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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잠 깬 SK, '구겨진 자존심을 펴라'
- 출처:OSEN|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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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은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비참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몇몇 선수들은 “아예 TV를 잘 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가을을 돌아본 SK의 선수들의 회상이다. 그렇게 구겨졌던 자존심 만회를 위해 SK가 다시 뛴다. 전지훈련을 통해 전력 담금질에 들어간다.
SK는 15일 오전 10시 인천공항을 통해 1차 전지훈련지인 미 플로리다 베로비치로 떠난다. 선수 45명을 포함, 총 60명의 선수단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목표는 명확하다. ‘4강 재진입’을 통해 지난해의 실추된 자존심을 만회하는 것이다. 이만수 SK 감독부터 의지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새롭게 개편된 코칭스태프 또한 이번 전지훈련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를 숨기지 않는다.
2007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세 차례의 우승을 일궈냈던 SK였다. 신흥 왕조였다. 그러나 지난해는 초반부터 힘을 쓰지 못했다. 약해진 전력, 부상자 속출 등 악재를 이겨내지 못하고 쭉쭉 미끄러진 끝에 결국 반등하지 못했다. SK의 저력이 약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만수 감독의 거취 등 여러 뒷말이 무성하기도 했고 선수들은 연봉협상에서 달라진 온도를 실감하기도 했다. 좀처럼 느껴보지 못했던 포스트시즌 탈락팀의 비애였다.
무엇보다 선수들 가슴이 아팠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SK는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로 향해야했다. 이 정도 바람이 불 때는 그라운드에 있었던 선수들이 마무리캠프에서는 허탈함을 더러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항상 ‘최고’를 자부했던 선수들의 자존심이 망가졌다. 주위의 시선, 연봉 삭감보다도 오히려 더 아픈 상처였다.
최정은 “지금까지는 솔직히 4강이 쉬운 느낌이었다. 항상 한국시리즈 우승이 목표였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못해도 준플레이오는 나갔었다”라면서 “그런데 지난해는 다랐다. 다른 구단 선수들의 포스트시즌 동양상을 보면서 ‘난 여기서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난 컴퓨터 앞에서 영상을 보고 아침부터 일어나 산책을 하고 있는데 그 선수들은 아직도 시즌이 안 끝나 있더라. 선수들끼리도 ‘비참하다’ 등의 이야기는 했던 것 같다”라고 지난 가을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렇게 한 번 떨어졌던 경험이 약이 될 수도 있다. 정상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을 맛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정상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새기고 그에 대한 절박함을 되새긴 것이다.
올해를 앞두고 주장으로 선임된 박진만도 그런 효과가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박진만은 “안 좋을 때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느끼고, 전반적으로 추운 겨울을 느꼈다는 것은 올라가기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캠프 때 선수들이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면을 짚으면서 “그런 경험이 있었던 만큼 올해는 또 다른 SK의 모습이 기대된다”며 새 시즌에 대한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하나의 목표를 향한 선수단의 단결은 때로는 전력보강보다 더 강할 때도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