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마운드가 달라졌다.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

넥센은 1일까지 투수들의 볼넷 허용이 리그 최하위다. 25경기에서 64개를 내줬다. 이 부문 최하위인 한화가 한 경기를 덜 치르고도 136개를 허용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2배가 넘는다. 리그 평균인 91개보다도 30개 정도가 적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볼넷이 준 것만 해도 대만족이다. 투수들의 생각이 공격적으로 바뀐 것만 해도 그렇다"고 말했다.

지난해 넥센은 볼넷이 적은 팀이 아니었다. 144경기에서 518개의 볼넷으로 이 부문 최다 5위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투수들이 적극적으로 승부에 들어가면서 주자를 걸어 내보내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염 감독은 "하루 아침에 다 얻을 순 없다. 하지만 (신)재영이나 (김)세현이가 팀 방향의 좋은 롤 모델이 되고 있다. 그게 다른 투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선발투수로 깜짝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신재영은 개막 후 30⅔이닝 동안 단 하나의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고척 SK전에서 5회 볼넷을 허용해 기록은 멈췄지만 극강의 컨트롤을 보여줬다. 9이닝당 볼넷이 0.28개다.

올 시즌 마무리로 도약한 김세현도 마찬가지다. 김세현은 6세이브로 이 부문 공동 2위에 오를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12이닝을 소화하면서 걸어서 내보낸 주자가 ‘0‘명이다. 시속 150km의 빠른 직구를 갖고 있지만 컨트롤이 문제였던 만년 꼬리표를 떼어냈다.

염 감독은 "코치가 백번 말 하는 것보다 신뢰가 가려면 어떤 선수의 케이스가 필요하다. 신재영과 김세현이 공격적으로 붙어주면서 간접 성공을 다른 선수들이 보면서 느끼는 게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석에선 그동안 박병호(미네소타)와 강정호(피츠버그) 등의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선수단에 좋은 롤모델이 됐지만 투수에서는 마땅한 기둥이 없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국내 투수 쪽에선 더욱 그랬다.

염 감독은 "공격적으로 피칭하면 수비 실책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며 "점수를 안 주려고 하는 게 문제다. 1점을 안 주려고 하다보면 그게 3점, 4점, 5점까지 된다"고 말했다. 야수들도 투수들의 공격적인 피칭을 반긴다. 넥센 유격수 김하성은 "아무래도 (볼넷이 많아져) 계속 집중하는 것보다 수비를 짧게 하면 도움이 된다"고 반겼다. 넥센의 지난해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20분이었고, 올 해는 이보다 4분이 줄었다. 그 배경에는 줄어든 ‘볼넷‘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