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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없는 '올림픽 챔프' 소트니코바의 행보
- 출처:엑스포츠뉴스|201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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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피겨 역사상 이토록 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가 있었을까.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지 20일이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피겨 스케이팅 여자싱글 결과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금메달리스트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 러시아)는 오는 26일부터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엔트리에 후보자로 등록했다. 이번 세계선수권 여자싱글에 출전하기로 예정된 러시아 선수는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와 안나 포고릴라야(16)다. 소트니코바는 이들 중 한 명이 불참을 선언해야 일본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실질적으로 후보 선수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러시아 연맹은 소트니코바의 출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피겨스케이팅연맹 발렌틴 피세예프 회장은 "이제 새로운 올림픽 주기가 시작됐다. 어린 선수들을 시험해볼 기회"라고 말한 뒤 "소트니코바의 출전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오는 10일에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피세예프 회장이 말한 최종 결정 시기인 10일이 지나갔다. 하지만 소트니코바가 세계선수권에 출전한다는 ‘반전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세계선수권 여자싱글 엔트리에는 여전히 리프니츠카와 포고릴라야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포고릴라야는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그랑프리 3차대회 ‘컵 오브 차이나‘에서 178.62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 출전한 소트니코바는 174.70점으로 2위에 올랐다.
업적을 쌓은 올림픽 챔피언의 불참과 소트니코바의 입장이 다른 이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소치올림픽 아이스댄싱 금메달리스트 조인 메릴 화이트-찰리 데이비스 조(미국)가 출전하지 않는다. 은메달을 획득한 테사 버추-스캇 모이어(캐나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도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경험했다. 그리고 모두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동안 수많은 국제대회 우승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증명한 만큼 세계선수권 불참은 큰 논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여자싱글은 김연아(24)와 소트니코바를 제외한 쟁쟁한 선수들이 모두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소치올림픽 여자싱글 동메달리스트인 캐롤리나 코스트너(27, 이탈리아)와 ‘일본 피겨의 자존심‘ 아사다 마오(24) 그리고 미국챔피언이자 소치올림픽 4위에 오른 그레이시 골드(19, 미국)는 세계선수권에서 연기를 펼친다.
‘백전노장‘ 코스트너는 12번 째 세계선수권 무대에 선다. 아사다는 자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놓치지 않았다. 골드 역시 올림픽으로 시즌을 마무리 짓지 않았다. 김연아도 4년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이탈리아 토리노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올림픽 챔피언이 세계선수권대회에 반드시 참가해야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소트니코바의 경우는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과 다르다. 그의 올림픽 챔피언 등극은 전 세계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소치올림픽을 제외하면 시니어 A급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력이 없다.
지난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소트니코바는 9위에 그쳤다. 유럽선수권에서는 2번 출전해 모두 2위에 머물렀다. 또한 올 시즌도 2번의 그랑프리 대회(컵 오브 차이나 프랑스 에릭 봉파르)에 도전했지만 우승에 실패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5위에 그치며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소트니코바는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그는 소치올림픽에서 개인 최고 점수를 무려 22.23점이나 끌어올렸다. 신채점제가 도입된 이후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오른 점수다. 여기에 러시아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심판진들의 혜택을 받았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선수들의 기술 여부를 최종적으로 관할하는 테크니컬 컨트롤러 알렉산더 라케르니크는 러시아인이었다.
그리고 소트니코바는 러시아인 저지인 알라 셰코비셰바와 경기 후 포옹을 한 장면이 포착돼 논란을 일으켰다. 핀란드인으로 알려진 저지 올가 바라노바가 과거 러시아에서 오랫동안 심판 생활을 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바라노바는 자기 소개서에 1992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핀란드로 이주했다고 밝혔다. ‘친 러시아‘ 성향을 지닌 심판이 무려 3명이나 포진된 셈이다. 올림픽 심판진은 추첨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이토록 러시아에 유리하게 배정됐는지는 좀처럼 의문을 풀기 어렵다.
세계선수권은 소트니코바에게 ‘올림픽 챔피언‘의 명예를 살릴 수 있는 기회다. 실제로 소트니코바는 "앞으로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올림픽 챔피언 증명하려면 자국 벗어난 국제대회 우승 필요
소트니코바의 석연찮은 우승으로 떠들썩한 상황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김연아의 왜곡된 인터뷰를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 IOC는 지난 6일 ‘유스올림픽(14~18세 선수들이 참가하는 청소년 올림픽)이 소치 성공을 이끌었다‘는 제목의 해당 기사에서 "2012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첫 유스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금빛 소녀‘ 소트니코바가 당시 경기 대사였던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에게 가치 있는 조언을 들었다"며 "김연아가 소트니코바에게 패한 것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는 IOC에 수정을 요청했다. 결국 이 멘트는 IOC 공식홈페이지에서 결국 지워졌다. 예전 올림픽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촌극‘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올림픽 챔피언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명예다. 단순히 올림픽 시상식 가장 높은 곳에 섰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다른 무대에서도 떳떳하게 자신의 기량을 인정받아야 진정한 ‘1인자‘로 남을 수 있다.
소트니코바는 시니어 무대에 진출해 단 한 번의 B급대회(2012 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만 정상에 등극했다. 소치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그는 러시아의 에이스가 아니었다. 전 세계는 현 유럽선수권자인 리프니츠카야에 주목했다. 하지만 리프니츠카야가 실수로 무너지자 홈 어드밴티지의 후한 점수는 소트니코바 쪽으로 쏟아졌다.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소트니코바는 아사다와 코스트너 그리고 골드 등이 모두 출전하는 세계선수권에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 챔피언‘의 자신감을 찾기 힘든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