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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1번타자' 김현수, 반전드라마의 해피엔딩 꿈꾼다
- 출처:이데일리|201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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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핵심 타자로 활약 중인 김현수(28)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김현수는 1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캠든야즈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홈경기에 1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으로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김현수가 타선의 선봉인 1번 타자로 기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현수는 0-3으로 뒤진 5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들어선 세 번째 타석에서 우전안타를 때린 뒤 후속타자의 적시타로 득점까지 성공했다. 1-4로 뒤진 7회말에도 선두타자로 나와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골랐다.
올시즌 반전드라마를 쓰고 있는 김현수에게는 의미있는 하루였다. 불과 5개월전만 해도 이런 그림이 나올 것이라 상상하기 힘들었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교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김현수는 FA 자격을 획득한 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시범경기에서 최악의 부진에 허덕였다. 시범경기 타율이 1할7푼8리, 출루율이 2할2푼4리에 불과했다.
볼티모어 구단이 김현수를 마이너리그로 내리려고 했다. 김현수는 마이너리그 리그 거부권을 내세워 간신히 메이저리그에 잔류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홈 개막전에서 팬들은 그에게 야유를 쏟아냈다. 앞으로의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듯 했다. 팀 동료인 애덤 존스 조차 “홈팬들이 무례했다”라고 비판할 정도로 당혹스런 순간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자기 고집이 가장 센 것으로 유명한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를 믿지 않았다. 시범경기 후반부터 김현수를 기용하지 않았던 쇼월터 감독은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거들떠보지 않았다. 극히 제한적인 기회만 줄 뿐이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어쩌다 한 번씩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안타를 때려냈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김현수는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넓혀나갔다. 대타서부터 시작해 선발 좌익수로 발돋움했다. 볼티모어 공격에서 없어선 안될 주전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타순도 극적으로 바뀌었다. 김현수가 처음 경기에 나섰을때 그의 타순은 9번이었다. 하지만 김현수의 활약이 계속되자 쇼월터 감독은 마음을 완전히 바꿨다. 5월부터 2번타자로 타순을 올렸고 출전 기회도 더욱 늘렸다. 김현수에 대한 의심이 믿음으로 바뀐 시점이었다.
볼티모어 언론은 “김현수의 오래된 스카우팅 리포트를 찍어버려야 했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변신이 극적이었다.
김현수는 이제 볼티모어의 1번 타자로서 새롭게 출발한다. 4월 11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며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이후 143일 만이다. 시작도 나쁘지 않았다. 4타석에서 2번이나 출루했다. 출루율이 생명인 1번 타자로서 100% 제 역할을 해냈다.
볼티모어 입장에서 ‘1번타자 김현수’는 고육지책이다. 김현수는 한국에서 거의 1번을 친 적이 없다. 하지만 현재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다. 올시즌 김현수에 앞서 1번 타자로 나선 선수들의 통산 출루율은 3할1푼8리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하위권인 25위다.
볼티모어는 올해 1번 타자로 가장 많이 출전한 애덤 존슨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뒤 매니 마차도·스티브 피어스·요나탄 스호프 등에게 그 자리를 맡겼다. 하지만 모두 기대에 못미치자 결국 김현수까지 기회가 왔다.
비록 규정타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김현수는 팀내 주축 타자 가운데 타율(.315)과 출루율(.392)이 가장 높다. 쇼월터 감독이 김현수를 1번으로 선택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김현수는 경기를 앞두고 볼티모어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도 언제 마지막으로 1번타자를 쳤는지 기억이 안난다”며 “누구에게나 처음은 의미가 있다. 팀이 원하는 모든 걸 오늘 경기에서 하겠다. 이제까지 했던 대로 최대한 많은 공을 지켜보겠다”는 말했다.
추신수(텍사스), 류현진(LA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미네소타) 등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던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은 잇따라 부상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런 상황에서 김현수가 자신의 입지를 키워가며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