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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버풀의 머니볼, 제라드는 떠난다
- 출처:코리아골닷컴|201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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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베니테스 "리버풀은 그저 훌륭한 축구 선수를 잃는 것이 아니다. 구단의 붉은 심장을 잃고 있는 것이다" vs 존 헨리 "실망한 팬들에게 사랑하는 선수가 아닌 우승을 선물하겠다"
리버풀의 영원한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시즌 종료 후 리버풀을 떠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리버풀은 한 시대의 종결을 맞이하고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 예정이다.
제라드가 시즌 종료 후 리버풀을 떠난다. 제라드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결정이다. 리버풀과 작별을 고하는 건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내 가족과 클럽을 포함한 모두에게 있어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느낀다"라며 리버풀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제라드는 리버풀의 단순한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그는 리버풀의 상징 그 자체였다. 만 7세의 어린 나이로 리버풀 유스 팀에 입단한 그는 무려 28년 동안 평생을 리버풀에서만 보낸 선수다. 게다가 비록 프리미어 리그 우승은 없지만 챔피언스 리그와 UEFA 컵을 비롯해 FA컵과 리그, UEFA 수퍼 컵, 그리고 커뮤니티 실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것이 바로 그가 잉글랜드 전통의 명가 리버풀 구단 역사를 통틀어서도 케니 달글리시와 함께 가장 위대한 리버풀 선수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이다. 제라드보다 더 많은 우승을 차지한 선수도 있고, 제라드보다 더 오랜 기간 리버풀에서 뛴 선수도 있지만 제라드처럼 양쪽 모두를 충족시키는 선수는 찾기 어렵다.
이에 과거 제라드와 리버풀에서 동료로 뛰었던 바이에른 뮌헨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는 "나의 영웅, 나의 동료"라는 의미심장한 문장을 SNS에 남겼고, 리버풀의 전설 디트마르 하만 역시 "한 시대의 끝이 온다. 많은 환상적인 순간들을 리버풀에 준 사실에 감사함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심지어 과거 리버풀 감독으로 제라드와 함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달성했던 라파엘 베니테스는 "리버풀은 그저 훌륭한 축구 선수를 잃는 것이 아니다. 구단의 붉은 심장을 잃고 있는 것이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사실 제라드는 과거에도 리버풀을 떠날 기회가 있었다. 특히 2005년 여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며 첼시 이적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리버풀 팬들의 바람을 저버릴 수 없었고, 결국 잔류를 선택했다. 이후에도 AC 밀란과 레알 마드리드, 인테르,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 같은 내로라하는 유럽 명문들이 영입을 제의하고 나섰으나 제라드의 선택은 언제나 리버풀이었다.
그러하기에 영국 정론지 ‘텔레그래프‘는 제라드가 2005년 이후 이적을 선택했을 경우 얻었을 우승 트로피를 그래프로 정리했다. 2005년 이후 리버풀은 FA컵 우승 1회와 리그 컵 우승 1회 밖에 추가하지 못한 데 반해 첼시는 프리미어 리그(2회)와 챔피언스 리그, 그리고 유로파 리그 우승 포함 총 9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즉 제라드가 이적을 선택했다면 제라드 개인의 우승 경력은 한층 화려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리버풀에 대한 충성심을 지킨 제라드이다. 그런 제라드가 이제 와서 리버풀과의 결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리버풀은 제라드에게 1년 재계약을 제의했다. 반면 제라드는 2년 계약을 원했다. 리버풀 구단 수뇌진들은 철저히 실리에 의해 제라드를 판단한 반면 제라드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했다.
존 헨리를 위시한 리버풀 수뇌진들은 제라드에게 1년 연장 계약을 제시하긴 했으나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았다. 명분이 아닌 철저히 실리에 따라 제라드를 판단한 리버풀이다. 제라드의 팀내 위상을 인정하지만 2년 이상 고액 연봉을 지급해야 할 필요성을 리버풀 수뇌진들은 느끼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다.
과거 "투자의 범위는 철저히 계산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던 헨리의 가치관이 제라드와의 결별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즉 최종적으로 결별을 선택한 건 제라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리버풀 수뇌진들에 의해 종용되어진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제라드는 단순한 선수를 넘어 리버풀의 상징적인 존재였기에 제라드의 오랜 동료이자 현재는 ‘스카이스포츠‘ 패널로 활동 중에 있는 제이미 캐러거를 비롯해 많은 영국 현지 축구 관계자들이 리버풀의 태도에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여러모로 제라드와 리버풀의 결별은 보스턴 레드 삭스와 노마 가르시아파라의 결별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공교롭게도 보스턴과 리버풀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인물이 다름 아닌 존 헨리다.
머니볼로 돌풍을 일으킨 빌리 빈 단장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깊은 감명을 받은 헨리는 보스턴 인수 2년 뒤인 2004년, 보스턴의 상징이었던 가르시아파라를 시카고 컵스와 트레이드 하는 강수를 던졌다. 철저히 세이버메트릭션이라는 통계에 입각해 선수의 가치를 판단하고, 가르시아파라를 덕 민케이비츠와 올랜도 카브레라로 맞바꾼 것.
당시 보스턴 팬들은 팀의 선택에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하고 나섰다. 이에 헨리는 "실망한 팬들에게 사랑하는 선수 대신 우승을 선물하겠다"라며 달래기에 나섰다. 그리고 바로 그 해 보스턴은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86년간 이어져오던 지긋지긋한 밤비노의 저주를 깨는 데 성공했다.
이번엔 제라드가 떠난다. 상황은 유사하다. 당시 가르시아파라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제라드는 고연령으로 인해 운동 능력적인 면에서 서서히 하향세를 타고 있다. 게다가 리버풀 역시 1989/90 시즌 우승 이후 24년간 1부 리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과연 리버풀 수뇌진들의 과감한 선택이 보스턴에서처럼 성공으로 재연될 지, 아니면 실패와 함께 리버풀에 더 큰 혼돈을 가져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