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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혜정, 하루 엄마와 여배우 경계선 위에 서다
- 출처:뉴스1코리아|201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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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하루 엄마‘라는 수식어로 대중과 가까워진 여배우 강혜정.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그의 모습은 우리네 엄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온 강혜정은 이번에는 누군가의 엄마로 분했다. 리얼리티 예능 속 강혜정 이미지의 확대 재생산이 아닐까 하는 우려는 그와 마주한 순간부터 불식됐다. 여배우 강혜정이 돌아온 것이다.
강혜정은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상호/이하 개훔방)에서 어린 자식들과 함께 작은 트럭에서 살게 된 엄마 정현으로 분했다. 갑작스러운 가족의 몰락 앞에서도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철없는 엄마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강혜정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개훔방‘의 정현과 제 실제 성격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위기에 대처할 때나 고난에 부딪힐 때 외면하거나 더 밝게 웃는 건 누구나 그런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런 면이 있고요. 하지만 기질적으로 정현처럼 철이 없거나 무한긍정 파는 아니에요. 정현은 처음부터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도시락집에서 일했던 건 아니잖아요. 아마 저라면 당장 도시락집에 가서 일했을 것 같아요. 거기서 에이스가 됐을 걸요."
최근에는 강혜정보다 하루 엄마라는 수식어가 대중들에게 더 가까웠다. 한동안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었고, 작품 활동 역시 뜸했기 때문에 여배우 강혜정의 귀환을 바라는 이들의 갈증을 깊어갔다. 강혜정 역시 그런 갈증과 복귀작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영화를 찍는 거라 긴장이 컸어요. 정말 오랜만에 현장 작업을 하는 거고 극 안에서 제가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컸고요. 사람들의 ‘강혜정이 오랜만에 영화 나오는데 어떻게 나올까‘하는 기대에 자유롭지 못한 부분도 있었어요. 촬영 할 때도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매 컷마다 감독님께 괜찮냐고 물었어요."
강혜정을 짓눌렀던 부담감은 촬영이 끝나면서 점차 사라졌다. 스크린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인 그는 워밍업을 마치고 그렇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어떤 기대치를 갖느냐 보냐는 제 역할에 대해 얼마만큼 애정을 갖고 임해야 하는지를 새삼 느끼게 됐어요. 사람들이 제가 맡은 캐릭터를 더 궁금해할 수 있게 표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촬영이 끝나갈 때쯤엔 많은 불안감에서 벗어나 홀가분해졌어요. 정현이라는 캐릭터는 큰 역할은 아니지만 저에게 어떤 깨달음을 줬죠."
실제 ‘개훔방‘서 강혜정은 극을 이끌어가기보단 아역 이레와 함께 발맞춰 걷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분량 역시 아역 배우들과 고르게 나뉘었고, 상대적으로 극 안에서 돋보이기 힘든 작은 역할이었다.
"‘개훔방‘은 자칫 잘못하면 성인 배우들의 비중 싸움으로 끝날 수도 있는 영화죠. 다들 훌륭한 배우들이기 때문에 비중이 이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감독님이 그런 부분에 얽매이지 않았어요. 심지어 저는 제가 찍은 것보다 더 많이 비중이 줄었죠. 하지만 전혀 아쉽지 않아요. ‘개훔방‘속엔 지금 엑기스만 들어있는 거거든요. 어른과 아이들이 적당히 치고 빠지면서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죠."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온 강혜정은 하루 엄마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좀 더 ‘센 캐릭터‘를 택할 수도 있었다. 강렬한 이미지와 캐릭터로 점철된 강혜정의 과거 모습을 팬들은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 하지만 그는 손쉽게 벗을 수 있음에도 굳이 하루 엄마와 여배우 사이의 간극을 규정지으려 하지 않았다. 이미 그는 자신 안의 경계가 명확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하루 엄마라는 이미지가 강한 건 전혀 서운하지 않아요. 내가 내 새끼 엄마라는 게 왜 서운하죠? 배우로서의 욕심과 그런 건 별개에요. 제가 배우로서의 모습만 보이고 싶었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 촬영하는 아침마다 샵에 갔겠죠.(웃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저는 제 안의 배우로서의 일에 대한 정확한 경계선이 있어요. 어떤 이미지가 더 돋보인다고 해서 그게 서운하고 아쉽지 않아요. 또 제가 하루 엄마라는 것도 좋죠. 우리 신랑이 귀여운 것도 너무 행복해요."
행복한 가정을 이룬 강혜정이지만 여전히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묘한 이질감이 묻어난다. 그 모습이 하루 엄마와 여배우 사이의 간극을 만드는 기폭제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동안 작품에서 온전한 가정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저는 외동이거나 소년소녀 가장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약간 세상에 저 혼자 사는 사람같이 느껴진다고도 하더라고요. 예민하거나 카리스마가 있는 그런 이미지가 혼자 세상을 사는 사람이라는 캐릭터와 응집된 거 같아요. 저 역시 독립된 자아를 열망하지만 지금은 온전한 가족이 있고 삶까지 독립적일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강혜정은 자신을 어떤 틀에 갇힌 이미지 안에 한정 짓는 것을 내켜 하지 않았다. 과거 스크린 속 강렬한 이미지부터 푼수 같은 아줌마의 모습까지 모두가 자신의 것이지만 또 언제든 변화시킬 준비가 돼 있었다. 배우 강혜정은 이미 자신의 정한 뚜렷한 경계선 위를 유려하게 노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