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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음이 아이돌 꼬리표 떼기까지
- 출처:헤럴드경제|201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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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대사와 막힘없는 감정 처리. 인물에 녹아들더니 금세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고비를 넘기면 또 고비. 눈물이 마를 새가 없다. ‘눈물의 여왕‘에게 떨어진 특명과도 같은 일상이었다. SBS 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 여주인공 서인애 역을 소화한 황정음이 그랬다.
웬만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만 붙는 ‘눈물의 여왕‘ 수식어는 처음부터 허락된 별명은 아니었다. 황정음은 연기를 잘 못하는 배우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기초가 부족했다. 지난 2002년 걸 그룹 슈가로 데뷔해 무대에서 줄곧 노래와 안무만 했던 그다. 그러다 인연이 닿은 드라마가 SBS ‘루루공주‘였다. 발성부터 표현까지 어색함 그 자체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난이 쏟아졌다.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도 연기력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름 앞에는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표현이 따라다녔다.
이후 ‘지붕뚫고 하이킥‘ ‘자이언트‘ ‘내 마음이 들리니‘ ‘골든 타임‘ ‘돈의 화신‘ 등 개성 있는 여러 작품을 거쳐 오면서 절치부심했다. 그러다가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해 최우수연기상을 안겨준 ‘비밀‘을 만나면서 황정음은 날아올랐다. 얄미운 인연이 가져온 운명으로 비극적 삶을 살게 된 한 여인의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배우로서 재평가를 받았다. ‘끝없는 사랑‘을 37회나 달리고 나니 ‘비밀‘에서 쏟아졌던 칭찬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제 황정음은 가수보다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요즘 신예 아이돌이 닮고 싶은 인물로 선정됐을 정도로 성공한 연기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값진 칭찬을 얻기까지 드라마 15편, 영화 4편이나 걸렸다. 햇수로는 10년이 흘렀다. 황정음은 단단한 배우로 서기까지 ‘지붕 뚫고 하이킥‘ ‘내 마음이 들리니‘ ‘골든타임‘ ‘비밀‘이 가져다준 경험이 컸다고 털어놨다.
"아이돌 출신인 데다 연기도 잘 못하니까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어요. 실제로도 꾸중을 많이 들었죠. 그때 울면서 대본만 죽어라 봤어요. 연습하고 또 연습했죠. 그러다가 만난 게 ‘지붕 뚫고 하이킥‘이었어요. 이 작품을 통해 연기를 제대로 알게 됐죠. ‘내 마음이 들리니‘ 할 때에는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감정이 저절로 살아나더라고요. ‘아 눈물이란 진심을 타고 흐르는거구나‘ 하는 걸 처음 알았죠."
"‘골든타임‘을 찍었을 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감독, 작가, 배우가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지나고 보니 그때 아픔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비밀‘을 통해서는 저에게 없는 걸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비밀‘ 이후로 가벼운 소재보다는 생각하면서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나 작품에 끌리더라고요."
‘끝없는 사랑‘도 다른 드라마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어렵고 힘들었기에 마음이 동했다. 황정음이 연기한 서인애라는 인물은 여러 여배우들이 출연을 고사했을 정도로 감정선이 복잡하고 굴곡이 많은 캐릭터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털어놨다.
"‘비밀‘ 때 유정이가 하지 못한 복수를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끝없는 사랑‘을 선택하게 됐어요. 평소 자주 접하기 어려운 법률 용어가 많아서 힘들었어요. 격동의 시대인 1980년대도 경험해보지 못한 때라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인터넷을 참고하면서 공부했어요. 작품을 통해 서서히 인생을 배워가는 것 같아요."
솔직하고 밝다. 황정음을 아는 사람들은 주로 이렇게 평가했다. 사생활도 감출 줄 모르는 솔직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몇몇은 삐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본다.
"저도 악플이나 근거 없는 루머를 들으면 속상해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런데 강력 대응을 하면 아무것도 모르던 분들까지 더 알게 되고, 일이 커질 것 같아서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믿고 기다렸어요. 묵묵히 있으니 정말 시간이 해결해주더라고요."
황정음자신을 오해하는 것에 대해 속상해 하면서도 아픔을 금방 잊는 편인지 곧바로 웃음을 보였다.
"저는 기사 댓글도 다 보는 편이고 시청자 게시판도 챙겨 봐요. 연기에 대한 쓴소리가 많고 가슴 아픈 댓글도 있지만 응원해 주시는 글을 보면 힘이 나요. 정성 어린 충고는 받아들이고 고쳐나가려고 하죠. 제가 생각해도 진짜 ‘멘탈갑‘인가 봐요.(웃음)"
‘루루공주‘부터 ‘끝없는 사랑‘까지 15편의 드라마를 털어낸 황정음. 그가 지향하는 삶은 어떤 것일까. 지금은 어디에 무게를 두고 흘러가고 있는걸까.
"이번 작품하면서 ‘내가 지금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해봤어요. 답은 바로 행복이더라고요. 요즘 너무 가슴 아픈 소식이 많이 들리잖아요. 다들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조그만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사실 예전에는 정말 철이 없었어요. 남에게 부를 자랑하는게 전부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제가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사람들을 더욱 챙기게 됐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더 긍정적으로 변했죠."
배우는 이미지와 연기로 자신을 소비하면서 살아간다. 그런 점에서 아직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한 황정음의 미래가 기대된다. 숨겨둔 연기력과 이야기도 무궁무진하다. 조만간 어떤 캐릭터로 대중과 만나고 싶을까.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칭찬은 연기자에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이순재 윤여정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연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정말 꿈같은 일이죠. 어떤 평가보다 그 작품을 하고 난 뒤 그 캐릭터로 인해 시청자 분들이 행복감을 느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다음 작품에서는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났으면 좋겠어요. 영화도 다시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큰 화면에 제가 나오면 도망칠 공간이 없어서 무섭기만 했거든요. 지금은 다시 스크린에 등장하고 싶어요(웃음). 작아도 강렬한 역할이라면 도전해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