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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를 건 김영기 총재의 위험한 도박
출처:스포츠조선|2014-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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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을 완화한 ‘FIBA 룰‘의 전면적 도입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사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부터 몸싸움에 대해서는 완화되는 움직임이 있었다.

현장과 농구팬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일단 끊이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첫번째 변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판정이 경기에 개입될 여지를 최소화했다‘는 최대장점이 있다. KBL은 너무 늦게 몸싸움에 대한 완화정책을 폈다. 답답할 정도로 느린 변화였다.

올 시즌 KBL 김영기 총재의 폭탄선언과 KBL의 ‘광속결정‘만 없었다면 프로농구는 희망이 있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호재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김영기 총재의 ‘득점력이 곧 만족도‘라는 논리, 더 나아가 ‘외국인 선수 2명 허용‘에 대한 결정은 어이가 없다.

‘득점력이 곧 만족도‘라는 논리는 너무나 비상식적이다. 농구라는 종목의 본질을 부정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현장과의 소통은 전혀 없었다. 모든 감독들과 농구관계자들이 반대한다. 유재학 감독은 "올스타전이 재미있을까"라는 명확하고 간단한 반론도 있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농구의 흥미도를 높히는 것은 복합적이다. 강한 몸싸움과 승부에 대한 치열함, 그리고 수준높은 기술이 결합되어야 한다. 김 총재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면서 기계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가 애초에 주장했던 ‘8초 룰(8초 안에 파울을 하면 추가 자유투를 주는 제도. 현장의 거센 반대로 철회됐다)‘은 총재의 수준을 의심케 한다. 오랜 경험을 가진 KBL 총재 입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말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올 시즌 강한 몸싸움은 필요없다. 득점력을 저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공격수의 찬스가 줄어든다. 게다가 극심한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슈팅 성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득점력 상승에 상충되는 부분이지만, 현장에서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농구의 흥미를 높힐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KBL이 ‘2명의 외국인 선수 허용‘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득점력을 높히기 가장 간단하면서도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국내농구의 토양이 파괴되는 부분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테크니션 가드들이 들어오면서 기술이 떨어진 국내 가드들에게 자극을 주려는 의미"라고 애써 포장한다. 현장의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하지만 김 총재를 비롯한 KBL 고위 수뇌부들이 정말 프로농구를 책임질 적합한 그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미 2명의 장, 단신형 외국인 선수 제도가 시행된 적이 있다. 각 팀은 대부분 유명한 ‘맥도웰형‘의 외국인 선수를 앞을 다퉈 뽑았다. 골밑 강화로 인해 팀 전력이 그만큼 안정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수년간 실행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여기에 대해 KBL은 "또 다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이 마저도 현장의 혼란만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그동안 1997년 프로농구 출범부터 수많은 외국인 선수제도의 변화가 있었지만, 딱 맞는 이상적인 제도는 없었다.

KBL이 갈팡질팡할 때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감격으로 농구장을 찾는 팬들은 다시 떠나간다. 외국인 쿼터제가 늘 경우, 장기적인 한국농구의 토양확대와 발전은 멀어진다. 이 부분은 매우 심각하다. 당장 내년 단신 파워포워드가 들어올 경우, 올 시즌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승현 같은 선수는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팀 승리의 확률을 높히기 위해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아마농구는 직격탄을 맞는다. 아시안게임에서 극적인 우승을 한 뒤 유재학 감독은 "이란, 필리핀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경쟁국은 반드시 전력이 강해진다. 우리도 거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유소년의 체계적인 지도자 발굴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추상적이고 장기적이고 먼 얘기같다. 하지만 지금 한국농구 상황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쿼터확대는 유망주 토양을 전폭적으로 줄이는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농구에 미래가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KBL은 국제경쟁력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다. 김 총재 역시 시즌 전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구체적인 대책은 없다"고 했다. 그런 의지 자체가 없다. 현 시점에서 대중이 농구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프로농구가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강한 국제경쟁력이 대안에 가장 가깝다. ‘외국인 쿼터제 확대‘ 제도는 극과 극의 문제다.

그런데도 KBL은 왜 강행할까. 김 총재의 맹목적인 신념때문이다. 현장과의 소통도 없이 독단으로 결정했다. 외국인 선수 확대와 같은 중요한 결정은 당연히 현장과의 긴밀한 대화가 필수다.

그러나 KBL은 이 제도를 강행하면서 감독자 회의에 별다른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 감독은 "우리도 모르고 있었다. 감독자 회의에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제도변화를 언급하는 말이 한 차례 나왔지만, 의견을 묻는 것은 없었다"고 했다.

그들은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2000년대 단신의 덩치형 파워포워드들이 득세하면서, 한국농구는 피폐해졌다. 2m대의 포워드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가드들은 오직 ‘패스 셔틀‘로 전락했다. 감독능력의 잣대는 오직 좋은 외국인 선수의 선발과 거기에 따른 운영에 국한됐다. 이런 부작용들이 결합되면서 한국농구는 아시아권에서도 삼류로 전락했다.

한국농구는 다시 도약하려는 중요한 시기다. 좋은 신예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호재도 있다. 그런데 KBL 김영기 총재는 ‘노욕‘을 부리고 있다. 그에게 직언할 KBL의 인물들도 없다. 이미 외국인 선수 2명 출전은 결정됐다.

김 총재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그의 베팅은 ‘한국농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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