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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스, 외곽농구로는 승산 없다
출처:OSEN|201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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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는 확률의 스포츠다. 가장 쉽게 득점할 수 있는 패턴을 버린다면 승률은 대폭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리온스는 자신이 가진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고양 오리온스는 1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팀 서울 SK에게 73-84로 졌다. 2쿼터에 이미 점수 차가 20점 가까이 벌어졌을 정도로 내용이 형편없었던 완패였다.

오리온스의 장점은 장재석(203cm), 최진수(202cm), 허일영(195cm), 김동욱(195cm), 앤서니 리처드슨(200cm) 등 기동력이 좋고, 내외곽이 모두 가능한 장신포워드가 많다는 점이다. 8연승을 구가할 때 오리온스는 이상적인 농구를 보였다. 포워드 전원이 속공에 가담했고, 3점슛까지 터트렸다. 모비스를 20점차로 깨고, SK와 3차 연장전을 펼쳤던 원동력이다.

하지만 6강 1차전에서 오리온스의 장점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오리온스 선수들은 키만 컸다. 골밑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고 포스트업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SK선수들은 신장에서 밀릴 것이 없는데다 체중과 체격은 더 좋았다. 장재석은 최부경을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김선형 등의 돌파를 막다 일찌감치 파울트러블에 걸렸다. 장재석은 무득점, 1리바운드, 4파울에 그쳤다.

15점을 올린 최진수는 그냥 장신슈터였다. 3점슛 라인 바깥에 머물며 슛을 한 것이 전부다. 골밑에 SK선수 두 명이 버틴 가운데, 치고 들어가는 돌파도 무모했다. 최진수는 3점슛 3개를 터트렸지만 영양가는 전혀 없었다. 허일영도 마찬가지다. 3점슛에 너무 의존했다. 리온 윌리엄스는 몸이 좋지 않았다. 21점을 넣은 앤서니 리처드슨은 득점의 대부분을 점프슛과 페이스업으로 해결했다.



결국 골밑에서 제대로 득점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는 말이다. 오리온스는 무려 31개의 3점슛을 시도해 10개를 넣었다. 2점슛은 31개를 쏴서 14개를 성공했다. 오리온스가 페인트존에서 넣은 슛은 단 10개에 불과했다. 그 중 제대로 쏜 골밑슛은 몇 개 없었다. 이미 승부가 결정된 다음에 터진 최진수의 덩크슛 등이 전부였다.

반면 SK는 42개의 2점슛을 던져 23개를 집중적으로 성공시켰다. 최부경은 포스트업으로 스텝을 밟으면서 골밑을 부수고, 외곽까지 길을 열어줬다. 박상오도 저돌적이었다. 김선형은 스크린을 타고 들어가 집요하게 파울을 얻었다. 골밑공략이 최우선이었다. 당연히 수비가 골밑에 집중되면서 외곽도 열렸다. 이 때 주희정은 결정적인 3점슛 3방을 꽂았다. SK는 3점슛 11개를 던져 7개를 꽂았다. 확률 높은 3점슛의 비결은 골밑의 힘이다.

오리온스의 가장 큰 문제는 골밑과 외곽의 불균형에 있다. SK가 자랑하는 3-2드롭존을 깨려면 하이포스트에 서는 빅맨이 링커역할을 해줘야 한다. 나머지 선수들은 끊임 없는 컷인으로 양쪽 코너와 백도어를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5명이 우두커니 외곽에 서서 3점슛만 받아먹으려 한다. 골밑에서 자리를 잡는 빅맨이 없으니 골밑에서 외곽으로 나가는 오픈 3점슛 패스도 생길 리가 없다. 이 때문에 이현민은 말도 안되는 장거리 3점슛을 무리하게 계속 시도했다. 아니면 앤서니 리처드슨이 개인기로 무리한 슛을 쏘거나 최진수가 3점슛으로 마무리하는 식이다. 불발된 외곽슛은 곧바로 SK의 속공으로 이어진다. 이길 확률이 매우 떨어지는 공격이다. 오리온스는 리바운드에서도 25-35로 크게 밀렸다.

오리온스가 지금처럼 팀 컬러를 잃고 방황한다면, SK와 100번 붙어서 모두 진다. 추일승 감독은 장재석-최진수-허일영을 동시 기용하지 않으며 정공법으로 맞섰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높이의 열세를 만회할 방법이 없다. 용병술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다. 선수들이 골밑에서 맞부딪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고 외곽에서 편하게 농구하려는 것이 더욱 문제다. 특히 아마추어시절 센터를 봤던 장재석과 최진수는 이렇게 무기력해서는 안 된다.

2차전에서 오리온스는 전술적으로 큰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상태로는 전혀 승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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