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의 돌풍은 여전했다. 마치 12년 전 2002 한일월드컵 한국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결국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코스타리카는 6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시우바도르 아레나 폰타 노바에서 벌어진 2014 브라질월드컵 네덜란드와 8강전서 연장 120분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혈투 끝에 3-4로 석패했다.

과연 이번 대회 최대 복병다웠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에 못지 않은 코스타리카였다. 경기에 앞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네덜란드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지만 코스타리카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네덜란드의 창을 끝까지 막아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코스타리카의 돌풍은 예상되지 않았다. 코스타리카는 이번 대회서 이탈리아, 잉글랜드, 우루과이 등 우승국들과 한 조에 묶여 꼴찌가 예상됐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첫 판서 우루과이를 잡더니 2차전서 이탈리아마저 물리치며 2연승으로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었다. 16강전서도 유럽의 강호 그리스를 제압하며 사상 첫 8강행의 꿈을 이뤘다.

2002년 히딩크호의 향기를 떠올린다. 당시 한국은 해외에서 활약하는 유명 선수가 거의 없었다. 이탈리아 무대에서 뛰던 안정환 정도가 유일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폴란드, 미국과 함께 쉽지 않은 조에 속했던 한국은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올라 4강 신화까지 달성했다.

코스타리카가 12년 전 한국의 영광을 재현했다. 선수 면면의 이름값은 이번 대회서 맞붙었던 타 팀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 거기다 개최국도 아니었다. 하지만 돌풍을 일으키기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등공신은 ‘수호신‘ 케일러 나바스(레반테)였다. 연일 신들린 듯한 선방쇼를 펼쳤다. 조별리그부터 그리스와 16강전과 승부차기, 그리고 이날 네덜란드와 8강전서까지 나바스의 선방 퍼레이드는 계속 됐다.

코스타리카의 꿈은 결국 8강에서 멈춰섰다. 하지만 그들의 ‘언더독‘ 돌풍은 축구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