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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단 반대한 개선, 소통 충분했나?
- 출처:점프볼|20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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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을 4일 앞둔 한국농구연맹(KBL)의 2014-2015시즌 현장 분위기는 개막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2015-2016시즌부터 시행될 외국선수 제도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KBL은 6일 이사회를 통해 2015-2016시즌부터 외국선수에 대해 2,4쿼터에 한해 2인 출전이 가능하도록 손질했다. 사실 외국선수 제도 변화는 너무 자주 바뀌어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다만 남자농구 국가대표선수들이 링거까지 맞아가며 투혼을 발휘하며 분위기를 띄워놓은 지 불과 3일 만에 찬물을 끼얹는 발표가 나와 아쉬울 따름이다. 대표선수들 소속팀 감독들은 "눈빛에서 절박함이 묻어났다"라고 말했고, 실제로 대표선수들 중에는 대회를 치른 직후 통증 및 체력 저하를 호소하거나, 혹은 ‘큰 과제‘를 해냈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어진 나머지 몸살에 시달리는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외국선수 제도의 발표는 현장 분위기를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그 목적이 ‘고득점을 통한 흥행‘이라는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 현장도 걱정했던 문제
취재결과, 외국선수들의 출전은 KBL 사무국장 회의에서도 반대 여론이 있었고, 그 소문을 들은 감독 및 농구인들조차 우려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이사회에 안건이 상정되기 위해서는 사무국장 회의를 거쳐야 한다. 일단, 이 과정에서 반응이 시큰둥했다. A구단 사무국장은 "장단신 제도에 대해 논의한 뒤, 출전시간에 대한 안건이 올라왔다. 그러나 찬성보다는 반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B구단 사무국장의 말도 비슷했다. "굳이 찬성하자면 한 쿼터 정도, 4쿼터는 외국선수들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으니 2쿼터 정도로 제한하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은 했지만, 얼마 안 가 두 개 쿼터로 강행됐다"라고 말했다.
감독들도 우려하긴 마찬가지였다. 감독들이 경기인 출신 총재에게 기대했던 것은 ‘재미있는 농구‘와 ‘흥행‘이 맞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저변을 확대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원했던 것도 사실이다.
프로농구 감독은 주어진 자원으로 최선의 성적을 내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다. 외국선수 2명을 써서 생각해온 전술을 쓸 수 있고, 그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런 그들조차 반대와 우려를 드러냈다는 것은, 부작용이 얼마나 큰 지 이미 겪어봤기 때문이다. 몇몇 감독은 자녀들이 아마추어 무대에서 농구를 해왔기에 피부로 체감하는 현실은 더 클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일 소공동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현장에서도 대다수 감독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루 뒤인 7일 이 문제에 대해 C구단 감독에게 다시 묻자, 그는 "총재 취임 당시부터 그런 분위기가 감지됐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실행하기에 앞서 산적해있는 과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불안하다. 아마추어 저변이 더 시급한데…"라고 답했다.
이처럼 반대 여론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도 변경은 강행됐다. 한 관계자는 "총재께서 강경하셨다"라고 답했다.
# 신장 제한, 너무 순진한 생각
사실, 신장 제한을 통해 단신 선수가 영입된다는 말이 나왔을 때만 해도 반대 여론이 거세진 않았다.
아래는 점프볼 매거진이 취임 당시 김영기 총재와 가진 인터뷰다.
"그 시절 외국선수 중 기억에 남는 선수가 누구냐 물으면 대다수가 작은 선수들 이야기만 한다. 제랄드 워커 같은 테크니션들 말이다. 지금은 장신 선수들만 뛰고 있지 않나? 장신 선수들에게만 의존하는 농구는 관중들에게 재미를 주기가 어렵다. 오로지 큰 선수에게 패스를 주고 해결을 바란다. NBA도 비슷한 문제점을 겪었다. 게다가 우리는 속공마저 안 나온다."
내용만 보면 틀린 말은 별로 없다. 우리 선수들보다 기술이 나은 선수들과의 경쟁은 분명 도움 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운이 따르면 단테 존스 같은 빅 스타가 나와서 몇 개월 화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193cm의 신장 제한은 실효성이 없다. 신발 벗고 193cm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다. 한 관계자는 "리카르도 포웰도 193cm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고, 한 에이전트는 "일이 좀 많아지겠지만, 포스트에서 뛰어줄 그 정도 신장의 트위너는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KBL 트랜드나 매치업을 생각해봤을 때 구단들이 193cm에 맞춰 순진하게 가드를 찾을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두 선수가 함께 뛴다면? 국내선수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KBL은 외국선수 출전 시간을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그들의 평균득점 비중을 30%대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KBL 초창기만 해도 외국선수 득점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곧 40%대를 유지했고, 자유계약선수들이 왔던 2005-2006시즌에는 48.2%까지 올랐다. 당시의 부작용으로 인해 국내선수들의 역할은 크게 위축되고 평균 실력도 저하됐다. 이제는 판을 깔아줘도 답답한 농구만 나온다.
하지만 필자는 이를 과도기라 본다. 비록 구단 평균득점이 크게 떨어졌고, ‘재미없다‘는 반응이 나오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농구인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공식 석상에서 감독들의 입에서 선수들의 할리우드 액션과 ‘아쟁이‘를 양산하는 심판 판정, 그리고 몸싸움 문제가 거론되는 등, 이제야 간신히 지도자들이 그런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다.
WKBL이 초등학교 클럽팀들을 일본에 보내고, 중학교 대표선수들을 미국의 스킬 트레이너에게 보내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중고농구연맹이 계속해서 해외연수를 통해 지도자들의 시각을 바꾸고자 하는 부분도 마찬가지.
반대로 KBL은 이런 기류를 역행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국내선수 발전이 없으니 다시 외국선수들로 그걸 덮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 결정을 고(故) 이성구 선생 이래 한국농구의 가장 큰 어른으로 존경받아왔고, 그래서 총재로 추대된 김영기 총재가 내렸다는 사실도 놀랍다. 당장 2015년부터는 정책이 바뀌어 KBL, WKBL에 내려가던 스포츠토토 유소년 관련 지원금도 줄거나 끊어질 수 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이에 대한 대책은 논의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소통이 더 필요한 문제
외국선수 2명의 동시 출전이 가져올 문제는 단순히 선수 한 명이 더 뛰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당장 아마추어 농구 현장에서도 불만과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
점프볼은 지난 14년간 프로농구는 물론이고, 전국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농구경기의 90% 이상을 소화했다. 심지어 초등학교 농구대회와 어머니 농구대회, 실업농구 현장도 빼놓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갈수록 아마추어 저변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왔다. 더 이상 학생들이나 농구동호인들에게 프로농구 선수는 우상이 아니다. 농구선수를 하겠다는 학생은 줄고 있으며, 그나마도 학교에서 농구부에 대한 대접이 시원찮아지고 있다.
물론, 냉정히 말하면 이 부분은 KBL 수장이 신경 써야 할 일은 아니다.
위에 언급한 부분은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 최명룡 대학농구연맹 회장, 박소흠 중고농구연맹 회장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KBL은 프로농구만 제대로 신경 쓰면 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아마는 프로의 젖줄‘이라 말하는 입장에서 학원스포츠의 현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단순히 ‘흥행‘을 목적으로 외국선수 출전시간을 늘린 것은 유감이다. 조사에 따르면 총재 및 집행부가 아마농구 현장을 찾은 것은 KBL이 자체적으로 개최한 유소년클럽대회가 전부였다. 총재 취임 후 개최된 대회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대학리그를 비롯해 현장을 둘러보고 피부로 느낄 기회는 많았다.
경기력을 위해 모셔온 총재는 맞지만, 총재의 업무가 그것에 국한되진 않을 것이다. 총재라면, 그리고 이사진이라면 외국선수 1명을 늘려서 가져올 효과까지 다 검토했어야 맞다.
단순히 경기만 생각한다면 아마추어 스포츠와 다를 바 없다.
단적인 예로 지난 KBL 집행부는 ‘12분 쿼터제‘가 사무국장 회의는 물론이고, 농구계 전반에 걸쳐 반대 여론이 많아지자 TF 팀을 꾸려 의견을 수렴했다. 여기에는 농구인을 비롯해 방송, 언론인, 마케팅 관계자까지 참가했다. 결국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고 ‘12분 쿼터제’는 없던 일이 됐다.
2011년 12월에도 외국선수 제도 개선과 관련해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 앞서서는 구단을 상대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WKBL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현 WKBL 명예총재)이 WKBL 총재 취임식에 앞서 TF 팀 형식의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본인의 정책을 펼치기에 앞서 경기, 홍보, 마케팅, 아마추어 농구 발전, 국가대표팀 등을 주제로 장기간 연구를 맡겨 의견을 수렴했다. 방열 현 대한농구협회장이 당시 위원장을 맡고, 프로농구단 단장과 대학교수, 선수, 해설위원, 기자 등이 참가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의 처우 개선이 이뤄지는가 하면, 국가대표팀 운영의 토대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처럼 어차피 2015-2016시즌을 위한 개선이 목적이었다면, 좀 더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했어야 맞다.
그는 지난 인터뷰에서 "의사결정은 ‘상향식‘이 되어야 한다. 내가 아닌 KBL 구성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KBL의 비전을 밝힌 바 있으나, 아직은 일방통행의 관습이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아직 많이 늦지 않았다.
우선, 국내선수들은 외국선수가 굳이 2명이나 같이 뛰지 않아도 경기가 충분히 재밌다는 것을 보이고 입증해줬으면 좋겠다. FIBA 룰 도입에 발 맞춰 팬들이 지적해온 안 좋은 습관을 버리고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 된다.
총재와 KBL 역시 시간이 남은 만큼, 그 효과를 조금 더 면밀히 분석하고 재검토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