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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시리즈 우승은 누가 하는가
- 출처:김형준 칼럼|201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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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와 캔자스시티가 디비전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후, 매니 액타(전 클리블랜드 감독) 짐 보든(전 신시내티-워싱턴 단장) 애런 분 등이 포진된 ESPN의 대표 전문가 26명은 월드시리즈 우승 팀을 다음과 같이 예상했다.
워싱턴 : 15표
다저스 : 7표
세인트루이스 : 1표
볼티모어 : 1표
디트로이트 : 1표
에인절스 1표
70명이 참가한 ESPN의 전체 투표에서도 샌프란시스코는 가장 적은 한 표를 얻었다(그 한 명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그만큼 샌프란시스코와 캔자스시티의 월드시리즈,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일반적인 예측을 크게 벗어난 것이었다(워싱턴 37표, 다저스 19표, 세인트루이스 4표, 에인절스 3표, 볼티모어-디트로이트-캔자스시티 2표, 샌프란시스코 1표).
어쩔 수 없이 포스트시즌 예상을 해야 하는 9월 말은,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이른바 ‘전문가‘들이 일년 중 가장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시기다. 망신을 피하면 다행이며, 운 좋게 맞히더라도 기억 속에 남기 어렵다.
그렇다면 월드시리즈를 우승하는 팀들은 과연 어떤 팀들일까. 월드시리즈 우승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과연 존재할까. 1995년 애틀랜타부터 올해의 샌프란시스코까지. 디비전시리즈가 정식 도입된 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스무 팀들이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조사해 봤다.
경배하라 그 이름은, Money?
프로 스포츠에서 탄탄한 재정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한다. 연봉으로 많은 돈을 쓴다는 것은 선수층이 두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두터운 선수층은 장기 레이스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대체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의 3분의2는 연봉 총액 상위 10위 내의 팀들이다(물론 올해 다저스와 양키스 다음으로 많은 1억7600만 달러를 쓰고도 ML 22위에 그친 필라델피아 같은 팀들도 등장한다). 그러나 많은 연봉이 포스트시즌에서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난 20년 간 연봉 총액 1위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경우는 네 번밖에 없으며(1996 1999 2000 2009 양키스) 지난 14년 간은 한 번에 불과했다.
올해 연봉 총액 1위 다저스와 2위 양키스는 모두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는데(심지어 양키스는 포스트시즌에도 나서지 못했다) 2002년 이후 지난 13년 간 연봉총액 1,2위 팀이 월드시리즈에 오른 것도 2003년 양키스와 2004년 보스턴, 2007년 보스턴과 2009년 양키스 네 번에 불과하다(물론 최근 세 팀은 모두 우승에 성공했다). 이는 같은 기간 25위 이하의 연봉 총액을 가지고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팀의 숫자와 같다. 2003년 플로리다(25위) 2007년 콜로라도(25위) 2008년 탬파베이(29위) 2010년 텍사스(27위)가 바로 그들이다(물론 최근 세 팀은 모두 우승에 실패했다). 지난 20년 간 월드시리즈 우승 팀들의 평균 연봉 총액 순위는 중상위권이라 할 수 있는 7위(올해의 샌프란시스코가 바로 7위다). 적당히 많이 쓰는 팀들이 우승에 성공한 사례가 더 많았는데, 팜과 외부 영입의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진 팀들이라 할 수 있다.
최근 WS 우승 팀의 연봉총액 순위(준우승)
2001 애리조나 : 08위 (양키스 01위)
2002 에인절스 : 15위 (자이언츠 10위)
2003 플로리다 : 25위 (양키스 01위)
2004 보스턴 : 02위 (카디널스 11위)
2005 시삭스 : 13위 (휴스턴 12위)
2006 카디널스 : 11위 (타이거스 14위)
2007 보스턴 : 02위 (콜로라도 25위)
2008 필리스 : 12위 (탬파베이 29위)
2009 양키스 : 01위 (필리스 07위)
2010 자이언츠 : 10위 (텍사스 27위)
2011 카디널스 : 11위 (텍사스 13위)
2012 자이언츠 : 08위 (타이거스 05위)
2013 보스턴 : 04위 (카디널스 10위)
2014 자이언츠 : 07위 (로열스 19위)
정규시즌 성적 〓 포스트시즌 성적?
최초 정규시즌에서 리그 1위를 한 팀은 4승만 더 거두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었다(잠깐 9전5선승제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1969년 리그 챔피언십시리즈가 도입되면서 7승으로 늘어났고, 1985년 챔피언십시리즈가 5전3선승제에서 7전4선승제로 바뀌면서는 8승이 됐다. 1995년부터 디비전시리즈 탄생하고 다시 11승(와일드카드 팀은 12승)으로 늘어나면서, 정규시즌 1위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지난 20년 간 정규시즌에서 ML 전체 1위를 차지한 24팀(공동 1위 포함) 중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팀은 단 네 팀(1998년 양키스, 2007년 보스턴, 2009년 양키스, 2013년 보스턴).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경우도 준우승 5팀(1997년 클리블랜드, 1999년 애틀랜타, 2003년 양키스, 2004년 세인트루이스, 2013년 세인트루이스)을 포함해 9팀뿐이다.
특히 올해 월드시리즈는 89승의 캔자스시티(ML 7위)와 88승의 샌프란시스코(8위)가 맞붙으면서 사상 최초의 80승 팀 격돌로 진행됐는데, 이로써 샌프란시스코는 2006년 세인트루이스(83승) 1987년 미네소타(85승) 2000년 양키스(87승)에 이어 네 번째로 적은 정규시즌 승수(단축시즌 제외)로 우승한 팀이 됐다.
정규시즌 80승대 WS 우승 팀(준우승)
2006 카디널스 : 83승 (타이거스 95승)
1987 미네소타 : 85승 (카디널스 95승)
2000 양키스 : 87승 (뉴욕메츠 94승)
2014 자이언츠 : 88승 (로열스 89승)
1959 다저스 : 88승 (시삭스 94승)
1945 타이거스 : 88승 (시컵스 98승)
1926 카디널스 : 89승 (양키스 91승)
그렇다면 정규시즌 1위 팀들이 월드시리즈 진출조차 버거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1위 팀들은 9월 중순이 되면 속도를 줄이며 페이스 조절을 하게 되는데, 한 번 줄였던 속도를 다시 높이기가 쉽지 않다. 이에 오히려 마지막 순간까지 전력질주를 했던 팀에게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올해 정규시즌 최다승 팀인 에인절스(98승)는 심지어 시애틀을 밀어주는 여유까지 보였는데, 오클랜드와 12회 연장 혈투를 치르고 올라온 캔자스시티에게 완패를 당함으로써 역대 최초로 디비전시리즈를 3연패로 탈락한 정규시즌 1위 팀이 됐다.
지난 20년 간 월드시리즈 우승 팀은 평균적으로 94승을 올렸고, 평균적으로 ‘메이저리그 4.5위‘를 차지했다.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한 것도 아니지만 적당히 긴장감을 유지한 팀들의 우승 가능성이 높았다(물론 올해 94승을 기록하고 ML 4위에 올랐던 다저스는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하지 못했다).
42.195km 마라톤을 뛰기 위해 만드는 근육과 100미터 달리기에 필요한 근육은 분명 다르다. 그렇다면 마라톤을 지켜보면서 누가 단거리를 잘 뛸 수 있는지를 찾아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우승의 열쇠는 수비와 주루플레이?
올 가을 캔자스시티가 던진 화두는 <야구의 근본으로 돌아가라>였다. 물론 팀 전체 이닝의 3분의1에 가까운 40.1이닝을 5자책으로 막아내며 3승/6홀드/7세이브(노블론) 평균자책점 1.12를 기록한 에레라-데이비스-홀랜드 불펜 트리오의 활약이 눈부셨지만, 출루 또는 진루를 막아내는 강력한 수비와 한 베이스를 더 만들어내는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는, 그동안 장타 위주의 ‘빅 볼‘이 대세였던 메이저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수비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준 팀은 캔자스시티 만이 아니었다. 양 리그의 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른 네 팀, 캔자스시티(4위)와 볼티모어(6위) 세인트루이스(2위)와 샌프란시스코(10위)는 모두 수준급 수비를 자랑한 팀들이었다(이하 부문별 순위는 팬그래프 WAR 기준).
그렇다고 우승 팀들의 수비가 모두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 ‘5년 간 4회 우승‘ 시절의 양키스는 결코 수비를 잘하는 팀이 아니었으며(1996년 25위, 1998년 20위, 1999년 26위, 2000년 27위) 2004년 보스턴(29위)과 2009년 양키스(24위) 2011년의 세인트루이스(20위)도 하위권의 수비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86년 만의 우승으로 밤비노의 저주를 깼던 2004년의 보스턴은 수비 29위와 주루 30위로 올시즌의 캔자스시티와는 정반대의 팀이었다(대신 보스턴은 각각 ML 2위에 해당되는 강력한 공격력과 마운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스턴은 시즌 중 유격수를 노마 가르시아파라에서 올랜도 카브레라로 바꾸고 ‘수비형 1루수‘ 덕 민케이비치를 영입함으로써 수비력을 많이 끌어올리고 가을야구를 시작했다.
주루 순위는 수비력보다도 관련성이 더 떨어졌다. 올시즌의 샌프란시스코(21위)를 포함한 20개의 우승 팀 중 10팀이 주루 능력에서 20위 이하의 순위를 가지고 있었다. 흔히 ‘머니볼‘이 포스트시즌에서 실패한 이유 중 하나로, 발 느린 오클랜드 선수들이 주루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2001년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제레미 지암비가 슬라이딩 없이 들어오다 데릭 지터의 ‘더 플립‘(The Flip)‘에 당한 장면을 그 예로 든다. 하지만 2001년의 오클랜드는 주루 플레이를 못 하는 팀이 아니었다(ML 11위).
한편 주루 능력이 메이저리그 최하위였던 2004년의 보스턴은 시즌 중반 다저스에서 33도루/1실패를 기록 중이었던 데이브 로버츠를 영입했다. 그리고 로버츠가 성공시킨 ‘더 스틸‘(The Steal)은 7전4선승제 유일의 리버스 스윕이 탄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20년 간 수비와 주루가 가장 강력했던 우승 팀은 두 부문에서 모두 ML 1위에 오른 2008년의 필라델피아였다(공격 11위, 마운드 16위). 그리고 지난 20년 간 두 부문에서 모두 10위 내에 든 팀 또한 2008년의 필라델피아가 유일하다(2010년 샌프란시스코 수비 1위, 주루 3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