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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승준 "욕 들어도 행복...실력으로 보이겠다 "
- 출처:OSEN|201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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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년 5월 8일.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 소속 트리플A 구단 에드먼턴 트래퍼스에는 송승준(35)이 뛰고 있었다. 당시 특급 유망주였던 송승준은 감독으로부터 메이저리그 승격 날짜까지 받아놓은 상황이었다. 흥분된 마음으로 선발 등판했던 송승준은 경기 도중 펜스 직격 안타를 쳤고, 내야땅볼 때 병살을 피하고자 2루에 들어갈 때 손을 높게 들다가 송구에 오른 손목을 맞았다. 진단결과는 골절상.
송승준은 당시를 떠올리며 "야구하면서 가장 힘들었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어버이날이라 ‘경기 끝나면 부모님께 메이저리그 승격한다고 말씀 드려야지‘라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결국 부상을 당하면서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차라리 경기 전에 말씀드릴 걸 하는 마음에 회회도 엄청나게 했다"고 말했다.
그랬던 송승준을 일으킨 건 박찬호의 조언. 송승준은 "박찬호 선배님이 ‘앞만 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야 한다‘고 자주 격려해주셨다. 매일 밤 울면서 박찬호 선배님한테 연락했고 덕분에 난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 2. 2014년 내내 송승준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데뷔 후 가장 적은 24경기에 등판, 122이닝을 소화했고 8승 11패 평균자책점 5.98에 그쳤다. 동계훈련도 제대로 못 치렀던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못채웠고 시즌 내내 힘겹게 야구를 했다. 게다가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까지 함께 추락했다. 팬들은 부진에 빠진 송승준을 두고 ‘외모에만 신경쓴다‘, ‘이제 늙었다‘, ‘역시 새가슴이다‘ 라며 비난했다.
송승준은 그래도 참는 수밖에 없었다. "팬들께서 오해하시는 부분도 많았지만 따로 해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작년에 왜 야구가 안 됐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만 하다보면 입으로 야구하는 놈이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냥 묵묵이 운동하다가 그라운드에서 야구를 보여주면 팬들도 마음을 돌리실 것"이라는 게 송승준의 생각이다.
이처럼 송승준의 야구인생은 평탄치만은 않았다. 미국무대 진출 후 메이저리그 승격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사건이 터져 무산됐다. 2007년 한국무대 복귀 후에는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선발투수로 활약했지만 작년 가장 부진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그렇지만 송승준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송승준은 애리조나 롯데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데, 후배들도 버거워하는 훈련 스케줄을 척척 소화하고 있다. 투수 송승준이 살아있다는 걸 실력으로 다시 보여줄 생각이기 때문에 지난 겨울부터 철저하게 몸을 만들었다.
힘들었던 한 해를 보낸 송승준이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오뚝이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사실 그는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팀 성적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팬들의 비난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래도 빨리 털고 일어날 수 있었던 건 미국에서의 힘들었던 시간 덕분이라고 말했다.
송승준은 1999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하며 태평양을 건넜다. 당시를 떠올리며 송승준은 "지금 최고구속이 당시 평균구속이었다. 공에 회전도 많이 걸렸다"고 말한다. 좋은 공을 던졌던 송승준이지만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번번이 메이저리그 승격이 좌절됐고, 결국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을 통해 한국무대에 복귀했다. 송승준은 "미국에서 힘든 경험을 많이 한 덕분에 지금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고 복기했다.
지난 해 시즌이 끝난 뒤 송승준은 일본 돗토리 월드 윙 트레이너 센터에서 훈련을 했다. 친구 봉중근을 비롯해 몇몇 투수들과 함께 찾았는데 송승준은 "작년 부진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작년 송승준은 딱히 아픈곳이 없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구속도 평소보다 1~2km/h 정도만 덜 나왔을 뿐이고, 볼넷이 많지도 않았지만 타자들은 그의 공을 쉽게 공략했다. 그 원인을 찾아 일본으로 향했던 송승준은 답을 찾았다. 그는 "코야마라는 트레이너에게 2009년 3연속 완봉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투수‘라고 말하더라. 그리고 작년 동영상을 보여주니 ‘지금 공을 던지는 방법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야구에 대해 전혀 모른다던 코야마 트레이너는 내 몸을 보고 ‘등 근육이 잘 발달한 투수인데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공에 회전이 안 걸리는 것‘이라며 강점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주더라"면서 "그러고보니 난 습관적으로 공을 다르게 던지고 있었다. 이번에 일본에 다녀오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따라서 올해 목표는 ‘투수 송승준의 원래 공‘을 던지는 것이다. 송승준은 "작년 내 영상을 보니 공을 던지는 기본적인 틀까지 모두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던지니 야구가 안 됐던 것"이라며 "10승, 선발 30번 이런 성적들은 내 공을 던지기만 한다면 저절로 따라오는 것들이다. 올해 내 목표는 원래 내 공을 던지는 것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성적이 좋지 않으니 팬들의 마음도 급격히 식었다. 그렇지만 송승준은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는 팬들에게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송승준은 "팬들에게 욕먹는 걸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야구 선수라는 직업은 잘할 때 칭찬받고 못할 때 욕먹는 거다. 날 욕하는 팬들도 롯데를 사랑해서 그러시는 걸 잘 안다. 기대를 하다보니 비난하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은퇴하면 이런 욕 듣지도 못하는데, 지금 마운드에서 이런 욕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그리고 욕을 듣다보면 실력으로 그 말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고싶다는 오기도 생긴다"고 말한다.
프로야구 선수에게 비난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사람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송승준은 ‘팬들의 욕도 달게 듣겠다‘는 쪽이다. 프로야구 선수로 살아오며 고난과 아픔이 많았던 송승준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이제 남은 건 마운드 위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