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괴물 투수 오타니 쇼헤이(20). 그는 과연 선배들을 뛰어넘는 일본 최고 투수가 될 수 있을까.

니혼햄 파이터스의 고졸 2년차 오타니는 지난 19일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 2차전에 퍼시픽리그 올스타팀 선발 투수로 나서 1이닝 3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올스타전이기에 성적은 크게 중요치 않다. 하지만 이날 오타니의 1이닝은 남달랐다.

오타니가 던진 두번째 공이 시속 162㎞를 찍었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 구속 타이기록이었다. 지난 2010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마크 크룬이 세운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번외경기인 올스타전에선 전력투구를 안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오타니는 처음부터 작심한 듯 공을 던졌다. 초구가 161㎞를 기록한 데 이어, 162㎞로 기록을 세웠고, 5번 타자 아베에게 던진 초구 역시 162㎞가 찍혔다.

이날 오타니가 던진 21개의 공은 모두 직구였다. 이중에서 절반이 넘는 12개가 160㎞를 넘었다. 상대팀인 센트럴리그 선발투수였던 후지나미 신타로(한신 타이거즈)는 "오타니의 투구는 차원이 달랐다. 항상 160㎞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일본에 있었나"라고 했다. 후지나미는 오타니와 입단 동기로 고교 시절부터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라이벌이다.

오타니야말로, 올스타답게 경기에 임한 게 아닐까. 투수들은 곧바로 시작될 후반기를 위해 올스타전에서 몸을 사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오타니는 오히려 "의도적으로 직구만 던졌다. 162㎞를 노렸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오타니는 자신의 장기인 강속구로 팬들에게 제대로 된 볼거리를 선사했다. 오히려 평소라면 컨트롤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스피드‘에 대한 도전이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오타니는 팬 서비스와 함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지난해 투수와 야수를 겸업해 화제를 모았던 오타니는 올시즌에도 투타를 함께 하고 있다. 대신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그 사이에만 타자로 나서고 있다. 확실하게 선발투수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편이다.

성적도 훌륭하다. 전반기 15경기에 선발등판해 9승1패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그리고 탈삼진(117개) 모두 퍼시픽리그 2위에 올라있다. 이젠 확실한 에이스급 투수로 올라섰다.

고교 시절 160㎞를 기록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메이저리그의 러브콜까지 있었던 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조언에 따라 니혼햄에 입단했고, 좋은 재목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그동안 최고의 투수들을 배출해 메이저리그로 진출시켰다. 메이저리그 직행을 고심하던 오타니도 선배들의 길을 따라 가기로 결심했다. 최근에는 뉴욕 양키스의 트로이 힐먼 육성담당 특별보좌역이 일본을 찾아 오타니의 투구를 관찰했다. 오타니의 자국리그 진출에 아쉬움을 보였던 메이저리그에선 여전히 그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오타니가 앞서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미국으로 진출한 마쓰자카, 다르빗슈, 다나카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2년차인 올해까진 순조롭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