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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샌안토니오 스퍼스
출처:점프볼|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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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바로 19년이란 시간동안 수많은 영광들을 함께 했던 팀 던컨(40, 211cm)이 은퇴를 선언, 샌안토니오로선 이제는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해야할 시기가 찾아왔다. 한 마디로 샌안토니오는 던컨이라는 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고 ‘카와이 레너드(25, 201cm)시대’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최근 들어 서서히 던컨 이후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던 샌안토니오였다. 특히나, 지난 2년간 레너드는 성장세를 거듭, 어느덧 리그 정상급 스몰포워드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선수가 됐다. 또한 지난해 여름 라마커스 알드리지를 영입, 레너드와 함께 팀을 이끌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올 여름에는 파우 가솔을 영입하며 그나마 던컨의 공백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가솔과 샌안토니오는 2년간 30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아듀 던컨! 던컨이란 한 시대를 마감한 샌안토니오의 2015-2016시즌

실제로도 지난 시즌 샌안토니오 공격은 레너드와 알드리지, 두 선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던컨은 일선에 나서기보단 뒤에서 묵묵히 레너드와 알드리지를 도우며 이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특히나 던컨은 알드리지가 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들을 기울였다.

알드리지의 경우, 시즌 초반 샌안토니오 시스템농구 적응에 애를 먹으며 좀처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샌안토니오와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결국, 평소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로 정평이 난 알드리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팀 전술에 잘 녹아들면서 시즌 막판 샌안토니오 상승세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당시 던컨은 계속해 알드리지에 대한 무한신뢰를 보내며 파트너의 빠른 적응을 도왔다. 2015-2016시즌 알드리지의 최종성적은 18득점(FG 51.3%) 8.5리바운드 1.1블록. 알드리지는 3월 한 달에만 평균 22.6득점 9.2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져스 시절 모습으로 돌아갔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알드리지의 손은 식을 줄 몰랐다. 알드리지는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21.9득점을 기록했다. 특히나,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만난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선 손가락부상에도 불구하고 6경기 평균 26.8득점(FG 52.5%)을 기록, 오클라호마시티 어린 빅맨들에게 큰 가르침을 선사했다.

 

 

다만, 샌안토니오는 플레이오프 들어 괴력을 발휘한 러셀 웨스트브룩을 제대로 막지 못하며 당초 예상과 달리 오클라호마시티에게 패배, 대권도전을 여기서 멈춰야만했다. 무엇보다 샌안토니오로선 던컨의 부진이 뼈아팠다. 던컨은 오클라호마시티와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평균 6득점 3.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정규시즌에서도 평균 8.6득점 7.3리바운드를 기록, 보이는 기록에선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던컨은 쉬운 골밑슛들을 여러 차례 놓치는 등 올해 초 당한 무릎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운 모습이었다. 던컨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정든 코트를 떠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무릎부상 후유증 때문이다. 무릎부상의 악화로 더 이상 현역생활을 이어가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다시 플레이오프 얘기로 돌아와 던컨은 수비에서도 오클라호마시티 어린 빅맨들의 패기에 조금은 밀리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던컨은 샌안토니오 수비의 핵심이었다. 이렇게 던컨이 흔들리자 샌안토니오 역시 수비조직력이 흔들리며 2015-2016시즌을 마감했다. 정규리그 평균 92.9실점의 짠물수비를 자랑하던 샌안토니오의 실점은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평균 100.8실점까지 치솟았다.

던컨은 2015-2016시즌 공격에선 전성기시절처럼 득점 등 공격으로는 팀을 승리로 이끌 순 없었다. 하지만 스크린과 리바운드 등 궂은일들을 도맡으며 수비에서는 대체 불가한 존재감으로 팀을 이끌었다. 올해 초 던컨이 무릎부상으로 결장했을 당시 샌안토니오는 이미 한 차례 수비에서 불안감을 표출했던 바 있다. 1월 27일(이하 한국시간) 있었던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맞대결에서 샌안토니오는 던컨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고 30점차 대패라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무엇보다 던컨이 있었기에 알드리지는 수비보다 공격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레너드가 샌안토니오 수비의 시작이었다면 던컨은 샌안토니오 수비의 끝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수비에서 던컨의 존재감은 그 어떤 말로도 형용이 불가했다. 던컨의 헌신이 있었기에 샌안토니오는 2015-2016시즌 리그 최고의 짠물수비를 자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다가오는 2016-2017시즌 일부 전문가들이 “어쩌면 샌안토니오가 어려움에 부딪힐지도 모른다”라는 평가를 남기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를 보면 올 여름 정든 코트를 떠났음에도 다가오는 시즌 NBA에 합류하는 신인들이 여전히 코트 밖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왜 던컨을 뽑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커리어 내내 화려함보다 꾸준함으로 대표되던 던컨은 은퇴 역시도 조용했다. 최근 던컨은 샌안토니오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코비 브라이언트가 화려한 은퇴식을 가진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런 방식은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다. 나는 조용히 코트를 떠나고 싶다”는 말을 남겼고 결국 그는 약속대로 7월 11일 샌안토니오 구단 SNS를 통해 조용히 은퇴소식을 알렸다.

 

 

샌안토니오에게 있어 2016-2017시즌은 그간 포스트 던컨 시대를 얼마나 잘 준비해왔는지에 대한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포스트 던컨시대 주역이 될 레너드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 시즌 던컨이라는 거목이 주는 존재감을 실감, 한 차례 예방주사를 맞았던 샌안토니오가 얼마나 이에 면역력이 생겼을지 궁금하다.

현 샌안토니오 시스템농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포포비치 감독도 2017년부터 미국대표팀을 맡는다. 일단은 지난해 여름 “최소 알드리지와 계약이 끝나는 날까지 샌안토니오와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란 아무도 모르기에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샌안토니오뿐만 아니라 NBA 리그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포포비치도 어느덧 70세에 가까운 고령으로 현역 은퇴를 바라볼 나이가 되었다.

일단 샌안토니오는 앞서 언급했듯 가솔을 영입, 그에게 던컨이 맡았던 역할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가솔 역시 최근 노쇠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2015-2016시즌 평균 16.5득점 11리바운드 4.1어시스트를 기록할 정도로 여전히 리그 정상급 기량을 가지고 있다. 올 여름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가솔은 8경기 평균 19.5득점(FG 54.5%) 8.9리바운드 2.2어시스트를 기록, 조국 스페인에 동메달을 안겼다.

던컨과 마찬가지로 가솔도 포스트업과 페이스업 모두 가능한 선수다. 무엇보다도 패스, 스크린 등 팀플레이에 능한 선수라 쉽게 샌안토니오 시스템 농구에 적응, 다른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수비에서는 모르겠지만 공격에서만큼은 던컨의 공백을 확실히 매워줄 수 있을 것이다. 2016-2017시즌 가솔과 알드리지가 만드는 하이-로우 게임은 샌안토니오의 주 공격옵션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과정에서 샌안토니오는 샐러리캡 확보를 위해 부득이하게 보리스 디아우(유타)를 팀에서 내보냈다. 데이비드 웨스트 역시 샌안토니오를 떠나 골든 스테이트로 둥지를 옮기는 등 샌안토니오는 올 여름 인사이드진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세르비아 출신의 장신센터 보반 마야노비치도 FA를 통해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로 이적했다.

다행히, 디아우의 대체자로 발 빠르게 데이비드 리를 영입했지만 그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팀 전술에 녹아들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리는 샌안토니오와 2년 32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리의 풍부한 경험과 지난 시즌 후반기에 보여준 득점력이라면 그는 샌안토니오 벤치에 큰 힘이 될 전망. 하지만 2015-2016시즌을 앞두고 보스턴 셀틱스로 둥지를 옮긴 후 쉽게 시스템농구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은 걱정거리로 남는다.

리는 시즌 초반 보스턴 시스템 농구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며 부진탈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댈러스 매버릭스로 둥지를 옮긴 그는 벤치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며 부활을 알렸다. 2015-2016시즌 리의 기록은 평균 7.8득점(FG 53.1%) 5.5리바운드. 샌안토니오는 보스턴보다 더 정교한 시스템 농구를 구사한다. 그렇기에 리가 샌안토니오에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들은 그가 얼마나 빨리 샌안토니오 시스템 농구에 적응하는지 여부에 달렸다.

또한 샌안토니오는 올랜도 매직에서 수비형 빅맨 드웨인 데드먼을 영입했다. 데드먼은 2015-2016시즌 평균 4.4득점 3.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본래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 공격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기에 팀에 잘만 적응한다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자원이다.

데드먼은 샌안토니오 합류에 대해 “아무도 나를 불러주지 않아 내심 다음시즌 NBA를 떠나게 될까봐 무척이나 불안했다. 나를 불러준 샌안토니오에 감사하고 샌안토니오와 같은 위대한 구단에서 뛸 수 있어 무척이나 기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여기에 유럽 출신 빅맨 유망주 데이비스 베르탄스까지 다시 팀으로 불러들였다. 베르탄스는 2011 NBA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42순위로 인디애나 페이서스에 지명 후 곧바로 샌안토니오로 트레이드됐다. 이후 베르탄스는 조국인 라트비아를 비롯한 스페인 등 주로 유럽리그에서 백업멤버로 활약했다. 2011년에는 라트비아 대표팀 소속으로 유로바스켓에 참가, 평균 5.6득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유럽 출신 빅맨답게 베르탄스는 슛터치가 부드럽고 슛거리가 긴 선수다. 베르탄스는 스몰포워드로도 활용이 가능하기에 2016-2017시즌 포포비치 감독이 그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매우 기대된다. 이렇게 올 여름 샌안토니오 인사이드진은 알드리지를 제외하고 모두 새로운 얼굴들로 채워졌다.

반면, 백코트진은 그에 비해 매우 조용하다. 2016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9순위로 워싱턴 대학출신 디존테 머레이를 지명한 것 빼고는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머레이는 2015-2016시즌 워싱턴 대학의 주전포인트가드로 활약, 평균 16.1득점(FG 41.6%) 6리바운드 4.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196cm의 장신가드인 머레이는 다음시즌 팀의 3번째 포인트가드로 활약할 전망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샌안토니오 백코트진은 변화가 적은 것이 아니라 그 변화가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현재 아르헨티나 출신 포인트가드 니콜라스 라프로비톨라의 영입을 시도하는 등 현재 샌안토니오는 노쇠한 가드진의 세대교체를 위해 힘쓰고 있다. 샌안토니오는 리우올림픽에서 그의 활약을 보고 영입을 전격 결정했다는 후문.

이미 샌안토니오를 포함, 다수의 NBA 팀들이 라프로비톨라 영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아르헨티나 농구대표팀의 영웅, 마누 지노빌리가 있는 샌안토니오가 그의 영입에 한 발 앞서 있는 것이 사실. 만약 라프로비톨라가 샌안토니오에 합류한다면 그는 지노빌리와 올 여름 팀에 합류한 스윙맨, 패트리코 가리노에 이어 구단 내 3번째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당초 지노빌리도 던컨과 함께 은퇴가 유력했다. 2015-2016시즌 직후 샌안토니오와 지노빌리의 계약이 끝나기에 많은 이들이 지노빌리도 NBA를 떠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지노빌리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1년 1,40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으며 샌안토니오에서 15번째 시즌을 보내게 됐다. 지노빌리는 2015-2016시즌 부상악령에 시달리며 58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코트에 있을 때만큼은 백업멤버로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붙박이 주전 포인트가드, 토니 파커도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던컨은 역대 최고의 파워포워드였고 나에게는 무척이나 고마운 사람이다. 그의 은퇴는 아쉽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나는 앞으로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더불어 올 여름 로스터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는데 새로운 선수들이 빨리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다음시즌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파커는 2015-16시즌 평균 11.9점(FG 49.3%) 5.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어느덧 34살의 노장이 된 그도 노쇠화는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던컨이 파커에게 그랬듯 파커도 이제는 레너드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화려한 조연이 되어야 할 때다. 또한, 이후 자신의 자리를 대신할 선수들을 찾는 것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2015-2016시즌 부진했지만 대니 그린도 정확한 외곽슛과 끈질긴 수비로 팀에 충분히 도움이 되는 선수다. 그린은 지난 시즌 3점슛 성공률 평균 37.6%를 기록, 알 수 없는 부진에 빠지며 포포비치 감독의 애를 태웠다. 이는 데뷔시즌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였다. 이외에도 2015 서머리그 MVP에 빛나는 카일 앤더슨과 수비력이 좋은 조나단 시몬스도 벤치에서 출격을 대기, 2016-2017시즌 샌안토니오 백코트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카와이 레너드, 이제는 왕관의 무게를 극복해야 할 때! 

앞서 언급했듯 이제 샌안토니오는 명실상부 레너드의 시대를 맞이했다. 레너드는 2015-2016시즌 평균 21.2득점(FG 50.6%) 6.8리바운드 2.6어시스트를 기록, 리그 정상급 스몰포워드로 거듭났다. 2014-2015시즌에 이어 2015-2016시즌까지 2년 연속 ‘올해의 수비수’도 그의 몫이었다. 또, 정규리그 MVP투표에서도 스테판 커리(골든 스테이트)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렇게 레너드는 어느덧 서서히 선배들의 그늘에서 벗어나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급부상했다. 좀처럼 소속팀 선수들을 칭찬하지 않기로 유명한 포포비치 감독의 칭찬을 듣는 유일한 선수도 바로 레너드다. 그렇지만 혼이 날 때도 가장 따끔하게 혼이 나는 선수도 레너드다. 이는 레너드에 대한 포포비치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르브론 제임스도 최근 현 리그에서 자신을 가장 잘 막는 선수로 주저 없이 레너드를 뽑았다. 실제로도 레너드는 지난 시즌 제임스를 포함해 케빈 듀란트, 카멜로 앤써니 등 자신의 라이벌들을 효율적으로 막아냈다. 더욱이 무서운 점은 이들을 막으면서도 자신의 평균 득점 적립 역시 잊지 않고 챙겨갔다는 점이다.

레너드는 포지션 대비 큰 신장과 223cm에 이르는 긴팔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운동능력과 어마어마한 활동량, 그리고 팀 수비를 잘 활용하는 수비센스까지 장착, 제임스의 말처럼 레너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NBA 최고의 수비수로 떠올랐다. 또한 그는 적절한 도움수비로 팀 수비력까지도 올려줄 수 있는 선수다. 이런 그가 이제는 공격력까지 갖추면서 최고의 수비수가 아닌 ‘최고의 선수’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제 25살에 불과한 레너드의 성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무엇보다 레너드는 대학시절부터 새벽운동과 야간운동을 거르지 않을 정도로 성실하다. 여기에 더해 샌안토니오도 오래 전부터 레너드를 팀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실제로 샌안토니오는 레너드에게 데뷔시즌부터 슛 전담 코치들을 붙일 정도로 레너드의 성장에 열과 성을 다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은 지난 시즌을 통해 그 결실을 맺었다. 1차적인 기록으로만 본다면 레너드의 공격력은 그저 그렇다. 하지만 효율적인 면에선 말이 달라진다. 레너드는 2015-2016시즌 경기당 15개 정도의 슛을 던지면서 평균 50%에 가까운 야투성공률을 기록했다. 3점슛도 마찬가지로 평균 4개를 던지며 44.3%의 성공률을 기록하는 효율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일부에선 “샌안토니오 시스템이 있었기에 레너드가 이만큼의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로 레너드의 효율성에 대해 물음표를 보내고 있다. 그간 레너드의 주위엔 던컨을 비롯해 지노빌리, 파커 등 팀플레이에 능한 선수들이 많았다는 주장이다. 물론, 레너드가 공격에서 일정부분 이들의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15-2016시즌 레너드는 실제 경기에서 캐치 앤 슛, 풀업 점프슛, 포스트업 게임 등 공격기술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개인공격력에서 확실히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이제는 샌안토니오의 중심이 된 그가 앞으로 정말 최고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면 공격에서 2대2 플레이 등 다른 선수들을 활용할 줄 아는 영리함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이전보다 공격에서도 더욱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에이스가 기세싸움에서 밀린다면 전체적으로 팀이 그날 경기를 풀어가기가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2015-2016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레너드는 10경기 평균 22.5득점(FG 50%) 6.3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상대로 가볍게 예열을 마친 레너드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선 듀란트와 자존심 대결을 벌일 정도로 이제는 제법 승부욕까지 붙은 모습이었다. 당시, 레너드는 평균 23.2득점(FG 48.6%) 7.3리바운드 3.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수비에선 그린과 함께 듀란트 뿐만 아니라 웨스트브룩의 수비를 번갈아 도맡았다.

특히, 1차전에선 웨스트브룩을 철저히 막으며 팀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웨스트브룩은 14득점(FG 26.3%)에 그친 반면 레너드는 25득점(FG 76.9%)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레너드는 이후 계속해 기복 있는 경기력을 선보이는 등 정상컨디션이 아니었다. 결국, 공·수의 핵심 레너드와 던컨, 두 선수가 모두 흔들리며 샌안토니오는 대권도전을 다음시즌으로 미루게 됐다.

무엇보다 데뷔시즌부터 지금까지 던컨을 비롯한 많은 선배들의 도움을 받았다면 이제는 레너드 스스로가 다른 선수들에게 도움을 줘야할 차례다. 이제는 그가 진정한 샌안토니오의 리더이기 때문이다. 물론 던컨의 그림자를 단 한 시즌 만에 지워내기란 쉽지 않겠지만 다행인 것은 아직 그의 곁에 지노빌리와 파커 등 그를 잘 도와줄 선수들이 대거 남아있다는 점이다.

1997-1998시즌 던컨의 합류 이후 샌안토니오는 그와 함께 총 5차례의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비록 2015-2016시즌을 끝으로 던컨이란 한 시대를 마감한 샌안토니오지만 그들은 암흑기 없이 이제 레너드라는 또 다른 한 시대의 시작을 준비 중이다. 과연 레너드 시대의 시작을 알릴 2016-2017시즌, 샌안토니오는 그 첫 단추를 잘 맞출 수 있을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NBA 개막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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