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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류하는 성남, 축구계 전체의 문제다
- 출처: MK스포츠 |201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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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일화가 표류하고 있다. K리그 통산 최다우승(7회)에 빛나는 구단이 갈 곳을 잃고 발을 동동 구르는 안타까운 처지가 됐다. 팀을 이끄는 안익수 감독은 답답한 마음을 ‘우리는 슈퍼 을’이라는 씁쓸한 단어로 표현했다. 지금 구단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토로였다.
좌초 위기에 놓인 성남이 K리그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모기업인 통일그룹이 구단 경영을 포기했고 연고지 성남시도 등을 돌렸다. 이미 성남시 측은 지난 7월 “일화 축구단과는 더 이상 같이 가고 싶지 않다”는 뜻을 성남일화 구단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별은 기정사실이었으나 쉬쉬 해왔던 일이 드디어 터진 셈이다.
안산시가 구단을 인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안산이 품는다면 그래도 최악의 경우는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자칫 이마저도 무산된다면 K리그에서 가장 많이 정상에 오른 클럽은 하루아침에 분해될 수 있다. 아니, 안산이 인수한다 해도 ‘성남일화’라는 네 글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통일그룹이 손을 떼면 당연히 ‘일화’의 꼬리표는 없어지고 현재의 연고지 성남시가 끝내 결정을 바꾸지 않는다면 ‘성남’이라는 단어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그야말로 ‘과거의 팀’이 되는 셈이다.
성남의 박규남 사장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떻게든 해체는 막고 싶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로 ‘구단 매각’이 아닌 ‘기부’의 의사까지 밝히면서 구단의 존속을 호소하고 있다. 성남일화 구단에 대한 호불호를 차치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성남시가 큰 결단을 내려 새로운 ‘시민구단 성남’을 만드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승계가 가능하다. 여러 변화가 따르겠으나 큰 틀의 붕괴는 막을 수 있다. 터전도 선수들도 팬들도 ‘성남’이라는 이름 아래 묶일 수 있다. 절치부심의 새 출발을 알리는,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 성남시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표면적으로는 ‘돈’이 가장 큰 부담이다. 가뜩이나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성남시 입장에서 1년에 100억원 가까이 들어가는 축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들어가는’ 돈에 대비, ‘나오는’ 이득을 생각할 때 지자체 입장에서 프로구단 운영은 적잖은 매력을 갖는 사업이기도 하다. 결국 ‘들어오고 나가는’ 손익 계산에서 성남시의 구미를 얼마나 당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실상 성남시 뿐 아니라 안산을 비롯한 다른 ‘대안’들도 마찬가지다.
보이는 부담이 ‘돈’이라면 보이지 않는 부담은 종교적인 색채로 인한 이미지다. 지금껏 특정 종교색이 강한 시의 인상을 남긴 것도 부인키 힘들다. 한 축구 관계자는 “성남시가 구단을 인수하지 않으려는 이유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아무래도 종교적인 이미지에 대한 부담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뜻을 전했다. 앞으로 통일그룹과는 고리가 끊어지기에 자연스럽게 해결될 부분이나 남은 잔상까지 한꺼번에 떨치기란 쉽지 않다.
끝내 뜻을 바꾸지 않는다고 해도 성남시를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성남의 시정을 책임지는 이들은 축구단 하나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 성남일화가 K리그에서 숱하게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AFC 챔피언스리그 까지 제패(2010년)하면서 만들어준 ‘성남’의 브랜드 가치가 얼마냐고 따져 묻는 것은 다른 쪽의 시각이다. 성남시장과 성남시 공무원들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결국 ‘성남 사태’는 축구계의 문제다. 성남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K리그 판 전체의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화약고’ 같은 사안이다. ‘위기의 K리그’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실정에서 ‘힘들고 매력이 없어서 못하겠다’는 말로 등을 돌리는 기업이나 지자체가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가뜩이나 내년부터는 1부에서 2부 로 강등되는 클럽들이 나온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과연 2부리그라는 척박한 땅에서도 프로구단을 운영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최다우승 클럽 성남의 방황은 상당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켜야하는 사안이다.
작게는 성남의 문제지만 나아가 K리그의 문제이고 곧 대한민국 축구계 전체의 문제다. 건강한 구단들이 모여 건강한 프로리그를 만들며, 대한민국 축구의 근간은 K리그임을 생각할 때 단순히 ‘구단 하나 사라지는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일이다. 화려한 영광 속에서도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지 못해 이런 지경에 이른 성남일화에 대한 따끔한 비난과 함께 축구인들과 축구계의 합심이 필요하다.
성남 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K리그 팬들 역시 해체 반대의 뜻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여론의 힘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결국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의 실질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안산시가 인수한다 해도 시의 예산만으로의 운영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은 스폰서를 잡아야한다. 기업 스폰서가 마련되지 않으면 진행과정에서 접을 수도 있다. 아쉬운 쪽은 안산시보다는 기존의 축구단과 프로축구연맹이다. 결국 발품을 팔아야하는 쪽도 후자다.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조건들을 가지고 안산시를 설득해야한다. 성남시를 향한 미련 역시 감정에 대한 호소로 그쳐서는 곤란할 일이다.
성남 구단 자체의 힘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 축구인들과 축구계 전체의 힘이 필요하다. 구단 하나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때의 후폭풍이 어떨지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현실은 더 차가울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이 되기 전, 움직임이 필요하다.