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리즈를 지배한 이대호(33·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향후 거취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문 이대호는 조만간 일본 잔류 혹은 미국프로야구(메이저리그) 도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3일 국내에서 열리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느 정도 의사 표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 여론은 국내선수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꽤 부정적이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그랬다. 메이저리그 입성 전까지 성공 여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 컸다. 하지만 강정호가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치르면서 여론도 한순간에 돌아섰다.

여전히 국내 여론은 인색하다. 이미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박병호(넥센 히어로즈)와 손아섭(롯데 자이언츠)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를 보인 오승환(한신 타이거즈)까지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박병호에 대한 기대 평가는 후한 편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그동안 메이저리그 도전을 한 국내선수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대호는 오히려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정작 이대호는 일본 잔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여론은 메이저리그행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왜 이대호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이 클까.

이대호는 지난 2011년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에 오르며 KBO리그를 평정한 뒤 일본 진출에 나섰다. 이후 일본 무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이대호는 올해 정규시즌과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 영입 이후 일본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고, 이대호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한국에 이어 일본 무대까지 제패한 엄청난 위업이다.

외국인 타자가 일본 무대에서 성공하기는 상대적으로 싶지 않다. 일본프로야구만의 색깔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 정면승부보다는 타자의 약점을 파고드는 까다로운 변화구로 승부하는 경향이 짙은 무대다. 거포가 살아남기 힘들다. 또 텃세도 만만찮다.

하지만 이대호는 4년 만에 일본 무대마저 평정했다. 이대호의 타고난 천재적 타격 재능과 타격 스타일 때문이다.

이대호의 최대 강점은 단지 파워 히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거구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유연성으로 부드러운 스윙을 한다. 힘에 의존하지 않는 정확한 타격은 이대호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고 밀어치기도 능하다.

이대호에게 강속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 무대보다 오히려 더 많은 홈런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일본 무대를 통해 변화구 적응력까지 완전히 익혔다. 약점을 최소화시킨 이대호는 상당히 매력적인 타자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됐다.

이대호의 오랜 꿈은 메이저리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미 검증된 이대호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현실적인 몸값 가치도 다르다. 소프트뱅크에서는 이대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금전적으로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프리미어 12 야구대표팀에 합류를 서두르고 있는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중에는 메이저리그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도 없었고 하지도 않았다”며 “향후 거취와 관련된 문제는 에이전트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맡겨 두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대호의 향후 거취 문제는 답보 상태다. 이대호가 3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본 잔류 혹은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의사를 명확히 밝힌다는 보장도 없다. 이대호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