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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록 기리는 KBL 연출력 아쉽다
- 출처:점프볼|20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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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한국시간) NBA(미국프로농구)에서 대기록이 하나 나왔다. LA 레이커스의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36, 198cm)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가지고 있는 통산득점 32,292점을 넘어 역대 득점랭킹 3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조던의 후계자로 불린 코비가 조던의 통산 득점기록을 넘어선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었다. 전 세계 농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코비는 미네소타주 타겟센터에서 열린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경기에서 2쿼터 5분 32초 자유투 2개를 성공시키며 조던의 득점을 넘어섰다.
코비의 득점이 성공되자 레이커스는 타임아웃을 불렀다. 작전을 구상하기 위한 타임아웃이 아니라, 코비의 기록을 축하하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코비의 팀 동료들은 물론 미네소타 선수들도 코비에게 다가와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며 그의 대기록을 축하했다. 경기 중에는 적이지만, 이 상황만큼은 동료로서 그의 대기록을 축하해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코비 같은 대스타의 기록 달성 경기에 같이 뛰었다는 것도 그들에게는 영광이다.
그리고 미네소타 측은 곧바로 코비가 성공시킨 공을 그에게 선물했다. 그에게 큰 기념이 될 만한 공이었다. 상대선수이지만 레전드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 NBA가 이러한 기록을 얼마나 중요시 여기는 지 잘 알 수 있었고, 기록달성의 순간을 어떻게 연출해야 하는 지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코비가 단순히 득점랭킹 3위에 올랐다는 사실보다 마이클 조던이라는 상징적인 선수를 넘어섰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NBA가 이슈를 만드는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스토리로 엮는 노력을 하는 지 잘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체육관의 팬들도 일어서서 박수를 보내며 코비의 대기록을 축하했다. 원정경기였지만, 홈경기 못지않은 환호와 박수였다. 상대선수임을 떠나 대기록이 나왔을 때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성식한 관중 의식도 돋보였다.
KBL에서도 코비와 같은 대기록이 달성됐다. 주인공은 서울 SK나이츠 주희정(37, 181cm)이었다. 주희정은 22일 창원 LG와의 경기에 출전하며 통산 정규리그 9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900경기는 KBL 최초로 나온 대기록이다. KCC 추승균 코치가 가지고 있는 2위 기록(738경기)과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대학을 중퇴하고 일찌감치 프로에 데뷔했으며,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를 뛰어왔기 때문에 나온 대기록이다.
KBL에서 이러한 대기록이 다시 나올 지 장담할 수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오는 특성상 주희정 같은 케이스가 나오기 힘들고, 그만큼 몸 관리를 잘 하는 선수 역시 다시 나오기 쉽지 않다. 주희정은 프로 통산 18시즌 동안 단 10경기만 결장했을 만큼 철저한 몸 관리를 해온 선수다.
하지만 이날 창원실내체육관의 분위기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대기록을 달성했던 NBA와 사뭇 달랐다.
주희정의 대기록과 관련해 어떠한 퍼포먼스도 없었기 때문. 경기를 관람한 관중들도 주희정이 900경기를 출전했다는 사실을 알기가 어려웠다.
주희정이 코트를 밟은 후 작전타임이 됐든 휴식 시간이 됐든 그의 대기록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장내아나운서가 그의 기록 달성을 팬들에게 알리고, 팬들과 상대선수들의 축하가 이뤄졌다면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을 것이다. 단순히 눈앞에 승리보다 오래도록 회자될 KBL 레전드의 기록달성을 기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못 한 것이 아쉽다.
국내 스포츠에서는 이렇듯 스토리를 만들고 연출하는 모습에서 인색하고 서툰 부분이 많다. 원정이기 때문에, 상대팀이기 때문에 제한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고방식이다. 팀 대 팀의 문제를 떠나서 프로농구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경기 승패, 양 팀 간의 기 싸움과는 별개로 KBL 레전드에 대한 대우 차원에서 구단 간의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SK 관계자는 경기 후 “아쉬운 점이 있지만, 원정 경기였기 때문에 부탁을 하기가 애매한 상황이었다. 24일 우리 홈경기에서 900경기 출전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성숙한 경기 문화와 감동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KBL이 분위기를 주도해야 한다. KBL의 주도 속에 구단들이 분위기에 동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후배 선수들도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기록달성에 대한 로망을 품을 수 있지 않겠는가.
프로스포츠에서는 경기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어찌됐든 궁극적인 목표는 팬들을 경기장으로 오게 하고, 프로농구의 상품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렇듯 경기력뿐만 아니라, 대기록을 기리는 퍼포먼스 등 스토리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