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을 코앞에 두고 박주영(29·알샤밥)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대회 직전 2010년 12월 소속 팀에서 득점을 올린 뒤 무릎을 다쳤다. 당시 A대표팀을 지휘하던 조광래 감독은 난감한 상황이었다. 박주영은 A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였다. 새 얼굴의 활약이 절실했다. 구자철(25·마인츠)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여러 전술 시험 끝에 섀도 스트라이커로 낙점됐다. 낯선 포지션이었지만, 놀랍도록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날카로운 패스와 공격가담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기대하지 않은 득점력까지 폭발했다. 5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6개월 전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명단 탈락의 아픔을 말끔히 씻으며 유럽 진출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구자철에게 카타르아시안컵은 달콤한 기억만은 아니다. 우승을 놓쳤기 때문이다. 8강에서 이란을 꺾는 등 승승장구하던 대표팀은 4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3위에 올랐다. 아시아 정상의 문턱에서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구자철은 "4년 전 4강전에서 연장 종료 직전에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지만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패했다. 승부차기에서는 실축을 하기도 했다"며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형들이 끌고 나가면 내 것만 조용히 하면 됐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편하게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지만 팀은 아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제 구자철은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월드컵, 올림픽 등을 두루 경험했다. 유럽 무대를 누빈지도 4년이 되긴다. 볼프스부르크,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 등에서 뛰며 산전수전을 겪었다. 구자철은 4년 전과 이번 대회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했다. 구자철은 "지금은 4년 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경험도 많이 쌓였고 마음가짐도 그때와 다르다"고 했다. 최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두고 남태희(레퀴야)에 밀리는 모습이지만 분명 구자철은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대표팀의 핵심 자원이다. 최전방 공격진이 약한만큼 2선 공격진이 득점에 가담해야 한다. 한방이 있는 구자철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이변이 없는 한 주장 완장도 그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구자철은 "아시안컵은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한국축구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줘야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며 "아시안컵은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 어려운 대회다. 그래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승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개인도, 팀도 웃기를 원하는 구자철의 두번째 아시안컵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