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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홈런 세리머니와 병역 문제
출처:스타뉴스|201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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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대만의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전 1회, 국가대표 유격수 강정호(넥센)는 초반 기선을 제압하는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1회말 공격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이어진 대승을 예고하는 홈런이었다. 결국 한국은 대만에 8회 콜드게임(10-0)으로 승리해 조1위가 확정됐다.

강정호는 홈런을 친 뒤 오른 손으로 한국 덕아웃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해 눈길을 끌었는데 경기 후 인터뷰에서 ‘군 미필자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구 대표팀에는 13명의 군 미필자들이 포함돼 있으며 금메달을 따면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된다. 다음 대회인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남아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병역 미필 선수들이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자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강정호는 2010년 미필자의 신분으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홈런을 기록하는 등의 활약을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병역 부담이 없는 처지인데도 병역 혜택이 절실한 국가대표 동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군 미필 선수들 위한 홈런 세리머니’는 자제하는 것이 옳았다. 프로선수들의 참가가 허용된 아시안게임이고 이미 올림픽에서부터 스포츠를 생계의 수단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는 ‘아마추어리즘’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상대 국가대표팀을 자극하는 행동은 스포츠맨십에 어긋나고 주최국인 ‘한국야구국가대표팀’ 답지 않다. 그것도 팽팽하게 진행되는 상황의 경기 중 후반이 아니라 1회 아웃카운트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5-0을 만드는 홈런이었다.

이날 경기를 해설한 삼성의 국민타자 이승엽은 ‘국가대표는 희생’이라고 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기 위해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이다.

1997년으로 기억한다. 당시 LA 다저스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하던 박찬호와 라커룸에서 얘기를 나눌 때 우연히 병역 문제가 나왔다. 병역 의무를 마치지 못한 선수에게 정말 예민한 부분이어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禁忌)인 주제였다. 당시 IMF로 시련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큰 희망을 주었다. 직장을 잃고 거리를 헤매던 분들도 그가 선발 등판하는 날에는 삼삼오오 TV 앞에 모였고 메이저리그의 스타들을 삼진으로 잡아 낼 때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 시간만큼은 팍팍하고 고단하기만 한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박찬호는 병역 의무에 대해 ‘조국의 명예를 빛내기 위해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분들에게 국가가 무엇인가 해줬으면 좋겠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고 해서 나는 더 큰 보람을 느끼며 자부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이에 대해 ‘희생과 헌신은 순수함이 중요하다. 조국에 무엇인가 보답을 기대하는 것은 병역 의무를 지고 살아가는 동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박찬호 선수가 흘리고 있는 땀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견을 전해 줬다.

이후 박찬호는 단 한번도 병역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타낸 적 없이 야구에 몰두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기회가 왔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프로 선수의 출전이 허용됐고 박찬호는 뉴욕 메츠 마이너리그에 있던 서재응과 함께 태극 마크를 달게 됐다. 당시 투수진에 현 삼성의 임창용, KIA의 김병현이 포진했다. 글쓴이가 박찬호의 뜨거운 눈물을 처음 본 것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였다.

프로가 포함된 한국국가대표 정예의 팀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참패를 당한 것은 지난 해 3월 대만에서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으로 1차 지역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대만과 네덜란드에 2라운드 출전권을 빼앗겼다. 당시 한국대표팀의 전력에 가장 큰 손실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첫 시즌을 준비하던 투수 류현진과 신시내티 레즈에서 FA를 한 시즌 남겨둔 외야수 추신수의 불참이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는 WBC가 병역 혜택을 주지 않는 대회라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은 28일 일요일 오후 6시30분 문학구장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국가대표팀은 선발 때부터 ‘프로구단들이 병역 미필 선수들을 안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겪었다.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땄을 때 조국의 명예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가치가 ‘병역 혜택’이란 빌미탓에 추락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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