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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풍·파틸로, PO 앞둔 KT의 여전한 딜레마
- 출처:마이데일리 |201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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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KT 전창진 감독은 지난달 24일 전태풍과 면담을 했다. 전 감독은 “전태풍이 생각보다 여리더라. 팀을 생각하는 마음도 강하다”라고 했다. 전 감독과 전태풍 모두 원해서 성사된 면담. 두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달리 말하면, 해야 할 말이 많을 정도로 그동안 KT와 전 감독이 원한 ‘전태풍 효과’가 발휘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사실이다. KT는 오리온스와의 4대4 트레이드 이후 ‘사실상 손해 봤다’라는 말을 듣고 있다.
전 감독의 머리 속은 복잡하다. 전태풍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은데다, 랜스 골번을 내보내고 후안 파틸로를 데려왔다. 전 감독은 지난달 27일 전자랜드에 패배한 직후 “많은 약점들이 드러난 게임이었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전 감독은 “3강(모비스, LG, SK)은 우리보다 저 위에 있다”라며 현실을 직시했다.
▲ 전태풍을 데려온 진짜 이유
전 감독은 “내가 태풍이에게 원하는 건 태풍이만의 스타일이다.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한다”라고 했다. 전 감독이 전태풍을 데려온 이유. KT가 갖고 있는 틀을 깨기 위해서다. 전 감독은 “동부 시절엔 김주성이 있었다. KT에 온 뒤엔 기술자가 없었다”라고 했다. 전 감독은 테크닉이 부족한 선수들을 데리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철저하게 패턴 농구를 했다. 공격도, 수비에서도 정밀하고 약속된 움직임을 중시했다. 일정 부분에선 성공했다.
부작용도 있었다. 패턴은 필연적으로 상대 입장에서 면역력과 적응력의 증가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KBL 10개구단 모두 안고 있는 고민이다. 아무리 정밀한 패턴을 갖고 있어도 선수들의 부상, 슬럼프 등 내부적인 문제에 KT처럼 골밑이 강하지 않은 팀이 신장이 큰 팀을 만나면 고전한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KT가 올 시즌 직전 하위권 전망에 비해선 선전하고 있지만, 빅3를 공략하지 못하는 이유다.
때문에 전 감독은 전태풍이 KT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딜레마를 깨주길 바랐다. 프리랜스 오펜스를 지시했다. 전 감독은 “기술자가 있는데 왜 패턴을 하나. 그건 재미도 없다. 나도 기술자가 있으면 자유롭게 놓아두는 농구를 하고 싶다”라고 했다. 전태풍은 KBL 탑클래스 테크니션이다. 전 감독은 기존 주전들과의 움직임, 약속된 플레이는 다시 정립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
▲ 오리온스 시절 습관 못 버린 전태풍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태풍이 오리온스 시절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전태풍은 크게 두 가지 약점이 있다. 한 가지는 강하지 않은 1대1 수비력과 떨어지는 지역방어 적극성, 또 한 가지는 볼 없을 때의 움직임이 볼을 갖고 있을 때보다 좋지 않다는 점이다. 추일승 감독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현민과 한호빈의 출전시간을 늘렸다. 급기야 전태풍을 2번으로 돌렸다. 대신 전태풍은 오리온스 시절 벤치의 많은 지시를 보고 맞춤형 플레이를 했다. 전태풍만의 창의력이 떨어져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이게 습관이 돼 KT서도 주춤하고 전 감독을 자꾸 쳐다본 것이다.
KT서 전태풍은 주전 포인트가드다. 전 감독은 전태풍이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지 말고 곧바로 자유롭게 움직이게 한다. 그래야 빠른 타이밍에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전 감독은 “공을 치고 와서 곧바로 슛을 쏘지만 마라고 한다. 1대5농구를 해도 되고, 24초를 혼자 다 써도 된다”라고 했다. 하지만, KT서 전태풍은 과거의 강점도 사라졌고, 벤치의 눈치도 살짝 보면서 전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도 하지 못했다. 전태풍 효과가 크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다.
전 감독은 전자랜드전 직후 전태풍을 두고 “많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전태풍은 과감한 돌파와 3점슛 등 해결사 기질이 충만하다. 이런 장점들을 발휘할 경우 조성민의 의존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 감독이 진짜로 바라는 건 이 부분이다. 전태풍이 과거 KCC 시절의 마인드와 플레이를 되찾길 바란다. 그래야 KT서 강점이 극대화된다. 이런 점이 해결되면 수비 문제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KT엔 수비력이 좋고 이타적인 마인드를 지닌 선수가 많다. 전태풍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때문에 전태풍이 전태풍만의 장점을 발휘하는 게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
▲ 파틸로 가세의 의미
KT는 최근 후안 파틸로를 데려왔다. 전 감독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파틸로를 데려왔다면 진작 데려올걸 그랬다”라고 했다. 더 좋은 외국인선수를 기대했었는데, 마땅한 선수가 없자 차선책으로 파틸로를 영입한 것이다. 파틸로는 지난달 23일 모비스전, 27일 전자랜드전서 딱히 인상깊은 모습을 남기진 못했다.
파틸로는 지난 시즌 KGC서 뛰었던 외국인선수다. 그는 장, 단점이 명확하다. 확고부동한 해결사다. 하지만, 플레이의 효율성은 많이 떨어진다. 언제나 볼을 소유하길 원한다. 수비력은 떨어진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승부처에서도 위력이 떨어진다. KT의 조직력에선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KT가 파틸로를 데려온 건 파틸로만의 자유로운 스타일이 전태풍과 맞는 부분이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태풍은 과거 KCC, 오리온스 시절 내, 외곽을 오가며 자유롭게 플레이 하는 외국인선수들과의 궁합이 좋았다.
전 감독 입장에선 전태풍도 아직 KT에 완벽하게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장, 단점이 확연한 파틸로까지 손발을 맞춰야 하니 머리가 아프다. 두 사람이 KT의 시스템에 끝내 적응하지 못할 경우 팀 전력 자체가 더욱 어수선해질 수 있다. 이런 점은 6강 플레이오프를 앞둔 상황에선 더욱 위험하다. 포스트시즌은 정비된 패턴플레이, 확실한 움직임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팀이 유리하다. 서로의 장, 단점을 잘 알고 정밀한 분석을 해서 나오는 맞춤형 게임이기 때문이다.
전 감독은 전태풍과 파틸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주고 싶어한다. 그러면서도 공수에서 잘 정돈된 고유의 조직력도 유지하고 싶어한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시간이 걸리지만 6강 플레이오프를 감안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 KT가 갖고 있는 딜레마의 실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