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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호·현수 가도' 영웅은 탄생하고 화수분은 끝이 없다
출처:노컷뉴스|201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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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야구는 대형 선수들이 잇따라 해외로 진출했다. 2012년 이대호(시애틀)를 시작으로 2013년 류현진(LA 다저스), 2014년 오승환(세인트루이스), 2015년 강정호(피츠버그) 등이 일본과 미국 등 더 큰 무대를 향해 부푼 꿈을 안고 떠났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KBO 리그 최초의 4년 연속 홈런-타점왕 박병호(미네소타)와 두산은 물론 국가대표 간판 좌타자 김현수(볼티모어)가 태평양을 건넜다. 일본에서 뛰었던 이대호와 오승환까지 합류하면서 야구 본토 메이저리그(MLB)는 한국 선수들의 르네상스가 왔다.



스타들의 유출에 KBO 리그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이미 KBO 리그는 2013년 류현진이 MLB를 강타하면서 국내에 일으킨 엄청난 신드롬을 경험한 바 있다. 2012년 박찬호(은퇴), 김병현(KIA) 등 해외파 복귀 등으로 평균 1만3451명 정점을 찍은 KBO 관중은 2013년 1만1183명으로 줄었다.

신생팀 케이티가 가세한 지난해는 평균 1만222명으로 최근 5년새 가장 적었다. 이런 가운데 박병호와 김현수 등 리그 대표 선수들이 빠진 올해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KBO 리그는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박병호의 공백을 잊게 해줄 만한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고, 김현수의 빈자리는 금세 잊혀졌다. 관중도 지난해보다 10% 정도 늘었다.

▲신재영, KBO 최초 첫 토종 데뷔 4연승

넥센은 최근 주축들의 잇딴 이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강정호, 박병호 외에 에이스 앤디 밴 헤켄(세이부), 유한준(케이티)도 다른 팀 유니폼을 입었다.

특히 박병호의 공백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됐다. KBO 리그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때려낸 박병호의 이적은 팀 전체 컬러를 바꿀 만큼 넥센에게는 큰 사건이었다.

하지만 넥센에는 새로운 영웅이 나타났다. 타선에서 박병호를 대체하는 대신 마운드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중고 신인 신재영(27)이다. 데뷔전 이후 놀라운 기록 행진을 달리고 있다.

신재영은 23일 LG와 고척 홈 경기에서 5⅓이닝 6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4승째를 따냈다. 지난 6일 한화전 데뷔전 승리 후 4연승이다. 데뷔전부터 4경기 연속 선발승은 국내 선수 중 신재영이 처음이다. 여기에 데뷔전 이후 연속 무볼넷 최다 26이닝 신기록 행진 중이다.

다승 공동 1위(4승)에 평균자책점(ERA) 2위(1.38)다. 팀내 다승 1위, 최다 이닝이다. 신재영은 3위로 상위권에 포진한 넥센 10승(8패1무)의 40%를 책임졌다. 이만하면 박병호의 아쉬움을 달랠 만한 활약이다.

▲오재일-김재환 "김현수 공백 걱정 마"

두산은 원래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다. 좋은 선수들이 끊임없이 배출돼서 얻은 별명이다. 그럼에도 김현수의 공백은 좀처럼 메우기 쉽지 않아 보였다.

김현수는 지난해 141경기 타율 3할2푼6리, 28홈런, 121타점, 103득점으로 팀 최다 홈런, 타점을 올리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현수의 이름이 전광판에 있고 없고는 크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은 김현수 없이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13승4패1무, 10개 팀 중 유일한 승률 7할대(.765) 고공행진 중이다. 팀 타율 2위(.297), 팀 득점 1위(평균 6.39점)다. 김 감독의 걱정이 무색할 지경이다.

민병헌은 팀 최다 홈런(5개), 타점(16개)로 김현수를 너끈히 대체할 만하다. 여기에 허경민(14타점), 양의지, 김재호(이상 13타점) 등이 민병헌과 끈끈한 시너지를 낸다. 타율 1할6푼4리 5타점에 허덕이는 닉 에반스의 부진에도 두산이 잘 나가는 이유다.

특히 두산은 잠웅들이 김현수가 떠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맹타를 휘두른다. 11년차 오재일은 전체 장외 타격 1위(.485)에 3홈런 12타점의 불방망이를 뽐내고 있다. 9년차 김재환은 22일 한화전 만루홈런, 23일 3점포를 터뜨리는 등 닉 에만스의 부진 속에 해결사 노릇을 해내고 있다. 화수분은 그야말로 끝이 없다.

▲한기주-김문호, 감동의 재기와 대기만성

이런 가운데 다른 팀에서는 재기에 성공한 선수들이 속속 나타나며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사연이 많은 선수들이 적잖아 뭉클한 감동까지 주고 있다.

‘10억 팔‘ 한기주(KIA)는 23일 롯데와 사직 원정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지난 2011년 10월 4일 SK전 이후 첫 선발 등판, 그해 9월 29일 두산전 이후 5시즌 만의 감격적인 선발승이다.

시속 158km 강속구를 뿌리는 한기주는 2006년 입단 당시 역대 최고인 10억 원 계약금을 찍었다. 첫 해 10승(11패) 이후 2년 동안 51세이브를 거두며 기대를 충족하는 듯했지만 2013, 14시즌을 통째로 쉬는 등 시련이 찾아왔다. 팔꿈치 인대접합, 오른 손가락 인대 수술에 어깨 회전근 손상 판정까지 받은 한기주는 올해 부활 찬가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 한기주와 맞붙은 2006년 입단 동기 김문호(롯데)는 타율(.475)과 출루율(.543) 전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넥센 불펜 듀오 김세현과 이보근은 각각 골수 백혈병과 군 공백을 이겨내고 세이브(5개)와 홀드(6개) 1위를 달린다.

새로운 스타들과 중고 선수들의 분전 속에 KBO 리그는 올해 개막 22일, 91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23일까지 102만7240명으로 지난해보다 12경기나 빠른 추세다. 고척스카이돔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등 넓어진 신축구장 효과도 적잖았다.

넥센은 목동구장보다 4500명 더 수용하는 고척돔으로 옮겨와 평균 관중이 80%나 늘었다. 특히 23일은 1만7000명 첫 만원 관중이 들어차 신재영의 승리를 축하해 의미를 더했다. 2.4배 관중석이 늘어난 삼성도 평균 관중이 129% 급증했다.

박병호와 김현수 등 정상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KBO 리그는 현재 이를 충분히 감당할 만한 힘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새로운 얼굴, 또 각성한 선수들이 팬들을 꾸준히 경기장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이들이 있어 KBO 리그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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