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단하다. 가장 압도적인 투구였다.”

이제서야 오승환(32·한신 타이거즈)의 진가를 일본이 알아보고 있다. 오승환이 일본 진출 첫해부터 가을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3일 연투에 포스트시즌 전경기 등판이다. 정규시즌까지 따지면 10경기 연속 등판. 한신의 가을을 확 바꾸고 있다.

한신이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는 오승환의 결정적 활약을 등에 입고 파이널스테이지 3연승을 질주했다. 한신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 3차전에서 4-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3연승과 함께 시리즈 전적을 3승1패로 만들었다. 일본시리즈 진출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오승환은 팀이 4-2로 앞선 8회 2사 1,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8회 올라온 한신 네 번째 투수 마쓰다 료마가 2아웃까지 잘 잡았지만 무라타 슈이치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낸 뒤, 호세 로페즈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위기 상황이 됐다. 오승환은 급한 불을 끄러 마운드에 올라가 프레데릭 세페다와 상대하게 됐다. 세페다에게 직구만 6개 던진 오승환은 결국 좌익수플라이로 세페다를 처리하고 상황을 종료시켰다.

9회는 더욱 무시무시한 투구를 보였다. 선두타자 이바타 히로카즈를 5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으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이어 상대한 타자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을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쳤던 초노 히사요시. 하지만 오승환은 돌직구 3개로 가볍게 초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제 남은 타자는 이날 홈런을 기록한 가메이 요시유키. 오승환 초구 투심으로 가메이의 헛스윙을 유도하면서 도쿄돔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후 계속된 직구 승부로 2B-2S. 오승환의 5구째 148km 직구를 가메이가 잘 공략했고, 외야 좌중간으로 향했지만 중견수 야마토가 몸을 날려 잡아내며 이날 경기는 마무리 됐다. 투구수는 19개였다.

오승환이 세이브를 거두는 순간 일본 취재진과 관계자도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시즌 막판 5일 연속 등판, 6경기 연속 등판하며 한신을 2위로 이끈 일등공신이 오승환이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히로시마와의 퍼스트스테이지부터 전경기 등판해 무실점으로 역투하고 있다. 오승환이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며 한신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야말로 한신 분위기는 파죽지세다. 한신팬들도 8회 또는 9회만 되면 오승환을 외친다. 오승환은 신과 같은 존재다.

일본 기자들은 “정말 대단한 피칭이다. 도대체 몇 경기까지 연속해서 나올지 궁금해진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중간에 휴식일이 있었지만 정규시즌부터 이날까지 10경기 연속 등판이다. 한신에서는 2007년 후지카와 규지(시카고 컵스)가 10경기 연속 등판했다. 오승환이 후지카와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후지카와를 넘어설 일만 남았다. 한신은 1승만 더 거두면 일본시리즈 진출을 확정짓는다. 오승환은 18일 4차전도 대기한다. 팀이 이기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올라간다는 자세다. 한 일본 기자는 “마무리 투수로서 오승환이 보여준 책임감은 한신은 물론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 중 단연 최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