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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한 박태환 '통렬한 반성' 필요하다
- 출처:데일리안|201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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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보이’ 박태환(26)의 금지약물 복용을 둘러싼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검찰은 지난 6일, 박태환에게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을 투여해 체내 호르몬 변화를 일으킨 병원 원장 김모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도핑 파문을 불러온 주사 투약 경위가 고의가 아닌 진료 의사 부주의로 판단한 것.
검찰에 따르면, 김 원장은 지난해 7월29일 금지약물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함유된 ‘네비도(Nebido)’의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주사를 놓았다.
당시 박태환은 도핑 문제에 대해 물어봤지만 김 원장은 주사제 이름이나 성분,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은 채 “남성 호르몬은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그걸 보완해주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답변으로 박태환을 안심시킨 뒤 네비도 주사 4㎖를 투여했다.
지난 달 박태환 소속사 팀GMP가 해당 병원과 병원 원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이뤄진 이번 검찰 수사의 결과로 박태환은 고의로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검찰 수사 결과는 과연 국제수영연맹(FINA)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과거 사례와 최근 경향을 종합했을 때, FINA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도핑과 관련한 기본적인 관리 책임이 선수 자신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박태환이 현역 스포츠 선수로서 부상 치료의 목적이 아닌 건강관리의 목적으로 약물을 투여하는데 동의했다는 사실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서도 밝혀졌듯, 박태환이 네비도 주사를 맞게 된 경위는 부상 치료가 아니라 ‘남성호르몬 보완’이었다.
수영과 같이 특별한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신체적 능력과 경기 기술을 통해 기량을 겨루는 종목의 선수가 몸 상태 관리와 신체적 능력 향상, 그리고 그에 따른 경기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할 일은 오로지 훈련과 정상적인 식품의 섭취를 통한 필요한 영양소의 공급이어야 한다.
그 이외에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도하는 그 어떤 행위도 ‘부정행위’라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박태환이 그 목적이 무엇이었든 부상 치료가 아닌 그 이유로 병원을 찾았다면 그것은 분명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것이고, 도핑과 같은 부정행위의 위험과 유혹에 스스로를 노출시켰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부분이 박태환 도핑 사태의 본질이며, 이와 같은 사안의 본질은 검찰 수사나 그 어떤 여론몰이로도 가려지지 않는 것이다.
‘몰랐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국내용 항변이다. 그나마도 박태환의 신분이나 본분, 그리고 사안의 본질을 따져보면 결코 억울할 일도 아니다.
참고로 지난해 국가대표 수영선수 김지현은 도핑 양성 반응으로 자격 정지 2년의 징계를 받았다. 당시 담당 의사는 김지현에게 처방한 감기약에 금지 성분이 있는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태환의 사안과 김지현의 사안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억울한지 따져보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 하지만 몸이 아파 필요한 약을 처방 받은 김지현 쪽이 입장에 따라 억울하다면 더 억울하다.
오는 27일 스위스 로잔에서는 박태환의 도핑 문제를 다룰 FINA의 청문회가 열린다. 박태환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도핑 문제에 관해 소명해야 한다. FINA 관련 규정에 따르면, 고의성이 없거나 처음 도핑 검사에 적발됐을 경우 최대 2년까지 자격정지의 징계가 내려지지만 ‘선수에게 중대한 책임이나 과실이 없는 경우’에 한해 징계기간이 절반으로 경감될 수 있다.
FINA에서 내려질 징계의 수위가 어떤 수준이든 박태환이 명예로운 현역 은퇴 무대로 계획하고 있던 ‘2016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은 사실상 좌절된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결격사유) 6항에는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태환이 ‘천운’으로 FINA로부터 징계를 피해 내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해도 밝혀진 사실 만으로 이번 사안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박태환이 그 동안 쌓아온 명예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박태환이 여전히 ‘2016 리우 올림픽’ 출전을 통해 명예로운 은퇴를 꿈꾸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계획을 바꿀 필요가 있다. 스포츠 선수로서 철저히 자기관리를 하지 못한 데 대한 통렬한 반성과 무엇이 진정한 명예회복의 길인지 고민해야 한다.
반성과 명예회복은 박태환 개인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수영 역사는 물론 스포츠 역사에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할 선수를 방치하다시피 한 수영계와 체육계가 이번 사안에 대한 더 큰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