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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틋한 부정 "대표? 딸이 힘들어했다"
- 출처:마이데일리|201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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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가 힘들어했다."
한국농구 사상 최초 중학생 국가대표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박지수(16, 193cm, 청솔중)의 성인대표팀 도전이 다음으로 미뤄졌다. 박지수는 지난달 25일 발표된 여자농구대표팀 최종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위성우 감독은 박지수를 최종엔트리에 넣든 넣지 않든, 10월 27일부터 11월 3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릴 FIBA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 데려가려고 했으나 박지수를 귀가시켰다.
박지수는 한국여자농구가 키우고 관리해야 할 유능한 인재다. 지난 2~3년간 여중부 최강 청솔중학교의 국내대회 우승을 이끌었고, 지난 7월 리투아니아에서 끝난 19세이하 세계여자농구선수권서는 리바운드 왕을 차지했다. 중, 고등학교에선 구력 1년 차이가 엄청나다. 16세 소녀가 19세 국제대회서 세계적인 센터들과 대등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박지수는 골밑 피벗 플레이, 포스트업, 리바운드, 킥 아웃 패스, 드리블 모두 수준급이다.
▲ 성인대표팀 생활, 박지수는 힘들어했다
대한농구협회는 기대감을 안고 박지수를 진천에 소집했다. 남자농구보다 더 급한 여자농구의 세대교체에 박지수만한 인재가 없었다. 성인대표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 하지만, 프로 10년차 이상 구력을 자랑하는 30대가 수두룩한 성인대표팀에서 16세 소녀가 살아남기란 어려웠다. 대표팀 정상일 코치는 "운동을 시켜봤는데 몸싸움에서 밀리더라. 당연한 일이다. 이후 회복용 재활훈련만 했다"라고 회상했다.
대표팀 간판센터 신정자는 "지수와 운동을 몇 번 해봤는데 센스가 좋더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위성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인정한 부분. 하지만, 정 코치의 지적대로 웨이트트레이닝을 거의 하지 않는 중학생이 프로 언니들과의 몸 싸움을 이겨낼 순 없었다. 3살 차이는 극복해도, 10살 넘게 차이가 나는 프로 선수들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란 어려웠다. 위 감독은 "태국에 데려갈까 생각했는데 어차피 경기에 뛰지도 못할 거면 지수를 위해서라도 보내주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했다.
박지수의 아버지 명지대 박상관 감독도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지난달 30일 KBL 신인드래프트가 열린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만난 박 감독은 "말은 안 해도 힘들어하는 게 보이더라. 너무 안타깝다"라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대표팀 관계자도 "박지수에겐 30대 언니들이 언니가 아니라 이모다. 말 한마디 붙이는 것도 조심스러워 하더라. 외로웠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대표팀 선수들은 박지수를 친동생처럼 잘 대해줬지만, 박지수는 지난 1달간 대표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 미국행, 박지수 본인이 강력하게 원한다
좌절할 시간은 없다. 박지수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날아간다. 박지수의 미국 고등학교 진학 추진은 이미 몇몇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박 감독은 "본인이 강력하게 원한다. 누가 시켜서 가는 게 아니라 본인의 의지가 강하다"라고 했다. 박 감독 생각도 딸과 같다. "자기 또래 중에서 기량은 최고다. 국내에선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 미국 진출을 알아보고 있다"라고 했다.
고려대 이종현을 예로 들면 될 것 같다. 이종현은 대학 1학년이지만, 김종규가 졸업하면 더 이상 대학에선 적수가 없다. 끊임없이 KBL 드래프트 조기 참가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다. 박 감독도 마찬가지로 딸이 국내 중학교, 고등학교 레벨에선 더 이상 적수가 없다고 본다. 국제대회서도 검증된 부분. 박 감독은 "미국은 가을학기에 학년이 시작되니까 아직 1년 정도 시간이 있다. 시카고 쪽에 친척이 있는데, 그쪽으로 보낼까 싶다. 생각을 해보고 있다"라고 했다. 박지수가 국내 고등학교에 진학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아 보인다.
미국 고등학교를 잘 고른다면, 박지수로선 최선의 선택이다. 박지수가 성인 레벨에서 아직 승부가 안 되는 건, 기술이 아니라 힘과 웨이트트레이닝의 부족함 때문이다. 미국에선 기본기와 체계적인 몸 관리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먼 훗날의 일이지만, 박지수가 미국에서 잘 버틴다면 정선민 대표팀 코치에 이어 WNBA 도전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물론 미국진출엔 크고 작은 장벽이 많다. 일단 영어를 습득해야 하고, 학교에서 성적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내야 한다. 미국 농구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박 감독은 "솔직히 미국에 가서 잘 따라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미국에 친척만 없다면 절대 안 보냈을 것이다"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박 감독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 농구의 본고장 미국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걸 대견스러워 했다. 한편으론 최근 대표팀 최종엔트리 탈락과 낯선 미국농구 도전에 대한 어려움 등에 대해선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이 모든 것들은 딸을 둔 아버지의 애틋한 부정이자, 한국농구가 박지수를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