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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퍼슨 vs 길렌워터 싸움
출처:마이데일리|20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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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퍼슨과 길렌워터의 싸움이다.

원점으로 돌아간 LG와 오리온스의 6강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돌이켜보면 주득점원 데이본 제퍼슨과 트로이 길렌워터에 의해 좌우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퍼슨이 24점 17리바운드를 기록한 1차전을 LG가 잡았다. 길렌워터가 37점 9리바운드를 기록한 2차전은 오리온스가 가져갔다.

승부는 단편적이지 않다. 세밀한 상대분석과 극심한 체력, 정신력 싸움이 뒤섞인 플레이오프는 변수가 많다. 단순히 1~2명의 활약으로 쉽게 승부가 갈리는 건 아니다. 하지만, LG와 오리온스의 6강 플레이오프 결론은 제퍼슨과 길렌워터다. 두 팀의 시스템상 그렇게 돼 있다. 아무리 경기내용이 좋더라도 서로 두 사람을 못 막으면 승산이 낮다. 두 팀은 경기를 거듭하면서 제퍼슨과 길렌워터에 대한 조금씩 다른 봉쇄법을 들고 나올 것이다.

▲제퍼슨도 사람이다

제퍼슨은 KBL 2년차. 지난 두 시즌간 KBL에서 뛴 모든 선수 중 제퍼슨보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없었다. 러시아리그 득점왕답게 차원이 다른 클래스를 선보였다. 일부 농구관계자들은 "여기서 뛸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엄청난 탄력, 유로스텝을 비롯한 특유의 현란한 풋워크. 지난 2년간 마음 먹고 나온 제퍼슨을 제대로 막은 팀은 없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조차 "도저히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1차전이 그랬다. 제퍼슨을 평범한 수비로 막는 건 힘들다는 게 입증됐다. 심지어 김종규에게 무리하지 않고 빼주는 패스까지 돋보였다.

제퍼슨도 사람이다. 농구는 개인의 의지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제퍼슨도 의지력이 최상일 때 아무도 막지 못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무너질 때도 있다. 1차전서 제퍼슨에게 속수무책으로 뚫린 오리온스는 2차전서 제퍼슨에 대한 봉쇄법을 바꿨고, 주효했다. 트로이 길렌워터나 리오 라이온스가 아닌 힘이 좋은 이승현에게 제퍼슨을 맡긴 것. 상황에 따라 다른 국내선수가 순간적으로 제퍼슨을 막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매치업 상대는 이승현이었다. 그가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제퍼슨을 최대한 괴롭힌 뒤, 제퍼슨이 특유의 스텝으로 골밑으로 들어갈 때 길렌워터가 더블 팀을 붙는 수비법을 택했다. 길렌워터 역시 강한 집중력을 보여줬다. 결국 제퍼슨은 막혔다. 22점을 올렸으나 승부처에서 순도높은 득점이 많지 않았다. 1차전과는 달리 이타적인 모습도 없었다.

눈 여겨 볼 건 후반전 경기력. 전반전에 비해 눈에 띄게 집중력이 떨어졌다. 체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고, 오리온스의 끈적한 수비에 심리적으로 짜증이 났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렇게 되면서 제퍼슨이 수비에도 에너지를 쏟지 못한 것. 이는 길렌워터의 폭발로 이어졌다. 제퍼슨은 그렇게 수비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경기에 대한 응집력이 뛰어날 땐 골밑에서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보여준다. 1차전서 제퍼슨의 골밑 수비는 좋았다. 하지만, 2차전서는 공격이 풀리지 않으면서 수비마저 느슨해졌다. 결국 길렌워터에게 많은 점수를 내줬다. 오리온스의 의도대로 풀렸다.

▲밀리지 않는 길렌워터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길렌워터를 두고 "골 넣는 재주만큼은 독보적"이라고 했다. 오리온스의 개막 8연승을 이끌 때만 하더라도 제퍼슨을 능가할 테크니션이라는 전망까지 들렸다. 하지만, 시즌 초반이 지나면서 기복이 심해졌다. 외곽 공격을 좋아하는 성향이 국내 포워드들과의 밸런스를 깨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길렌워터의 파괴력은 제퍼슨보다 미세하게 밀린다는 결론이 났다. 또한, 오리온스가 리오 라이온스를 영입한 뒤 출전시간을 양분하면서 길렌워터의 임팩트는 시즌 초반만 못했다.

그런데 막상 6강 플레이오프 뚜껑이 열리자 양상이 다르다. 길렌워터는 제퍼슨과의 매치업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1차전서 길렌워터는 제퍼슨에게 판정패했다. 많은 점수를 내줬다. 그러나 길렌워터도 1차전서 18분29초간 17점을 올렸다. 출전시간 대비, 결코 적은 점수가 아니었다. 인상적인 건, 길렌워터가 제퍼슨을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는 점. 오히려 2차전서 힘이 좋은 크리스 메시를 상대로 공격하는 데 애를 먹었다. 오히려 제퍼슨을 상대로 많은 1대1 득점을 올렸다. 오리온스가 2차전서 제퍼슨을 괴롭히면서 제퍼슨은 자연스럽게 수비 집중력마저 떨어졌다. 그 사이 길렌워터는 경기 내내 강력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오리온스는 시즌 막판 상승세를 타면서 길렌워터, 라이온스, 국내선수들의 이상적인 공격 밸런스를 찾았다. 이때 길렌워터가 달라진 건 외곽에서 겉도는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는 점. 라이온스가 외곽에서 효율적인 움직임을 찾아가는 것과는 달리 길렌워터는 골밑에서 시즌 초반의 파이터 기질을 되찾았다. 그 효과는 이번 6강 플레이오프로 이어졌다. 최근 컨디션도 라이온스보다 더 좋은 듯한 모습. 오리온스가 제퍼슨 봉쇄법을 바꾸면서 재미를 본 것처럼, LG 역시 길렌워터에 대한 봉쇄법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수비에서 메시 활용도를 약간 높이는 것도 대안 중 하나.

고양으로 장소를 옮기는 3~4차전. 결국 제퍼슨과 길렌워터의 싸움이다. 두 사람의 힘 대결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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