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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차다고요? 혼자 숙소에서 울기도 했어요"
- 출처:한국일보|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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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신데렐라 탄생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6월 1일 개봉)로 데뷔한 데 이어 배우생활 평생 가 보기도 힘들다는 칸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까지 밟았다. 1,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박 감독에게 러브콜을 받은 신예 김태리(27). 그는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등 한국영화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였다.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처음 영화를 촬영하는 것이었지만 스스로 주눅들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다부지게 말하면서도 “소심한 성격이라 촬영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혼자 숙소에서 눈물도 훔쳤다”고 털어놓았다.
배우로서는 드물게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교내 연극 동아리를 통해 연기를 배운 김태리는 대학 졸업 이후 2~3년의 극단 생활이 연기 경력의 전부다. 전공을 살리지 않고 연기를 택한 이유도 “재미있고 행복해서”란다. 부모님은 크게 반대를 하지 않았는데, 친척 어른들이 “당장 연극 때려 치우라”고 야단을 하기도 했단다. 그때마다 그는 “동아리 안 가면 친구가 없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연극에 매달렸다.
졸업 이후에는 대학로로 넘어가 극단에 들어갔다. 그러다 2014년 ‘아가씨’ 오디션을 본 뒤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쳐 박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그러나 첫 영화 출연치고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인 귀족 아가씨(김민희), 그녀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과 하녀(김태리)의 관계를 그려내기 위해 일본어는 필수였다. 촬영 전부터 일본어와 씨름하며 대본 연습을 했고, 쪽지시험을 거쳐 박 감독에게 최종 검사까지 받아야 했다. 여기에다 아가씨를 사랑하는 하녀 숙희의 감정까지 표현해야 했다. 농도 짙은 베드신도 신인이 감당하기엔 쉽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호기심이 먼저 발동했다고 한다. “베드신은 (화면상으로)거칠고 날 것 그 자체지만 나중에 음악을 입히고 색 보정을 하면 어떤 장면이 될까 궁금해졌다”고 했다.
당차고 발랄한 성격은 김민희 김해숙 등 선배 배우들과도 잘 어울리는 원동력이었다. “김해숙 선배님은 앞으로 배우로서 견뎌야 하는 것 등 많은 조언을 해줬어요. 하정우 조진웅 선배님은 멀리서 촬영을 하다가도 눈만 마주치면 윙크를 해주셨는데 그게 마음의 위안이 됐죠. 긴장이 사르르 풀어지면서 ‘아, 내가 일원이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난 20일 ‘아가씨’ VIP시사회 때에는 친척들도 초대했다. 양가 할머니께서는 청심환까지 드셨다고. “친척들이 청심환을 사드렸다고 해요. 할머니들께선 ‘잘 봤다’ ‘고생했다’고 말해주셨죠. 앞으로 영화를 많이 보여드리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