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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81점' 헤인즈 자부심, 그 속의 뼈저린 교훈
- 출처:마이데일리|201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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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1점.
오리온 애런 헤인즈(34)가 KBL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7일 KGC전서 개인통산 7081점을 돌파, 조니 맥도웰(7077점)을 제치고 역대 KBL 외국선수 최다득점자가 됐다. 통산득점 랭킹도 9위서 8위로 뛰어올랐다.
헤인즈는 2008-2009시즌 삼성을 시작으로 모비스 삼성 LG SK를 거쳐 올 시즌 오리온에 입단했다. 벌써 8시즌째 KBL서 뛴다. 맥도웰의 7시즌을 넘어섰다. 통산 358경기에 출전, 맥도웰(317경기)을 제치고 외국선수 역대 최다경기출전을 경신 중이다. 리바운드(2839개-외국선수 3위, 전체 6위), 블록(324개-외국선수 6위, 전체 8위)도 상위권에 올라있다.
헤인즈는 경기 후 당당히 밝혔다. "내가 역대 최고의 외국선수다"라고 했다. 실제 많은 현장 지도자,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부분. 헤인즈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럴만한 이유도 있다. 이 부분은 한국농구가 곱씹어봐야 한다.
▲왜 역대 최고 외국선수인가
헤인즈는 득점 결정력과 스피드가 대단히 뛰어나다. 자신보다 크고 파워가 뛰어난 선수들을 외곽으로 끌어낸 뒤 순간적인 페이크로 제치고 돌파로 득점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외곽수비력이 약한 외국센터들을 상대로 정확한 중거리포로 공략할 줄도 안다. 외곽슈터가 즐비한 오리온에선 상대 골밑 도움수비가 헐거워지는 부분이 있는데, 헤인즈는 이 역시 그냥 놓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추일승 감독은 "속공 상황서 헤인즈의 수비자가 헤인즈처럼 빨리 뛰지 못한다"라고 했다. 속공과 얼리 오펜스에서의 득점생산력이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와 함께 KBL 외국선수들 중 최고수준.
추 감독은 "헤인즈가 역대 최고 외국선수다. KBL 초창기에 뛰어난 외국선수가 많이 있었지만, 그 당시와 지금 각 팀들이 구사하는 전술의 수준이 다르다"라고 했다. 추 감독은 트랩 디펜스(함정수비)를 예로 들었다. 과거에는 트랩을 공격자 앞에서만 시도했다면, 지금은 공격자의 뒤와 옆에서도 시도한다. 그만큼 수비 전술과 테크닉이 발전했다. 쉽게 말해서 15년 전 외국선수의 20득점과 지금 외국선수의 20득점은 순도가 다르다. 그런 점에서 헤인즈의 농구센스와 숱한 KBL 경험, 상황에 맞는 대처는 엄청난 무기다. 추 감독은 "KBL 경험이 많으니 상대 팀과 수비수의 특성에 따라서 공략 포인트를 다르게 가져간다. 굳이 통역 없이도 다 알아듣고 파악한다"라고 했다. KGC 김승기 감독대행 역시 "가장 오래 뛰고 있으니 제일 잘 하는 외국선수가 맞다. 머리로 농구하는 선수다. 지도자의 말도 잘 듣는 것 같다"라고 극찬했다.
헤인즈는 몸매가 호리호리하다. 상대적으로 골밑에서 버텨내는 수비력은 부족하다. 파워가 뛰어나지 않기 때문. 하지만, 이 부분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예측수비와 센스로 최소화한다. 현재 오리온의 경우 골밑 수비력이 뛰어난 이승현이 헤인즈의 수비약점을 상쇄시킨다.
헤인즈의 장점은 단순히 코트에서만 드러나는 건 아니다. 추 감독은 "한 마디로 프로페셔널 하다. 운동하는 시간에는 절대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라고 했다. 8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담배, 탄산음료 등을 멀리한다. 심지어 추 감독은 "생활이 안정됐다. 가정 환경도 좋다. 아내와 아이에게 충실하다. 앞으로 3년은 끄떡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 곧 노장 대열에 접어들지만, 지금의 철저한 몸 관리와 정갈한 사생활을 유지한다면 지금의 위력이 당분간은 변함 없을 것이란 전망. 헤인즈가 자신이 KBL 최고 외국선수라고 자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부심 속의 교훈
이 부분에서 한국농구는 뼈저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종목을 불문하고 스포츠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했다. KBL 역시 올해 불법 스포츠 도박스캔들로 홍역을 치렀다. KBL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았다. 외국선수들 역시 대마초 혹은 폭력사건에 휘말려 불명예스럽게 KBL을 떠난 케이스가 부지기수다. 이들 개개인의 행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코트 밖 사생활이 깨끗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로선수는 경기장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말하면 된다. 농구선수는 당연히 코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인정 받는다. 그 누구도 성인들의 코트 밖 사생활을 터치할 권리가 없다. 하지만, 그 좋은 경기력의 원천은 코트 밖에서의 준비에 달려있다. 그런 점에서 헤인즈의 철저한 사생활과 충실한 준비는 한국농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경쟁력 향상도 평상시에 개개인들의 철저한 준비가 첫 걸음이다.
KBL과 WKBL에는 수년간 기량이 정체된 젊은 선수가 많다. 수년간 지적 받았던 약점을 보완 및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 중 대부분은 코트 밖에서 성실하게 땀을 흘린다. 그럼에도 자신의 기량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경기를 준비하고 훈련하는 방식과 내용을 재검토해봐야 한다. 헤인즈는 타고난 기량과 센스에 철저한 분석, 지도자들의 조언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최소화했다. 처음에는 "저렇게 말라서 버텨내겠나"라는 비아냥을 받았지만, 끝없는 노력으로 극복해냈다.
이 대목에서 코트 밖에서 성실하게 땀을 흘리지 않고, 사생활이 정갈하지 않으며,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선수들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애당초 프로페셔널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헤인즈가 단순히 운이 좋아서 7081점을 넣으며 장수한 게 아니다. 자신이 역대 최고 외국선수라는 자부심은 KBL에서 8년간 치열하게 살아온 노력과 연구 그리고 헌신의 결정체다.
지금은 은퇴한 서장훈이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목 보호대를 차고 온갖 욕을 먹으며 처절하게 해서 이 정도(1만3231점)했다. 그렇게 했어도 끝나고 나니 잘 했던 것보다 아쉬웠던 게 더 많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전설들의 대기록이 한국농구에 남긴 교훈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