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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러리 토종’ 프로농구, 실력 탓일까
- 출처:데일리안|201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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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6 KCC 프로농구’ 현재 국내 선수 득점 1위는 안양 KGC 인삼공사의 이정현(평균 16.5점, 전체 10위)이다. 이정현은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득점 상위 10위권 내에 턱걸이하고 있다.
반면 1위부터 9위까지는 모두 외국인 선수들의 몫이다. 득점 1위인 창원 LG의 트로이 길렌워터(26.2점)와 이정현은 무려 10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득점 20위권까지 범위를 넓혀 봐도 국내 선수는 이정현 외에는 겨우 3명(문태영, 김종규, 허웅)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나마 국내 선수들 중 득점 상위권에 오른 선수들도 팀 내에서는 대부분 3~4순위 공격 옵션에 지나지 않으며, 각 팀마다 에이스 역할은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의 몫이다. 정작 국내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들을 받쳐주는 조연에 머물고 있는 것이 KBL의 현 주소다.
올해로 출범 19년째를 맞이한 한국 프로농구에서 한국인 선수가 득점왕에 오른 것은 2009-10시즌의 문태영(당시 21.9점)이 유일하다. 문태영은 한국 선수로서는 마지막으로 시즌 평균 20점대를 넘긴(2010-11시즌 22.0점) 선수이기도 하다. 문태영은 해외 무대에서 프로에 데뷔해 귀화혼혈선수로 뒤늦게 한국 무대에 입성한 케이스다.
한국 농구에서 데뷔하고 성장한 선수 중 최고의 득점원은 은퇴한 서장훈이다. 2013년 은퇴한 서장훈은 정규리그 통산 1만3231점으로 KBL 역대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하지만 천하의 서장훈도 현역 시절 단일 시즌 득점 1위는 한 번도 차지해보지 못했다. 다만 국내 선수로만 국한하면 최다 득점을 7회나 기록했으며, 한 시즌 평균 20점을 넘긴 것도 6차례나 된다. 서장훈은 KBL 역사상 보기 드물게 외국인 선수를 제치고 토종 선수로 팀 내 득점 1위이자,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최초의 사례다.
프로 초창기에는 국내 선수들도 종종 외국인 선수 못지않게 빼어난 득점력을 발휘한 사례는 드물지 않았다. 프로 원년인 1997년에는 전희철(23.1점) 정재근(21.1점), 김영만(20.4점), 김상식(20.3점) 등 무려 4명의 선수가 평균 20점대를 넘겼다. 2000-01시즌의 조성원은 평균 25.7점으로 역대 국내 선수 한 시즌 평균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프로 초창기는 지금보다 공격농구가 활성화된 시기로 평균 100점대 득점을 기록하던 팀도 나오던 시절이었다. 이후로도 서장훈이나 방성윤처럼 토종 선수로서 득점 랭킹 상위 10권에 오르거나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비중을 지닌 선수들이 매년 한두 명씩은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국내 선수들의 득점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수비농구가 대세를 이루면서 리그의 평균 득점 자체가 하락하기도 했지만, 서장훈-방성윤 이후 토종 에이스의 맥을 이을만한 대형 선수들이 등장하지 못한 탓도 크다.
특히 KBL은 고질적인 득점력 빈곤 문제를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자 올해부터 외국인 2명 동시출전제의 부활 등을 통해 팀 평균 득점은 다소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외국인 선수들에 국한될 뿐, 국내 선수들의 득점력은 제자리다. 실질적으로 국내 선수들의 공격 비중이나 오픈 찬스에서의 슈팅 성공률 등을 감안하면 과거에 비해 오히려 기량적으로 퇴보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국내 선수들이 마지막 찬스를 책임지며 승부를 결정짓는 모습 역시 점점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 한국농구에는 서장훈이나 허재, 이충희 같은 훌륭한 에이스들이 있었다. 물론 이 선수들은 흔히 1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선수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국내 선수들의 득점력이 예전만 못하는 걸 두고 단지 선수들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이 부족해서라고 치부하는 것은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국내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들의 들러리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는 현 구조 속에서 한국농구에 제 2의 서장훈이나 허재 같은 슈퍼스타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과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