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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는 안 돼' 편견 이긴 남기일
출처:인터풋볼|201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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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 배고픔, 무관심은 시민구단의 현재이자 흔한 일상이다. 축구에서 둘째가라면 서럽고 기량까지 갖춘 이들이 단지 챌린지(2부리그)라는 이유로 설움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 이런 설움을 감수하면서 선수들이 이곳으로 향하는 건 단지 축구가 고파서, 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모든 시스템(환경, 연봉, 관중, 관심도)이 클래식과 확연히 차이 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인내하고, 악착같이 한 결과 드디어 결실을 맺기 직전이다. 클래식 승격을 눈앞에 둔 광주FC 이야기다.

올 시즌 개막전 챌린지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던 남기일 감독대행에게 1강을 물었다. 당시 그는 “우리가 우승할 것”이라며 딱 잘라 말했다. 이때만 해도 의아했고, 지나친 자신감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들었다.

광주의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대전 시티즌이 독보적으로 선두를 달렸고,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우승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때 치열한 2위 다툼이 벌어졌다. 광주는 2위 다툼을 벌이는 팀들 중 한 팀에 불과했고, 경기력도 순위도 들쑥날쑥 했다. 남기일 감독대행이 언급했던 우승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윤장현 구단주(광주시장)의 무관심, ‘그럼 그렇지’라는 대부분 사람의 편견까지 광주는 그저 천덕꾸리기였다.

이유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광주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34명 중 5명을 빼고 모두 바꿨다. 남기일 감독대행은 개인의 성향을 하나하나 파악했고,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작업은 시즌 시작 후에도 계속됐다. 기대했던 파비오까지 부상을 당하면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남기일 감독대행의 지도력에 물음표가 붙었고, 광주의 승격 꿈은 멀어지는 듯했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 선수 구성이 완전히 바뀌었었고, 감독님의 스타일이 녹아 들려면 꽤 시일이 걸릴 거라 판단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잘 나타나지 않았고, 걱정한 부분이 사실이다. 직원들뿐 아니라 선수들도 고민하기 시작했던 때가 있었다”면서, “감독님은 그냥 고집불통이시다(웃음). 워낙 감독님이 고집이 세셔서 하고자 하는 건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나도 그런데 선수들은 오죽했겠나. 그때마다 선수들에게 한 말씀 하시더라, ‘그냥 나 믿고 오라고’며. 이제야 마음 편히 털어놓는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조금씩 남기일식 축구가 자리잡아 갔다. 포기란 없었다. 기회는 충분히 찾아올 거라 확신했고, 그 기회를 잡겠다고. 남기일 감독대행의 광주는 시즌 막판 무서운 상승세를 달렸다. 11월 8일 준 플레이오프 진출권의 분수령인 부천FC와의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4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3위 강원FC를 이겨도 2위 안산경찰청 원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산을 넘어도 클래식 11위 팀(경남FC)과 두 경기가 남아 있었다. 특히 올 시즌 안산에 승리가 없었고, 전력이나 체력 등 모든 상황이 불리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광주는 매섭고 견고했다. 실로 클래식을 향한 열망은 엄청났다. 남기일은 배고프고, 간절한 선수들의 마음을 끌어냈다. 지난달 22일 강원을 1-0으로 이기더니 29일에는 안산을 3-0으로 대파했다. 그리고 열린 경남과의 4일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40여 일만에 치르는 홈경기, 클래식과 챌린지의 수준 차를 염려하는 목소리, 역시나 광주의 바라보는 시선은 삐딱했다.

이날 남기일 감독대행은 경기 전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일부 클래식 상위 팀을 제외하고 챌린지와 큰 차이 없다고 생각한다. 1, 2부 어느 팀이든 장단점이 있는 선수들이 고루 섞였다. 어떤 선수를 어디에 두고, 어떻게 기용해 시너지를 내고, 상황에 대처하느냐 이것이 축구 묘미다. 단판전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결론은 골”이라고 강조했다.

분명 광주는 상승세, 경남은 하락세였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이어 서슴없이 상대 단점을 지적했다. “경남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선수들간 불신이 있다. 축구를 해본 사람은 경기 흐름과 선수 개인의 동작만 봐도 이 선수들이 팀인지, 개인인지 구분이 간다. 우리 선수들은 실수를 해도 서로 격려하는 반면, 상대는 질책하고 분위기가 처지더라. 이런 멘탈적인 부분을 역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얘기했다.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됐고 광주는 전체적인 볼 소유, 상대 문전에서 연계 플레이, 세컨볼 등 모든 부분에서 경남을 압도했다. 전반 20분 자고 있던 조용태가 강력한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선 제압했다. 32분 스토야노비치에 실점 했지만, 준비한대로 경기를 차분히 풀어갔다. 후반 3분 상대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은 디에고의 재치 있는 마무리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후 상대가 라인을 올리자 지체 없이 공세를 퍼부으며 경기 막판 쐐기골까지 더해지며 3-1로 승리했다. 내용이나 결과면에서 완벽했다. 1실점이 옥에 티지만.

남기일 감독대행은 “우리는 축구 변방에서 축구중심으로 이동 중이다. 선수들에게 이 부분을 강조했고, 잘 따라줘 좋은 결과를 얻었다. 고맙다”면서, “우리는 점차 단단해지고 있다. 경남은 멘탈이나 경기력에서 문제가 많았다. 실제 경기에서 나타났다”고 긍정적으로 경기를 평가했다.

이어 그는 “누가 봐도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챌린지에 2년 간 있으면서 별의 별일을 다 겪었다. 큰 점수 차로 이기다 역전패 한 경우도 있다. 이때 배우고 느낀 게 지금 와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결코 방심을 없을 거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며 좋은 흐름을 이어 2차전에서도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남기일 감독대행의 말대로 6일 2차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중요한 건 남기일 감독대행과 광주가 그동안 걸어온 길이다. 악으로 깡으로 편견과 맞서며 벽을 허물었다. 이대로라면 광주가 꿈꾸는 클래식 승격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빛고을 광주의 축구, 180분 중 90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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