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경력자들의 위엄은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2015-16 KCC 프로농구‘ 시즌 초반 한국농구에 익숙한 경력자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로드 벤슨(원주 동부)-애런 헤인즈(고양 오리온)-트로이 길렌워터(창원 LG)-리오 라이온스(울산 모비스)-리카르도 라틀리프(서울 삼성) 등은 모두 한국무대에서 짧게는 1~2년, 길게는 4~5년 이상을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올해부터 KBL에서 새롭게 도입된 장-단신 제도의 변화 속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구관들은 변함없이 구단들의 부름을 받았다.

이들 경력자들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리를 비운 시즌 초반 에이스로서 팀을 이끌며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실제 득점과 리바운드 등 주요 부문 상위 기록들도 주로 경력자들이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이번 시즌 KBL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단신 외국인 선수들은 아직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안드레 에밋(KCC), 조 잭슨(오리온스) 등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단신 선수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1인 출전제 하에서는 장신들에 비해 활용도가 한정돼 있다는 평가다.

경력자 효과를 가장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 바로 동부와 오리온이다.

동부는 강력한 포스트플레이를 자랑하는 로드 벤슨을 재영입해 트레이드 마크였던 동부산성을 재건했다. 벤슨은 이미 11-12시즌 동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어서 동부의 스타일에도 이미 익숙하다. 기존 경력자 선수 중 친정팀으로 돌아온 것도 벤슨이 유일하다.

특히 동부는 전자랜드와 함께 국가대표 선수들의 차출로 인한 전력누수가 없다. 김주성과 벤슨이라는 높이의 양대축이 건재하다보니 전력이 안정될 수밖에 없다. 벤슨은 개막이후 3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하는 등 20.3점, 13리바운드로 맹활약중이다.

KBL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애런 헤인즈의 득점력도 여전하다. 헤인즈는 평균득점이 29.3점으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역시 올해부터 오리온의 유니폼을 입은 슈터 문태종과의 호흡도 인상적이다.

필요한 순간에 득점을 올려주고 승부처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은 물론 동료들의 활용하는 이타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이다 보니 오리온이 추구하는 빅포워드 위주의 농구에 최적화된 선수다. 오리온은 헤인즈의 활약을 앞세워 개막 3연승의 휘파람을 불고 있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초반 국가대표 선수들의 차출 공백과 승부조작-불법도박 파문에 연루된 선수들의 징계 등으로 인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 가운데 일부 팀들은 엔트리조차 채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올시즌에는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초반부터 거세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한국농구의 특성이나 선수들에 대한 파악이 끝난 경력자 선수들이 더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경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