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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가연 "내가 왜 격투기를 했을까요?"
- 출처:일간스포츠|20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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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파이터‘로 유명한 송가연. 그녀의 곱상한 외모 뒤에 불우한 어린시절을 딛고 격투기 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독한 승부근성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송가연이 지난 17일 자신의 프로데뷔전이었던 ‘로드FC 017‘에서 일본 야마모토와 경기를 펼치는 모습. 제공=로드FC
"그동안 살 빼느라 먹지 못했던 것 경기 끝나고 다 먹었습니다. 잠도 실컷 자서 컨디션도 좋습니다. 오늘은 물어보고 싶은 것 다 물어보십시오."
24일 청담동 카페에서 만난 송가연(20·팀원)은 군대에서나 들을 법한 ‘다나까‘ 말투로 반갑게 인사했다. 큼지막한 야구모자를 쓰고 헐렁한 티셔츠, 반바지를 입은 모습은 영락없는 스무살 아가씨였다. 그러나 악수를 건네는 작은 손 곳곳에 박힌 굳은살에서 그동안의 연습량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곱상한 외모 덕분에 데뷔 전부터 ‘얼짱 파이터‘로 유명세를 탄 송가연은 자신의 프로 데뷔전이었던 지난 17일 ‘로드FC 017‘ 스페셜 메인 이벤트 47.5kg급에서 일본의 에미 야마모토(33·모리짐)를 1라운드 2분23초 만에 TKO승으로 눌렀다. 송가연이 너무 약한 상대와 겨뤘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그가 사용했던 필살기 허벅다리걸기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 석달 간 매일 피땀 흘린 독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 하루에 얼마나 훈련하나.
"기상과 동시에 조깅이다. 오전에는 필라테스나 수영을 하고 오후에는 소속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다. 저녁에는 파트너와 부족한 기술을 연마한다. 방송 스케줄로 바쁠땐 전화로 상황에 맞는 기술을 의논한다.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 격투기를 하기 위해 경호고등학교에 진학했는가.
"경호고를 꼭 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독립을 하고 싶었다. 부모님께 혼자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고교때 이미 금전적으로 독립했다. 안 해본 일이 없다. 학교 수업이 오후 4시에 끝나면 주유소·음식점으로 직행했다. 아르바이트가 오후 9시에 끝나면 근처 편의점으로 장소를 옮겨 12시간 더 일했다. 등교시간이 오전 9시30분인데 9시까지 일했다. 그렇게 월 180만원 정도를 벌어 장비를 사고 체육관에 등록했다. 부족한 잠은 학교에서 잤다."
- 왜 독립을 원했나.
"열한 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뒤 변했다. 남들처럼 아버지의 품에 안겨본 적이 없다. 부모님이 자주 다퉜다. 어머니가 맞을 때도 있었다. 그런 날 나는 더 강해지고 싶었다. 아버지는 내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진짜 어른이 되고 싶었다."
- 열일곱 살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방학 때도 제주도(집)에 잘 안 내려갔다. 부모님이 늘 다퉜기 때문이다. 이웃들의 신고로 경찰이 오기도 했다. 제주도에 가서 찜질방에 머무르다 온 적도 있다. 고1 겨울방학 때 1주일 휴가를 받아 집에 갔더니 부모님은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처음으로 두 분 싸움을 말리고 집을 나왔는데 아버지가 그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례식만 치르고 바로 학교로 돌아왔다. 제주도에 남아버리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다른 것에 미치고 싶었다. 가장 힘든 순간에 운동과 아르바이트로 아픔을 극복했다."
- 종합격투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작년에 경운대 경호학과에 입학한 뒤 7월에 특전사를 지원했다. 경호라는 게 누군가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는 일인데 기왕 할 거 조국과 국민을 위해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특전사 실기시험까지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있어 입대를 앞두고 꼭 해보고 싶었던 종합격투기 체육관을 찾았다. 그때 정문홍(로드FC) 대표와 우연히 만났다. 정 대표는 나를 선수 중 누군가의 애인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운동하러 왔다고하자 ‘발차기나 할 줄 아냐‘고 물었다. 자존심이 확 상해 진짜 종합격투기 선수가 돼 정 대표를 만나 ‘네가 그 아이였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렇게 그 체육관에서 본격적으로 종합격투기를 시작했다. 내게 딱 맞는다 싶어 정신없이 매달렸고 특전사 지원도 취소했다. 석 달 정도 운동하고 있는데 정 대표가 ‘로드FC와 계약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날 엄청 울었다. 너무 기뻤고 눈물이 쏟아졌다. 정 대표는 은인이다"
송가연은 작년 11월 국내 종합격투기 단체인 로드FC와 계약한 뒤 팀원 소속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연예계가 그녀를 먼저 주목했다. 지금도 공중파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프로 데뷔도 안 한 선수가 예능에 얼굴을 내밀자 ‘예쁜 얼굴의 운동선수 설정을 들고 나와 인기몰이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 방송을 꼭 해야 하나.
"내 선택이 아니다. 처음엔 방송을 해야 격투기 선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찾는 방법을 배웠다. 방송과 운동 사이에서 적응하는 법을 터득했다. 로드FC가 있어야 내가 있다. 나 하고 싶은 것만 하면 조직에 속해 있을 필요가 없다. 배 부른 소리로 들릴 지 모르겠지만 방송을 통해 여자 종합격투기 선수의 길을 열고 싶다. 시간이 흘러 방송을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 오면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송가연이 대뜸 물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혹시 아직도 ‘송가연은 유명세를 즐기는 사람이고 연예계 진출을 위해 격투기를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변하는 게 있을 것 같습니까." 고민 끝에 대답하려는데 송가연이 먼저 손사래를 치며 스스로 말했다. "아닙니다. 인터넷상에서 어떤 말을 하든 신경 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