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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호의 '기성용 승부수' 왜?
- 출처:축구전문가 박문성|201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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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는 박주호다.
2014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이 어제(10일) 최종 리허설을 마쳤다. UAE와의 평가전이었는데 다가오는 일요일 첫 경기를 치르는 인천 아시안게임 본선을 앞둔 마지막 실전 점검 자리였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다음 주 금요일인 19일 개막하지만 경기 일정이 긴 축구는 본선 대회 5일 전인 14일 조별리그에 돌입한다.
UAE전은 TV 중계를 잡지 않은 가운데 치른, 철저히 전력을 다지고 점검하기 위한 경기였다. 이광종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와일드카드로 뽑은 공격수 김신욱(울산) 미드필더 박주호(마인츠) 골키퍼 김승규(울산)를 선발로 투입하는 등 전력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데 주력했다. 와일드카드를 포함한 선발 멤버가 본선 무대서 주력으로 활약할 명단에 가까웠다. 골키퍼 김승규와 포백 (왼쪽부터) 김진수(호펜하임) 김민혁(사간도스) 장현수(광저우 부리) 임창우(대전) 중앙 미드필더 박주호, 이재성(전북) 공격 2선 (왼쪽부터) 윤일록(서울) 김승대(포항) 안용우(전남)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의 4-2-3-1 선발 포메이션이었다. 우승을 목표하는 한국으로선 최대 7경기를 치러야 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조커 활용 등 로테이션 시스템이 주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나 아시안게임의 경우 엔트리가 월드컵보다 적은 20명으로 채워져 선수들의 고른 활용이 성적과 직결될 여지가 크다. 주전의 경계를 너무 선명하게 나누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K리그에서 날고 기는 공격 자원들이 앞 선에 배치되어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건 박주호의 중앙 미드필더 포진이다. 정확하게 하자면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다. 이광종 감독은 이번 대표팀 소집 내내 박주호를 주 포지션인 왼쪽 수비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 위치로 바꿔 훈련, 지켜봐 왔다. 이광종 감독은 이날 UAE와의 마지막 평가전에도 박주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우면서 박주호를 이번 대회서 왼쪽 수비가 아닌 미드필더 자원으로 활용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독일 무대에서 뛰면서 종종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봤던 박주호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전면적 포지션 변화를 시도하는, 대표팀에게나 선수 개인에게나 승부수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대학과 일본 프로 생활 동안 왼쪽 날개 공격수로 뛰었고 스위스 바젤로 건너가면서 수비수로 전환한 박주호가 간간히 옮겨 보았던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전면적으로 받아 안는 커리어의 중대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전술적으로도 중요 포인트일 수밖에 없는데 박주호의 수비형 미드필더 이동은 국가대표팀에서 기성용이 맡고 있는 자리와 역할로 이광종 감독의 4-2-3-1 형태의 중심을 잡아줄 시프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왜 박주호의 위치를 바꿨나?
이광종 감독은 그렇다면 왜 박주호의 위치를 바꾼 걸까? 이광종 감독은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박주호의 발탁과 관련해 “박주호는 측면 수비와 공격,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전술적으로 활용 가치가 크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엔트리는 20명이다. 월드컵은 23명이다. 팀당 최대치 경기 수는 7경기로 아시안게임과 월드컵이 같지만, 치러야 할 경기 수가 월드컵에 비해 아시안게임이 많을 수밖에 없는 한국대표팀으로선 여러 포지션을 뛸 수 있는 선수의 필요와 존재감이 더할 수밖에 없다. 박주호와 연결된 필요와 존재감이다. 그런데 박주호의 주 포지션인 왼쪽 수비엔 독일 호펜하임에서 이적과 동시에 주력으로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는 김진수가 있다. 2명의 분데스리거를 모두 활용하기 위해서는 역할 분담이 필요했는데 멀티 능력이 뛰어난 박주호의 이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포지션이 겹치는 문제만으로 이뤄진 박주호의 자리 이동은 아니다. 월드컵 등의 무대와 비교할 때 아시안게임은 한국대표팀이 공격에 무게를 싣고 치를 수 있는 대회다. 물론 아시안게임이 쉽단 이야기는 아니다. 현실과 기대의 간극이 있는데 아시안게임에 나서면 당연히 우승 할 것처럼 여기지만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마지막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이다. 2002부산아시안게임과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3위가 최근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전술적 무게는 월드컵 등에 비해 공격에 가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이광종 감독은 김신욱, 윤일록, 김승대, 안용우, 이재성(혹은 이종오, 이용재) 등 미드필더 이상은 공격적인 선수들로 채워 ‘골을 넣고 이기는 축구’를 준비 중이다. UAE전의 선발로 보자면 박주호를 제외한 미드필더 이상 선수들 모두가 공격수에 가까운 자원들이었다.
공격 축구를 위해 공격 자원을 여럿 배치하는 건 이해되지만, 자칫 수비와의 밸런스가 깨져 공격도, 수비도 아무 것도 되지 않을 위험이 상존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이 균형을 잡아줄 선수인데 이광종 감독은 아시안게임대표팀 최고참인 박주호에게 이 역할을 맡긴 것(김신욱이 형인 것 같지만 김신욱은 88년생이고 박주호는 87년생이다)이다. 아시안게임 대표 중 김신욱(29경기 3골) 다음으로 A매치 경험이 많은 박주호(14경기)는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노련하게 접근과 이동, 복귀를 거듭하면서 쓸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앞선 공격진의 수비 부담을 줄이는 플레이다. 수비적인 움직임을 갖다가도 전방에 연결할 선수나 공간이 보이면 날카로운 왼발에서 시작되는 전진 패스로 기회를 만드는 역할이다. 국가대표팀에서 기성용이 맡고 있는 역할과 닮았다. 이광종 감독의 이번 대표팀은 기본 4-2-3-1 전형이지만 공격으로 나설 땐 4-1(박주호)-4-1 전형에 가까워지는데 이 순간 한국 팀 역습의 열쇠이자 상대 속공의 저지선 역할을 맡을 1명의 홀딩 미드필더가 바로 박주호다. 혼자서 부담이 클 수 있단 점에서도 박주호의 무게감과 안정감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전술적 성패와 직결된 중대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불안이 없는 건 아니다
이광종 감독은 UAE전이 끝난 뒤 “박주호의 중앙 미드필더 활약에 만족한다”면서도 컨디션과 조합 플레이 측면에서는 약간의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광종 감독은 “주호가 독일에서 뛰면서 다쳐 운동을 못하고 쉬다 대표팀에 합류했다. 아직 몸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본선 때까지는 호흡이 터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른 포지션이 다르지 않지만 특히 압박과 탈압박이 쉼 없이 교차하는 중앙 미드필드 지역에서는 개인의 능력 못지않게 함께 압박하고, 함께 벗어나는 조합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주호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이재성 혹은 손준호 등과의 콤비네이션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다. UAE전만 보자면 부분 압박, 역습 시 약속된 플레이의 속도와 정확도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박주호 시프트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본인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탈락과 복귀 등 험난한 길을 걸었던 박주호이기엔 이번 아시안게임을 반전의 자리로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 또한 클 것이다. 하지만 또 분명한 건 팀으로 싸울 때 박주호의 시프트가 성공할 수 있단 사실이다.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긴 박주호는 더더욱 그렇다. 첫 경기가 이제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시안게임대표팀은 브라질의 아픔을 씻어낼 수 있을까?
잘 싸우길,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