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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포항 "이래서 전북이 우승"
출처:포포투|20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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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CEO, 슈퍼스타, 세계적 석학 등 세상에는 이른바 성공인이 있다. 범인은 그들의 성공 비결을 캐내고 모방한다. 다만 그들보다 못한 나를 통해 그들의 성공 비결을 깨닫는 건 참 서글픈 일이다.



26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이다. 날씨가 풀려 그리 춥지 않았다.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가 K리그 클래식 스플릿A 네 번째 경기를 치렀다. 내년 AFC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두고 직접 경쟁하는 팀간 맞대결이었다. 현장에 취재진이 A매치급 규모로 몰렸다. 그러나 두 팀은 90분간 "이래서 전북이 우승했습니다"라고 노래부를 뿐이었다.

경기 전, 양 감독의 각오가 대단했다. 올 시즌 여섯 번 만나 1승4무1패의 호각지세다. 승점 3점 앞선 포항의 황선홍 감독은 "그 동안 쌓인 것들을 한 번에 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여기에 "전쟁 같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호라 흥미진진이다.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ACL? 포기하지 않았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멋지다. 한판 제대로 붙겠구나.

킥오프 휘슬이 울렸다. 그리고 종료 휘슬이 울렸다. 그렇다. 그 사이에는 90분, 아니 추가시간 4분까지, 아니 그 위에 또 얹혀진 3분까지 총 97분이 있었다. 물리적으로 분명히 존재했던 시간이다. 블랙홀 속으로 파견 갔다 온 사람도 없었다. 그냥 정상적인 97분이란 시간이 대자연의 이치대로 흘렀다. 그런데, 없었다. 아무것도. 정말이다.

‘있었던 일‘을 굳이 몇 가지 뽑아보자. 전반 9분 에벨톤의 오버헤드킥이 크로스바에 튕겼다. 후반 8분 에스쿠데로의 오른발 슛이 골대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갔다. 후반 22분 강수일의 슛을 김용대가 잘 막아냈다. 후반 39분 오스마르의 크로스가 에벨톤을 스치고 김다솔에게 막혔다. 후반 추가시간 들어 포항이 두 명을 교체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끝이다.





물론 양 팀 선수들 모두 열심히 싸웠다. 그들의 땀을 폄하해선 안 된다. 그러나 내용과 결과는 평일 저녁시간을 쪼개 경기장을 찾은 7,636명 대다수를 만족시키기가 어려웠다. 서울은 ACL 출전권을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지만 이번에도 또 골을 넣지 못했다. 골을 넣지 못해 ACL 준결승전에서 탈락했다. 골을 넣지 못해 FA컵 결승전에서 패했다. 아쉽게도 ‘또‘ 골을 넣지 못해 내년 ACL 출전권 획득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원정팀 포항의 내용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유리한 만큼 수비에 초점을 맞춘 쓰리백 전술을 들고 나왔다. 사실상 파이브백이었다. 윙백이었던 신광훈과 김대호는 센터백 3명과 나란히 서서 좀처럼 전진하지 않았다. 김승대와 강수일을 제외한 모두가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명주가 없어서? 최소한 프로축구에선 그런 변명을 하지 말자. 데얀과 하대성의 이름을 아무리 외쳐봤자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는 서울도 마찬가지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실로 이동하면서 동료가 이런 말을 했다. "이래서 전북이 우승을 한 거군." 눈을 번쩍 뜬 심청이 애비의 기분이랄까? 정말 명언이었다. 그렇다. 이날 서울과 포항은 자신들의 부족함으로 챔피언 전북의 우월함을 증명해 보인 셈이다. 전북은 올 시즌 37경기에서 승점 80점을 따냈다. 이날 무승부로 1점씩 보탠 포항과 서울은 각각 58점과 55점이 되었다. 전북보다 22점과 25점이나 부족한 결과다. 그 차이가 뭔지 이날 서울과 포항이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은 아닐까?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황선홍 감독이 먼저 들어왔다. 그는 "무승부도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정의했다. 소극적인 경기 운영에 대해선 "이상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을 거스를 순 없다"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두운 표정으로 바통터치를 한 최용수 감독은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 설레임 등이 우리 팀을 강하게 만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실 최용수 감독과 황선홍 감독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스타플레이어의 공백 메우기는 결코 쉽지 않다. 지금 잉글랜드에서도 ‘리버풀‘이란 조교가 직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서울은 K리그 역대 최고 스트라이커와 아시아 정상급 플레이메이커를 한꺼번에 잃었다. 알다시피 포항에는 외국인 선수가 없다. 지난 시즌의 더블은 솔직히 판타지 가득한 꿈이었다고 해야 옳다. 두 감독에게 2014년의 키워드는 ‘이기기‘보다 ‘버티기‘에 가까웠다.

2014년 11월 26일 두 감독은 참 따분한 경기 내용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젊은 지도자들이다. 우리가 이승우를 보며 기대하듯이 오늘만 갖고서 감독 최용수와 황선홍을 정의하진 않는다. 두 감독 역시 이날 결과를 통해 왜 전북보다 승점이 20점 이상 모자랐는지를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간단하다. 최강희 감독의 팀은 골을 넣은 덕분에 이겼다. 2015시즌, 최용수와 황선홍 두 감독도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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