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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수와 텍사스의 '수비 고민'
- 출처:김형준 칼럼|201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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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수는 보통 수비력이 가장 떨어지는 외야수에게 주어지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빠른 발과 뛰어난 판단 능력으로 넓은 수비 범위를 담당하는 중견수, 강한 어깨로 1루에서 3루로 뛰는 주자를 막아내는 우익수보다 덜 화려한 좌익수의 수비는 정말로 그렇게 보인다. 배리 본즈(8회 수상)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실제로 ‘분리 수상‘ 이전의 외야 골드글러브는 대부분 중견수와 우익수가 가져갔다.
하지만 좌익수는 우익수보다 더 많은 타구를 처리해야 한다. 타자는 밀어치는 것보다 당겨치는 일이 더 많은데, 우타석의 빈도가 좌타석보다 두 배 정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좌익수는 우익수와 함께 파울 지역까지 소화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 특히 메이저리그는 각 구장의 펜스 모양과 파울 지역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가능하기만 하다면 중견수를 더 선호하는 외야수들도 많다.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에 이어 5번을 쳤던 밥 뮤젤은 당대 최고의 어깨를 자랑했다. 3루수 조 듀건은 뮤젤의 송구 능력에 대해 "100야드(91m) 떨어진 곳에서 공을 던져 동전을 맞힐 수 있을 것"이라는 허풍을 떨기도 했다. 그럼에도 뮤젤은 좌익수로 뛰었다. 양키스의 우익수가 루스였기 때문이다.
루스가 양키스에서 우익수를 맡은 것에는 특별한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 시절 양키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하면(당시는 전경기가 낮경기였다) 좌익수 자리에서는 해를 정면에서 봐야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익수가 해를 정면으로 봐야 하는 구장에 가면 루스는 좌익수로 옮겨 갔다. 루스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한 양키스의 각별한 배려에, 뮤젤은 시즌 내내 눈부심과 싸워야 했다.
메이저리그에도 <루스가 지었던 집>과 비슷한 문제가 있는 구장이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홈구장 글로브라이프파크(전 알링턴볼파크)다. 글로브라이프파크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탓에 다른 구장보다 더 많은 아간경기를 치른다. 반면 역시 ‘고온 구장‘들인 애리조나 체이스필드,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 마이애미 말린스파크는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개폐식 지붕과 에어컨 시설을 가지고 있어 낮경기에 대한 부담이 없다.
오후 7시5분. 야간경기 개시와 함께 좌익수의 악몽도 시작된다. 일몰 직전 경기장의 지붕에 걸린 해가 좌익수의 눈을 강타하는 것. 워낙 강렬한 탓에 선글라스도 소용이 없을 정도다. 이러한 현상은 보통 경기 시작 후 첫 30분 동안 진행되는데 1회초와 2회초 수비를 해야 하는 홈 팀의 좌익수가 더 큰 피해를 입는다. 그리고 이는 추신수(32)에게도 직접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텍사스는 계약이 1년 남은 알렉스 리오스를 우익수에 남겨 두는 대신 7년 계약 선수인 추신수에게 좌익수를 맡겼다. 클리블랜드 시절 우익수였던 추신수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글로브라이프파크의 햇빛이었다. 홈구장에서의 수비 부담은 공격이 흔들리는 결과로도 이어졌다(홈 .214 .319 .321, 원정 .271 .363 .430).
설상가상으로 추신수는 스프링캠프부터 시작된 팔꿈치 통증을 참고 뛰었으며, 부상 후 서둘러 복귀한 탓에 정상적이지 않은 발목으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중견수 레오니스 마틴은 추신수를 돕기 위해 자신의 오른쪽으로 더 적극적인 수비를 했다. 그럴수록 추신수의 수비 지표는 더 나빠졌다. 결과적으로 추신수는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수비 기여도가 6번째로 나쁜 외야수가 됐다.
2014 외야수 수비 기여도 상위(팬그래프)
1. 빌리 해밀턴(신시내티) : 22.0
2. 알렉스 고든(캔자스시티) : 17.9
3. 제이슨 헤이워드(애틀랜타) : 17.3
4. 벤 조브리스트(탬파베이) : 14.4
5. 레오니스 마틴(텍사스) : 13.3
6. 애덤 존스(볼티모어) : 10.2
7. 카를로스 고메스(밀워키) : 7.8
8. 데스몬드 제닝스(탬파베이) : 6.3
2014 외야수 수비 기여도 하위(팬그래프)
1. 맷 켐프(다저스) : -26.5
2. 토리 헌터(디트로이트) : -24.7
3. 덱스터 파울러(휴스턴) : -20.6
4. 대얀 비시에도(화이트삭스) : -17.4
5. 커티스 그랜더슨(메츠) : -17.2
6. 추신수(텍사스) : -16.7
7. 도모닉 브라운(필라델피아) : -14.9
8. 제이 브루스(신시내티) : -13.6
다행인 것은 추신수가 내년부터는 우익수를 맡는다는 것. 1350만 달러 옵션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리오스와 결별을 한 텍사스는 추신수를 우익수로 보내는 대신 조이 갈로(상위싱글-더블A .271 .394 .615 42홈런 106타점)가 올라오기 전까지를 맡아 줄 ‘임시 좌익수‘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리 헌터를 놓친 텍사스는 애틀랜타에서 에반 개티스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추신수는 리오스의 부상 기간 동안 가장 익숙한 자리인 우익수를 맡았는데, 우익수(3.8)로는 좌익수(-23.6)보다 훨씬 나은 수비를 했다(UZR/150 기준). WAR의 대중화 이후 수비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수비력을 보여주느냐는 계약의 성패와 직결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팀 전체가 재기를 해야 하는 텍사스에게도 수비는 중차대한 문제다. 텍사스는 오클랜드의 수비&주루 코치 출신인 론 워싱턴이 감독을 맡은 이후 줄곧 수준급의 수비진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6년간 텍사스의 수비 효율(Defensive Efficiency) 변화는 아래와 같다.
2009 : ML 3위
2010 : ML 5위
2011 : ML 7위
2012 : ML 7위
2013 : ML 6위
2014 : ML 26위
그렇다면 어떤 포지션에 문제가 생겼던 것일까. 포지션별로 런세이브(Defensive Run Saved)의 변화를 확인해 보면 특히 포수/2루수/유격수/좌익수에서 눈에 띄는 수비력 감소가 일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포수 [2013] -1 [2014] -8
일루 [2013] 01 [2014] -1
이루 [2013] 04 [2014] -9
삼루 [2013] -7 [2014] 10
유격 [2013] 14 [2014] -11
좌익 [2013] 11 [2014] -8
중견 [2013] 21 [2014] 07
우익 [2013] -3 [2014] -7
내야는 3루수 애드리안 벨트레(35)가 지난 시즌의 수비 부진을 극복해냈지만,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20)의 설익은 수비와 유격수 엘비스 안드루스(26)의 집중력 저하가 일어났다. 텍사스는 내년에도 같은 내야진으로 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데(존 다니엘스 단장은 주릭슨 프로파가 트리플A에서 시작할 거라고 밝혔다), 올해 부상으로 39경기 출장에 그친 프린스 필더가 1루 풀시즌을 소화할 경우 다른 내야수들의 송구에 대한 부담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야에서 가장 큰 수비력 저하가 일어난 포지션은 ‘데이빗 머피-크렉 젠트리‘에서 ‘추신수-마이클 초이스‘로 바뀐 좌익수였다. 올해 텍사스에서 좌익수로 출전한 8명 중 가장 뛰어난 수비를 선보인 선수는 짐 애두시(29)였는데(특히 애두시는 햇빛과의 싸움을 가장 잘 이겨냈다), 그러나 애두시는 좌익수를 맡길 만한 방망이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168 .239 .228). 반면 타석에서 깜짝 활약을 한 제이크 스몰린스키(25)는 수비가 약하다는 게 문제다(.349 .391 .512). 결국 텍사스는 새로운 좌익수를 구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추신수와 필더의 공격력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수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올해 텍사스의 수비가 흔들렸던 결정적인 이유는 ‘64명 사용‘이라는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운 부상 쓰나미 때문이었다(투수 40명도 신기록). 정신없이 바뀐 라인업 탓에 수비의 유기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추신수와 필더를 영입한 첫 해, 텍사스는 11년 만에 90패를 당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마지막으로 뛰었던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아래 켄 그리피 주니어의 말처럼 텍사스의 새출발도 수비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