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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태인과 구자욱, 그리고 감독의 뜀박질
- 출처:이데일리|201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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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는 전쟁이 예고돼 있는 프로야구 팀들의 준비 과정이다. 선수들을 이끌고 가야 하는 감독들에게는 스트레스의 시작을 뜻한다.
하지만 감독들이 모든 정신을 선수들에게만 집중할 수는 없다. 감독에겐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감독에겐 손님 맞이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각종 미디어는 물론이고 지역 관계자들과 팬들을 상대할 때도 가장 앞에 서야 한다. 이건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비로 연습경기가 취소된 24일 오후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 류중일 삼성 감독은 ‘삼성 돔’에서 훈련중이던 선수들을 뒤로 한 채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그의 말 속에선 통합 4연패 감독다운 여유와 관록이 느껴졌다.
그러던 중 잠시 이야기에 틈이 생기자, 그는 습관처럼 선수들을 돌아보곤 했다. 그 동작에서도 서두름이나 조급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 선수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오자 갑자기 돔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주위에 실례하겠다는 말도 없었을 정도였다. 그가 남긴 말은 “어, 절마(저 선수) 뛸 수 있네”가 전부였다.
류 감독을 놀라게 한 선수는 바로 채태인이었다. 채태인이 러닝 훈련을 하는 모습에 그는 잠시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도 잊었던 것이다.
류 감독은 채태인에게 물었다. “너 뛸 수 있는거냐?” 급하게 뛰어 들어 온 감독을 보고 놀란 채태인은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번쩍 뜬 채 이렇게 답했다. “아닙니다. 지금 이게 전부인데요.” 류 감독은 그제서야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돌아섰다.
이번 삼성 캠프의 최고 히로인은 단연 구자욱이다. 방망이 치는 재주에 대해선 이미 인정을 받은지 오래다. 연습경기서도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류 감독도 채태인에게 뛰어가기 전 까진 구자욱을 최대 수확이라고 꼽았다. 언론 보도만 따라간다면 구자욱은 채태인의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은 물론, 모든 포지션 플레이어들에게 위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류 감독에겐 채태인의 부상(무릎 수술 후 재활 중)이 좀 더 중요한 문제였다. 그 답지 않은 서두름이 그 증거였다.
류 감독은 “구자욱이 좋은 재능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진짜 시즌에 들어가서도 잘 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미 검증을 받은 기존 선수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일단 우리 팀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려면 기존 선수들이 잘해줘야 한다”며 “채태인의 러닝이 중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타격 능력은 검증이 끝난 선수지만 뛰는 양이 적으면 순발력이 떨어지면서 타격에도 지장을 받는다.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자욱이 좋은 선수라는 점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구자욱은 검증과 수비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김용국 삼성 수비 코치는 “치는 건 32살인데 수비는 아직 22살”이라고 구자욱을 평가했다. 타격 능력은 빼어나지만 딱 자신의 자리라고 말할 수 있는 수비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구자욱만 믿고 시즌에 들어갈 수 없는 이유다.
스프링캠프는 기회의 땅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땅에 발을 디뎠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는 없다.
구자욱이 아무리 좋은 재능을 보여준다해도 아직은 ‘아픈 채태인’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다.
과연 구자욱이 써가고 있는 또 하나의 스토리가 어떤 결말을 짓게 될 것인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