했다. SK도 면접 당시 힐만의 요구액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정 합의 이후에도 자잘한 세부 조건을 논의하느라 좀 더 시간이 걸렸던 것은 사실. 그러나 개혁 의지가 강했던 SK는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적정선에서 힐만의 사인을 받아냈다. 2년 총액 160만 달러는 KBO 리그 역사상 최고 수준의 대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