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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박지수를 꿈꾸다' 춘천만천초 박성진
출처:점프볼|201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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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인들의 관심이 모처럼 초등부에 쏠리고 있다. 그것도 여자 초등부다. 4월 상주에서 열린 KDB생명 제15회 협회장배 전국초등학교 농구대회에 등장한 기대주 덕분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박성진이 만년 약체였던 만천초등학교(교장 박경옥)을 4강 무대에 올려놨다. 농구를 시작한 지 6개월 밖에 안 된 선수였다.

산골 소녀, 농구를 만나다
만천초교를 이끌고 있는 전나영 코치는 어느 날 철원에서 농구교실을 운영하는 후배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우리 농구교실에 키가 큰 여자아이가 있으니 한 번 보러 와 달라”는 것이었다. 철원에서 ‘키 큰 여자아이’를 본 전나영 코치는 한동안 자신의 눈을 믿지 못했다. 초등학생 치고는 신체조건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전 코치는 “처음 봤을 때는 학생이 아니라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가까이서 이야기해보니 영락없는 초등학생이었다”라고 첫 만남을 회고했다. 그 아이가 바로 춘천만천초등학교의 기대주, 박성진이다.



대형 선수가 될 것이라 직감한 전 코치는 바로 부모님을 찾아가 설득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박성진은 또래에 비해 키만 컸을 뿐, 운동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술에 재능을 더 보였기에 부모님도 굳이 힘든 운동을 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에 전 코치는 “딱 일주일만 해보자”고 설득했다. “힘들면 안 해도 돼”라고 달래며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일주일에 한 달이 됐고, 6개월이 됐다. 이제 박성진은 농구선수다.

박성진은 농구를 시작하자 무서운 속도로 올라섰다. 전나영 코치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한다. 공에 대한 감각이 그만큼 좋았다. “공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첫 날부터 연습경기를 했는데, 초보자라면 공을 뺏기는 게 당연한 일인데, 바로 다시 뺏으려는 근성도 보였고, 안 되면 속상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볼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전 코치의 말이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연습 경기 도중 상대 선수가 발을 빼면서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본 뒤에는 곧바로 전 코치를 찾아가 발은 어떻게 빼야하는 지, 그리고 그 다음 동작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묻고 스스로 배워나갈 정도였다. 이런 박성진의 모습을 지켜본 전 코치는 “정말 드문 케이스다. 내가 농구를 시작한 이래 만난 최고의 재목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조금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아마 초등학교 졸업을 할 때면 더 막기 힘든 선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직 농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구력이 부족한데, 앞으로 이런 것들은 차차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 코치의 말이다.



얼마나 더 성장할까
그렇다면 박성진의 강점은 무엇일까? 우선 또래에 비해 월등한 신체조건이다. 현재 맨발로 180cm의 신장을 자랑한다. 게다가 이 성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장에 비해 순발력도 나쁘지 않아 시간이 지나 근육이 만들어지고 힘이 붙는다면 장신 포워드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습득능력이 빠르고, 근성까지 있다. 지도자 입장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선수다.

아마추어 농구를 오래 취재한 필자 역시 박성진은 ‘선수’로서의 자세가 잘 되어있다는 것을 느꼈다. 인터뷰 중 4강전에서 졌을 때를 떠올리자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근성이 있었다. 게다가 “다음에 만났을 때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투지도 보여줬다. (만천초는 협회장배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창단 6년 만에 처음으로 입상했다.)

사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 할지라도 농구를 배운 지 겨우 6개월 정도 밖에 안 된 선수가 실전서 제 몫을 다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박성진은 이미 상대가 한, 두 명이 막아낼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또, 이제 막 농구 선수의 길에 접어든 그가 남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될수록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 이상을 보여줄 만큼 스타성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성진은 이제 기나긴 농구인생에 출발점에 서있는 원석이다.

앞으로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 최고의 보석이 될 수도 있고, 평범한 선수로 그칠 수도 있다. 부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재능을 발휘해 흔들리고 있는 한국 여자 농구를 다시 한 번 일으킬 수 있는 선수로 자라길 기대해본다. 또, 한국농구계 역시 이런 보물같은 유망주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더불어 더 발굴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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