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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하 없는 KB스타즈, 그들이 사는 법
출처:점프볼|201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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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스타즈, 변연하의 부상으로 큰 위기 맞다

변연하는 24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3쿼터 박태은과 부딪혀 쓰러진 것. 다시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 갔다. 다음 날 서울에서 정밀 진단을 받았다. 결과는 무릎십자인대 부분 파열. 최소한 5~6주 동안 변연하는 코트에 나서지 못한다. 안 그래도 현재 가용 인원이 부족한 KB스타즈로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번 시즌 변연하의 평균 득점은 9.4점이다. 이는 2000년 겨울리그 이후 14년 만의 한 자리 수 득점이다. 때문에 변연하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결코 득점력만으로 변연하를 설명할 순 없다.

지난 1일, KDB생명과의 공식 개막전에서 변연하는 무득점에 그쳤다. 그럼에도 서동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변)연하가 경기 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노련미로 경기를 풀어줄 거라 믿었다. 오늘 경기에선 기록 이상으로 보여준 공헌도가 많다고 생각한다.”라며 변함없는 신뢰감을 나타냈다.

여기서 서동철 감독이 말한 ‘공헌도’란 바로 팀 전체에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이것야말로 변연하의 존재감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주는 ‘안정감’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플레이 측면에서의 ‘안정감‘이다. 변연하의 본래 포지션은 슈팅 가드이다. 그렇지만 종종 포인트 가드 역할도 한다. 팀 공격이 흔들릴 때는 어김없이 변연하가 템포 조절을 하며 잡아준다. 또한,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빈 공간에 있는 동료에게 적재적소에 패스헤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어 준다. 이렇게 하여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어시스트(평균 3.7개)를 기록 중이다.

서동철 감독도 "연하가 리딩 능력도 뛰어나다. 그러기에 상황에 따라 (주전 포인트가드인) (홍)아란이를 대신해 연하에게 포인트가드를 맡기는데 연하가 노련하게 잘 하더라"라며 변연하의 포인트 가드로서의 능력을 인정했다.

둘째, 심리적인 측면에서의 ‘안정감‘이다. 변연하는 어느덧 34세로 프로 15년 차가 됐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라는 것. 기량 또한 이미 수많은 국제 대회와 경기에서 검증됐다.

게다가 프로의식도 철저하다. 시즌 전부터 변연하는 인천아시안게임 후유증에 시달려 왔다. 예전부터 있었던 허리 통증이 악화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번 시즌 예년과 변함없이 매 경기 30분 이상 출전했다. 이에 대해 서동철 감독은 “연하는 언제나 솔선수범한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듯 변연하는 팀 전체에 있어 명실상부한 구심점이다. 동료들은 그녀와 함께하기에 벤치에서나 코트에서나 늘 심적인 안정감을 느낀다.

이런 변연하의 이탈은 동료들에게 있어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24일 삼성에게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KB스타즈 선수들은 기뻐할 수 없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강아정은 “연하언니가 웬만하면 경기 중에 나가지 않는데…”라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평소 보여주었던 쾌활함은 온대간대 없었다. 홍아란도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변연하의 부재로 KB스타즈는 시즌 초반 큰 위기를 맞았다. 그렇다고 치열한 상위권 진입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포기할 수는 없다. 앞으로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며 경기를 치를 것인가. ‘변연하 없이 사는 법‘은 무엇이 있을까.

 

 

▲‘캡틴‘ 정미란, 구심점이 되라

1라운드 KDB생명은 5연패로 꼴찌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이 중 구심점의 부재가 컸다. 이러한 위기에 팀에서 최고참인 신정자(34, 185cm)가 나섰고 선수들은 구심점을 찾았다. 신정자를 중심으로 다시 똘똘 뭉쳤다. 우왕좌왕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자기 플레이를 펼쳤다. 그 결과 경기력이 살아났고, 23일 하나외환에 65-53으로 이기며 지긋지긋한 연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위의 경우는 팀에서 구심점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말해준다. KB스타즈에서는 변연하가 이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당분간 그녀는 재활과 휴식에 몰두해야 한다. 이에 새롭게 구심점을 맡을 이가 필요하다. 누가? 바로 정미란(29, 181cm)이다.

그녀는 원래 KDB생명의 프랜차이즈였다. 2004년 데뷔 이후 2012년까지 강산이 한 번 바뀔 세월동안 KDB생명을 지켰다. 하지만 무릎 부상으로 2008년부터 4년 동안 양쪽 무릎을 4번 수술했다. 경기는 물론,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주변에서 “뛰지도 못하는데 네가 무슨 선수냐?”라는 충격적인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정미란은 굴하지 않았다. 경기나 훈련보다 몇 배는 더 힘들다는 재활을 이겨냈다. 그리고 2012년 봄, 정들었던 구리를 떠나 KB스타즈로 이적했다. 이것은 정미란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동안의 시련을 딛고 재기에 성공한 것. 2012-2013시즌부터 정미란은 KB스타즈의 주축이 되며 부활을 알렸다. 지난 시즌에는 3점 슛 성공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정미란의 KB스타즈 이적 후 활약 *

 2010-2011시즌 (KDB생명)  : 13경기, 평균 13분 52초 출전 4.08득점 2.62리바운드  

 2011-2012시즌 (KDB생명)  :  1경기 출전 후 부상으로 시즌 아웃

 2012-2013시즌 (KB스타즈) : 34경기, 평균 28분 54초 출전 5.85득점 5.18리바운드 

 2013-2014시즌 (KB스타즈) : 35경기, 평균 21분 31초 출전 5.54득점 2.63리바운드

 - 3점슛 성공률 44%(전체 1위)

정미란은 주장으로서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은퇴의 기로에서 자신을 일어서게 한 의지와 노력을 후배들에게 심어주려 노력한다. 이번 시즌 들어 공격력에서 다소 부진해졌지만 여전히 궂은일에 앞장서며 블루워커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에 후배들이 믿고 따라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기에 변연하를 대신해 정미란이 팀의 구심점이 될 자격은 충분하다. KB 선수들이 ‘오뚝이’ 정미란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꾸준해진 강아정, ‘차기 에이스’의 진면목 보여라

최근 서동철 감독은 “우리 팀 특유의 공격적인 농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라며 한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KB스타즈의 경기당 득점은 61점이다. 71.4점으로 득점 1위를 달리던 지난 시즌에 비해 공격력이 확 떨어진 것.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공격에서 제 몫을 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강아정(25, 180cm)이다.

강아정은 평균 11점으로 KB스타즈의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하고 있다. 주무기인 3점 슛에 있어서도 성공 개수 2위(14개), 성공률 3위(40%)로 리그 전체에서 선두권이다. 뿐만 아니라 36분 43초로 팀에서 제일 오래 코트에서 뛴다. 매년 약점으로 지적됐던 기복도 줄어들었다. 예년에 비해 꾸준해졌다.

* 강아정의 이번 시즌 활약 *

11월 1일  對 KDB생명 : 12득점 6리바운드 1어시스트(3점슛 2개)

11월 4일  對 하나외환 :  9득점 6리바운드 1어시스트(3점슛 1개)

11월 10일 對 우리은행 : 11득점 3리바운드 (3점슛 1개)

11월 15일 對 삼성     : 16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3점슛 4개)

11월 17일 對 신한은행 : 11득점 3리바운드(3점슛 1개)

11월 21일 對 신한은행 :  6득점 8리바운드

11월 24일 對 삼성     : 12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3점슛 2개)

11월 27일 對 하나외환 : 18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3점슛 3개)

 

 

지난 2007년,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청소년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강아정은 평균 24.9득점으로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랐다. 득점력에서 이미 고교랭킹 1위였으나, 국내를 넘어 미국, 호주 등 내로라하는 국가들과의 대결에서 득점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활약으로 강아정은 고등학교 선배인(동주여상) 변연하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2의 변연하’,‘ 변연하의 뒤를 이을 재목’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어 그 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B스타즈(당시 KB세이버스)에 지명됐다. 그 후 7년 동안 강아정은  붙박이 주전으로 뛰며 팀의 ‘주포’로서의 영역을 확보해왔다. 명실상부한 KB스타즈의 ‘차기 에이스’ 후보 0순위가 됐다.

변연하가 잠시 자리를 비운 이 시기는, 강아정이 ‘차기 에이스’로서의 진면목을 발휘할 때인 것이다. 자신이 “제가 이번 시즌 가장 많이 뛰는 만큼, 코트 위에서 후배들을 잘 잡아주겠다.”라고 했듯,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격해야 한다. 강아정이 이렇게 해 준다면, KB스타즈는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에 있어서도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심성영·김유경,  포인트가드 자리 채워라

이번 시즌, KB스타즈의 가드 포지션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 시즌까지 포인트가드를 도맡아 하던 홍아란이 슈팅 가드도 맡게 된 것. 홍아란이 슈팅 가드를 맡을 경우, 포인트가드 자리에는 변연하가 들어갔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리딩이 안정적이고 시야가 넓기 때문이다.

이는 변연하, 홍아란에게 있어 윈-윈(win-win)이었다. 변연하는 인천아시안게임의 후유증으로 예전의 득점력을 발휘할 수 없다. 홍아란은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탓에 시야가 넓지 못하다. 그래서 리딩에 부담을 느껴 왔다. 이에 포지션 변화는 서로의 짐을 덜어주는 효과를 주었다.

서동철 감독도 이에 대해 “연하가 아란이한테 자기 포지션을 기꺼이 양보했다. 덕분에 포지션을 바꾸는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었다. 이러니까 외려 아란이가 2번(슈팅가드)에서 더 잘했다. 리딩의 부담에서 벗어나니 코트 위에서 신나 하더라”라며 효과를 인정했다.

하지만 변연하가 전열에서 이탈한 지금, 이 시스템에서 변연하를 대신해 리딩을 할 선수가 있어야 한다. 물론, 홍아란으로 하여금 다시 포인트가드를 맡게 하고, 슈팅 가드 자리에 김보미(28, 176cm)를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보미는 무릎 부상 탓에 올해 초 수술을 받았고 개막 한 달 전에야 팀에 합류했다. 아직 몸이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것. 풀타임 출전이 어렵다.

결국 홍아란이 어떻게든 슈팅 가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적으로 포인트 가드 역할을 할 선수가 요구된다. 그 역할을 할 선수로는 심성영(22, 165cm)과 김유경(25, 168cm)이 제격 이다. 실제로 서동철 감독은 지난 27일 하나외환과의 경기에서 이 두 선수를 부분적으로 투입, 홍아란을 대신해 포인트 가드를 맡게 했다.

서동철 감독은 이 두 선수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27일 경기 전 심성영에 대해서는 “사실 선수들 중 (심)성영이의 컨디션이 가장 좋다. 지난 여름의 컨디션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데 자신감이 올라오지 않은 탓에 연습 경기 때 보여주었던 기량이 나오지 않는다.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선수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유경에 대해서는 “센스가 있다. 저번 삼성과의 경기에서 내보냈더니 외려 자기 할 건 다 하고 들어오더라. 현재 매우 만족스럽다”라고 전했다.

김유경, 심성영이 서동철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준다면, KB스타즈는 가드 포지션을 수월하게 정리하여 경기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KB스타즈에게 변연하의 이탈은 분명 불행이다. 그렇지만 KB스타즈가 똘똘 뭉쳐 슬기롭게 이를 헤쳐나간다면 오히려 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닥쳐 올 수 있는 다른 어려움에 견딜 수 있는 힘을 쌓을 수 있다. 이번에 KB스타즈가 전화위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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